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포콜라레 운동... 활동과 결과 보고
Adriana Masotti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우리는 이 말씀을 위해, 일치를 위해, 세상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12월 7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전야에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마리아사업회(이하 포콜라레 운동)를 창설한 키아라 루빅의 이 말처럼, 이 교회적 현실의 목표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포콜라레 운동의 영성의 핵심인 일치는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이 운동에 참여한 전 세계 개인과 단체에 영감을 주고 이니셔티브와 모임의 활성화를 통해 예외 없이 일상 생활과 생활 방식에서 대화하는 삶의 방식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포콜라레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이 2월 20일 로마에서 발표된 포콜라레 운동의 두 번째 보고서인 2022년도 포콜라레 운동 활동 및 결과 보고서에 설명돼 있다.
대화, 포콜라레 운동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
예수회 로마 총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포콜라레 운동 회장 마가렛 카람, 공동회장 헤수스 모란 세페다노 신부가 참석한 가운데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서방부서장 후안 페르난도 우스마 고메스 몬시뇰, 이탈리아 가톨릭 액션 회장 주세페 노타르스테파노, 포콜라레 종교간대화센터장 리타 무살렘, 포콜라레 운동 총괄 관리자 지안카를로 크리산티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이와 관련해 테르메교구장 겸 이탈리아 정교회 보좌주교 아테나고라스 파시올로 주교와 경제학자 겸 볼로냐 대학 정치경제학과 교수 스테파노 자마니도 참석했다. 지난 2022년 포콜라레 운동의 여정을 이해하는 핵심은 교회와 그리스도교 교파 간, 종교 간, 다른 문화권 간, 기관 간 그리고 현재의 글로벌 도전에 대한 헌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 대화, 곧 다양성을 빛내는 대화다. 각 영역별로 전 세계에서 시행된 프로젝트와 해당 대화의 “뿌리”를 다룬 시간이 마련됐으며, 기자회견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경제적 균형, 형제애와 평화를 향한 여정의 필수 동반자인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 네트워크가 소개됐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랑, 이를테면 자신의 울타리 내에 교만하게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이에게 마음을 열고, 선의의 모든 이와 협력해 세상의 평화와 일치를 함께 이룩할 줄 아는 사랑을 요구하십니다”(키아라 루빅).
예언자적 몸짓
마가렛 카람 회장은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인류에게 힘겹고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에 보고서 발행이 이뤄졌다면서도 “동시에 서로 다른 신앙, 문화, 전통을 가진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수많은 사건과 연대의 행동이 종종 알려지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이 여정을 계속 이어가도록 격려한다고 덧붙였다. 공동회장 헤수스 모란 세페다노 신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대화는 가능하다”면서 예언적 가치가 있는 몸짓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인류가 살아가는 환경에 귀 기울이겠다는 다짐도 언급했다. “우리는 대화의 문화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결과적으로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힘의 논리, 불평등, 누군가의 사익이 낳은 결과입니다. 이는 대화와 정반대입니다.”
대화와 평화
발제에 나선 주세페 노타르스테파노 이탈리아 가톨릭 액션 회장은 현재 일어나는 모든 좋은 일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긍정적인 측면과 비판적인 측면을 인식하는 게 가톨릭 액션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삶을 다시 생각하고 이를 더 잘 전달하며 다른 이들과 나누는 방법을 이해하는 게 다른 사회적 프로세스, 네트워크, 파트너십 등을 자극하는 데 필요하다”며, 이는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파시올로 주교는 교회 간 대화가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앗아가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 주기에 풍요로움을 더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서방부서장 후안 페르난도 우스마 고메스 몬시뇰은 활동 및 결과를 다시 살펴본다는 것은 “세상과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계획을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며 “교황은 평화의 관점에서 일치를 바라보고 차이 안에서 일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이 “평화를 에큐메니즘의 핵심으로, 에큐메니즘을 평화의 핵심으로 만들자”고 초대했음을 상기했다. 레바논 출신 리타 무살렘 포콜라레 종교간대화센터장은 종교 간 대화 분야에서 포콜라레 운동이 나아가고 있는 길이 삶과 예언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따라 전개된다고 말했다. “포콜라레 운동은 운동이 도달한 곳마다 그곳 사람들에게 복음대로 살아가도록 격려해줬습니다. 심지어 다른 종교인에게서도 환대를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상호 관계성을 경험하는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형제애는 온 인류를 한 가족으로 일치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입니다”(키아라 루빅).
