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루나 대주교 “교황님의 몰타 순방은 결실을 맺게 하는 도전”
Michele Raviart / 번역 이창욱
몰타섬과 고조섬에서 사람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몸짓, 만남은 깊은 흔적과 “치유”라는 강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몰타대교구장 찰스 주드 시클루나(Charles Jude Scicluna) 대주교는 교황이 지중해의 군도에서 보낸 이틀 간의 사도 순방의 말미에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을 통해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른 이번 순례 여정에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을 동행하고 환대했던 열기와 기쁨이 얼마나 뜨겁고 컸는지 느낄 수 있다.
이하 시클루나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이번 사도 순방은 어땠나요? 대주교님은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교황님이 따뜻하고 자상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계신다는 사실, 그리고 교황님의 말씀과 몸짓에서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책임이 되는 유산이기 때문에, 매우 큰 감사와 큰 책임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당신의 자비로 몰타섬과 고조섬의 교회라는 밭에 심으신 이 씨앗을 자라게 해야 합니다.”
대주교님은 이번 사도 순방 내내 교황님과 함께하셨는데요.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주 많았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교황님이 도착하시자마자 저는 그분께 우리 모두의 영육의 치유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요구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황님, 이번 순방이 저희에게 필요한 치유가 될까요?’ 교황님과 사람들 간의 관계, 교황님이 사람들과 나눈 포옹이 그 자체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성령의 힘 덕분에 분명히 존재하는 화해의 강력한 느낌을 가져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확신에서 제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은 바로 교황님이 지나가실 때 사람들의 얼굴에 번진 기쁨입니다. 몰타섬과 고조섬의 거리마다 노인, 병자, 젊은이들 안에 넘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오직 성령만이 주실 수 있는 기쁨 말입니다.”
대주교님은 환대의 주제와 긴밀히 연관된 “치유”라는 주제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몰타 원주민들에게 환대를 받은 후 병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섬에 머물렀다는 사도행전의 구절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 순방이 정말로 환대의 여정이었나요?
“무엇보다 먼저 교황님은 아주 특별한 인간적인 온기로 환대를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적인 온기는 이 위대한 목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간적이고 영적인 온기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교황님이 주일 강론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분명히 환대는 ‘싼값’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환대란 값진 것이고,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도전입니다. 이제 우리는 부활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중해의 중심에 위치한 이곳 몰타의 땅에서 교황님과 함께했던 우리의 이 체험이 우리로 하여금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앗아갈 수 없는 부활의 기쁨을 성령 안에서 결실을 맺도록 전념하게 합니다.”
복음화, 곧 복음 선포의 기쁨이 많은 순간의 주제가 됐습니다. 교황님은 고조섬에 위치한 타피누의 국립 성모성지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 닻을 내리는 것임을 기억하며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환대를 강조하셨죠. (...)
“그렇습니다. 교황님은 마치 후렴구처럼 ‘교회의 기쁨은 바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반복하셨습니다. 저는 저의 형제 주교님들에게 이 환대에서 미래를 위한 사목계획을 이미 수립했다고 말했습니다. 곧, 사라지지 않는 내적 평화의 증거를 통해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내적 평화란 십자가를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평온함과 기쁨으로 십자가를 지고, 삶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환대라는 주제 외에도 교황님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셨습니다. 리비아 해안에서 출발한 보트가 지중해에서 난파된 사건을 언급하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씀들은 어떤 중요성을 지니고 있나요?
“몰타 사회의 양심은 물론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인류애의 문명’에 호소하는 말씀입니다. 교황님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우리 형제자매들이 난파의 조난 희생자가 되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 또한 우리 문명에서 난파된 희생자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인류애가 실패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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