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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를 위해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여는 교황 (2022년)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를 위해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여는 교황 (2022년) 

평화와 화해, 라퀼라의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

올해 729주년을 맞이하는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가 이탈리아 아브루초 주에서 시작된다. 오는 8월 28일 교황청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이 ‘성문’(聖門)을 열 예정이다. 피에르루이지 비온디 라퀼라 시장은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발자취를 따라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공동체의 일치 정신을 굳건히 하는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iancarlo La Vella

1294년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에 의해 제정된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가 오는 8월 28일 라퀼라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직접 라퀼라에서 선포한 희년을 폐막하는 성격을 띤다. 행사를 위해 교황청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이 교황을 대신해 8월 28일 라퀼라를 방문하고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에서 성문을 여는 예식을 집전할 예정이다. 성문 개방 이튿날까지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올해 729주년을 맞이하는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를 위해 아브루초 주는 종교 행사 외에 다채로운 공연과 기타 많은 예술·문화 행사를 마련한다.

유네스코 유산

‘첼레스티노 대사’는 2019년 유네스코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역사적 행사로, 아브루초 주와 그 밖의 지역 주민들이 깊은 신심으로 참여하는 전통적인 연례 행사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금도 순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신앙과 문화

지난 729년 동안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는 신자들이 라퀼라에 있는 콜레마조 대성당의 성문을 통과해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이 희망한 대로 친밀하고도 포괄적인 대사를 받을 수 있는 장엄한 전례를 거행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진 피해로 새로운 빛을 필요로 했던 지역사회의 깊은 화해를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라퀼라는 ‘첼레스티노 대사’를 통해 다시 한번 국제적인 문화 무대가 됐다. 8월 23일부터 30일까지 역사적이고 영적인 성찰, 콘서트, 공연, 역사 재연 등 놓칠 수 없는 행사로 가득한 날들이 펼쳐진다.

신앙의 불

라퀼라에는 몬테 모로네에서 라퀼라로 옮겨온 불이 콜레마조 대성당 앞에 도착할 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바로 이 라퀼라에서, 고대 프랑스 앙주 공국의 찰스 2세 국왕 일행이 은수자인 피에트로 안젤레리오가 기거하던 수도원을 찾아 그에게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횃불로 밤을 밝힌 왕실 행렬의 인도를 받아 라퀼라에 도착한 그는 콜레마조 대성당에서 찰스 왕과 그의 아들인 후계자 찰스 마르텔이 지켜보는 가운데 첼레스티노 5세라는 이름으로 즉위했다. 라퀼라에 불을 옮기는 전통은 바로 이 일화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에 전하는 화해의 메시지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탁월한 행보 중 하나는 1294년 ‘용서의 칙서’를 반포한 것이다. 이 칙서는 매년 8월 28일 저녁기도부터 이튿날 저녁기도 사이에 콜레마조 대성당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며 성문을 통과하는 모든 신자에게 전대사를 수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첼레스티노 대사’가 처음 제정됐다. 피에르루이지 비온디 라퀼라 시장은 오늘날에도 이 역사가 신자들에게 깊은 의미를 준다며, 2009년 지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라퀼라가 회심과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새롭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하 피에르루이지 비온디 라퀼라 시장과의 일문일답:

시장님, ‘첼레스티노 대사’는 라퀼라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첼레스티노 대사’는 역사상 최초의 희년을 기념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님이 매일 저희를 인도하십니다. 저희가 ‘용서의 칙서’를 다시 읽을 때에도 함께하십니다. 저희는 칙서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면서 크나큰 사랑과 공동체 정신으로 충만해집니다.”

특히 올해는 세속 문화와 신앙의 세계가 함께 걷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인을 기리는 축제의 세속적 측면과 영적 측면 사이의 연관성은 오래됐습니다. 저희는 이를 현대적이고 최대한 객관적인 방식으로 조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과 함께 연극 공연과 무용, 기타 온갖 이벤트가 열리는 ‘용서의 무대’(Teatro del Perdono)를 통해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의 막이 오릅니다. 이는 당대 요소를 반영해 미래의 토대를 구축하는 도시의 문화적 활기를 강조하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라퀼라를 비롯해 인근 지역은 지진의 상처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재건의 길은 구체적으로 시작됐나요?

“과거엔 재건 작업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날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진으로 끊어진 지역사회의 유대를 다시 연결하는 보다 폭넓은 프로세스가 구체적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라퀼라 주민들의 디아스포라, 곧 고향을 떠나는 과정에서 이러한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있고, 다시 문을 열거나 새로 문을 여는 사업체도 늘어나고 있으며, 대학과 아퀼라 인근 그란사소 지역 그리고 음악원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지역사회의 유대를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입증합니다. 대체로 이처럼 큰 활기를 통해 라퀼라가 걸어온 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산을 넘었고 이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해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에 참석하셔서 용서의 희년을 선포하시는 등 항상 친밀함을 표현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행보도 ‘자비’를 사회 전체에 확산시키는 방법이 아닐런지요?

“작년에 교황님은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 참석과 성문 개방 그리고 콜레마조 대성당에서 열린 삼종기도 등 큰 선물을 주시며 저희에게 평화와 관용, 자비와 화해의 도시라는 칭호를 부여하셨을 뿐 아니라 자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셨습니다. 라퀼라는 지진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고통을 당한 도시입니다.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나 전 세계 분쟁 지역의 주민들이 생각지도 못한 고통을 당한 것처럼, 그리고 박해를 받는 소수 민족이 생각지도 못한 고통을 당한 것처럼 말입니다. 교황님의 라퀼라 방문은 그 자체로 자비와 민족 간의 평화에 대한 위대한 메시지였습니다. 7세기가 지난 지금도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님이 이 시대에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준 매우 적절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전 세계를 향한 평화의 염원이 라퀼라에서 시작될까요?

“물론입니다. 작년부터 저희가 ‘용서의 상’을 제정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교황님께 이 상을 수여했죠. 올해도 저희는 이 상을 통해 민족 간의 화해를 말할 것입니다. 그것은 콜레마조 대성당이 상징하는 보편적 평화의 메시지입니다. 곧, 회심하고 화해한다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모든 이를 받아들이고 모든 이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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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월 2023,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