보 추기경 “하느님은 미얀마 국민이 ‘오감’으로 타인에게 다가가길 바라십니다”
Isabella Piro / 번역 이창욱
현재까지 코로나19로 누적 확진자 총 27만 명, 사망자 7000명 이상인 미얀마의 전염병 대유행 상황은 여전히 힘겨운 수준이다. 가장 최근의 희생자들 중에는 지난 7월 22일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파테인교구장 존 세인 기(John Hsane Hgyi) 주교도 있다.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Charles Maung Bo) 추기경은 7월 25일 연중 제17주일 미사 강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분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존 세인 기 주교님은 온화하고 자비로운 목자, 친절한 주교, 박식한 학자, 가장 취약한 이들과 약한 이들에게 헌신한 분이었습니다. 큰 기쁨과 노련함으로 교구민들을 이끌었던 분입니다. 주교님의 선종은 미얀마 가톨릭교회에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입니다.”
오직 평화로 대응해야 하는 종말론적 시대
보 추기경은 지난 2월 1일 아웅산 수찌 여사가 이끄는 정부를 전복시킨 쿠데타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사람들과 국가가 맞이하고 있는 극적인 위기에 대해 말했다. “지금은 종말론적 시대입니다. (…) 우리 국민의 빈곤과 갈등의 바이러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보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평화는 죽음과 질병의 대재앙으로 변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백신입니다.”
주님께서 미얀마를 잊지 않으십니다
보 추기경은 미얀마 국민이 코로나19, 의료용 산소와 의약품의 부족, 분쟁, 폭력과 살인, 경제 붕괴, 기근과 실업 등 실로 “여러 차원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국민의 굶주림은 단지 “일용할 양식”의 결핍일 뿐만 아니라, 평화와 화해에 대한 열망이기도 하다. 보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자문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불의의 대유행, 박탈의 대유행, 황폐의 대유행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주님께서는 “황금빛의 땅”인 “미얀마를 잊지 않으셨다”며, 이 땅에 “빵 다섯 개, 곧 다섯 가지 자원”을 주셨다고 보 추기경은 말했다. 다섯 가지 자원은 “아름다운 땅, 장엄한 강, 많은 비를 내리는 하늘, 귀중한 보화를 간직한 대지, 은총이 충만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약속의 땅은 젖과 꿀이 흐르지 않고, 오히려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보 추기경은 강조했다. “(미얀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 중 하나가 되는 대신, 기아의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약 340만 명이 만성적인 기아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 앞에서 보 추기경은 주님께서 미얀마에 “위로, 치유, 평화, 정의, 번영이라는 빵 다섯 개”를 주시도록 기도하자고 신자들을 초대했다. “하느님께서는 침묵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당신 백성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반응하십니다.” 보 추기경은 무엇보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이들을 도우신다”고 강조하며 모든 이가 서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웃을 만나러 갑시다
보 추기경은 “금이나 은”을 나누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오감”에 따라 현실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감이란 첫째 “이웃의 고통을 가엾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각, 둘째 도움을 청하는 병자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는 청각, 셋째 이웃의 고통을 맛봄으로써 그 고통을 나누고 작아지게 하는 미각, 넷째 교황이 말한 바와 같이 주교들로 하여금 “양 냄새 나는 목자들”이 되게 하고 주교들에게 맡겨진 신자들의 구체적 현실로 내려가게 하는 후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촉각이다. 곧,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그들을 치유하고 돕는 것이다.
보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다가갑시다. 우리의 기도와 상호 돌봄을 통해, 연민의 빵 다섯 개를 많게 하여 이를 우리 국민들과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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