자마니 교수 “선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
볼로냐 대학 정치경제학과 교수 스테파노 자마니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악은 선보다 더 많은 것을 끌어당기고, 아름다움은 추함보다 더 많은 것을 끌어당기며, 지식은 무지보다 더 많은 것을 끌어당깁니다. 가톨릭 세계에서 이따금씩 소통의 중요성이 간과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행에 대해 강조해야 합니다. 그에 대해 말하고, 널리 알려야 합니다.” 자마니 교수는 또 “성취된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향후 포콜라레 운동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하자고 촉구했다. 아울러 종교 간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평화의 문제를 비롯해 어린아이 때부터 시작하는 양성 경험,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ia di Comunione)에 대한 모색도 언급했다. 자마니 교수는 “평화를 요구하는 것과 평화를 실제로 이룩하는 문제는 다르다”며 “발전은 평화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말한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을 떠올렸다. 이는 민주주의의 증진과 마찬가지로 포콜라레 운동이 추진하는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숫자와 사람, “재화의 나눔”을 실현하는 주체
지안카를로 크리산티 포콜라레 운동 총괄 관리자는 “보고서”라고 하면 많은 숫자를 생각하지만 그 숫자에는 그 일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이 누락돼 있다면서 “활동 및 결과 보고서”에는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티칸 뉴스」에 각 회원이 경험하는 ‘재화의 나눔’ 관리를 통해 포콜라레 운동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헌신을 설명했다. 그는 활동 및 결과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는 이러한 재화의 나눔이 어떻게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업, 프로젝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말하자면 재화의 나눔이 비록 숫자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계가 조금 더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사업, 프로젝트, 작업으로 구성된 나눔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며 “재화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복음을 살아내는 우리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수도회와 비교하자면, 프란치스코회는 재화와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프란치스코 성인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화를 온 인류 가족과 세상의 모든 공동체에 선순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봅니다.” 크리산티 총괄 관리자는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이념이나 서로 다른 생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나누는 게 얼마나 많은 것을 쌓아갈 수 있는지 깨닫게 됐다”며 “복음의 빛에 비추어 경험을 나누는 것은 재화의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원과 관련해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과 같은 자원에 비춰볼 때 확실히 우리가 가진 것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이해하는 식별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자원을 둘러싼 전쟁과 분쟁으로 점점 더 갈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일치의 이상을 실현하고 증거하는 데 여전히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상호 관계성이 탄생하는 “친밀함” 체험
인도에서 수년간 거주했던 포콜라레 운동의 종교간대화센터 공동 책임자 안토니오 살림베니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인 형제애를 구축하려면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살림베니 공동 책임자는 힌두교인들과 맺은 관계, 그들의 문화와 종교의 아름다움, 그들의 입장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발견에 대해 그리고 포콜라레 운동이 전하는 보편적 형제애의 메시지에 매력을 느껴 무슬림 회원들로만 구성된 포콜라레 운동 공동체가 탄생한 알제리의 포콜라레 운동 회원들의 경험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리에게 대화는 단순히 함께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우리 자신을 이웃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고 상대방이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하여 상대방 스스로 자신 안에 담고 있는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실천하며 우리는 그의 고통을 느끼고, 그가 겪고 있는 것을 느끼며, 이 과정에서 상대방도 똑같이 느끼고 상호 사랑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 차이에도 불구하고 형제자매임을 발견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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