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수마트라주에 내린 폭우로 피해 입은 마을 서수마트라주에 내린 폭우로 피해 입은 마을  (AFP or licensors)

인니 파당교구장 솔리친 주교 “기후변화로 수마트라섬이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서수마트라 파당교구장 비투스 루비안토 솔리친 주교가 관할 지역에 발생한 비극적 홍수 피해를 설명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데 있어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반시설이 부족합니다. 무슬림 주민들이 그리스도인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Deborah Castellano Lubov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최소 62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실종됐으며 3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서수마트라 파당교구장 비투스 루비안토 솔리친 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난 상황을 설명하며 환경위기로 인해 이러한 재난이 더욱 빈번하고 파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저녁 서수마트라의 세 지역이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화산이류(라하르)에 휩쓸렸다. 특별히 이번 홍수와 산사태는 인근 마라피 화산의 화산이류로 인한 추가 피해를 동반했다. 화산이류는 화산 분출로 쌓인 화산재가 물이나 암석 잔해와 섞이며 시멘트 반죽처럼 변해 눈사태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을 뜻한다. 수마트라섬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인 마라피 화산은 지난해 12월 대규모 폭발로 희생자를 발생시킨 바 있으며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현지 언론은 이번 재난으로 희생자 62명 가운데 45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현지 구조대가 다른 17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4일 현재 약 3400명의 지역 주민이 인근 임시 피난처로 대피했다. 당국은 다음 주까지 서수마트라 지역에 폭우가 예상되므로 최소 5월 22일까지 집중호우와 산사태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은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산비탈에 접근하지 말라는 안내를 받았다.

파당교구장 “충격적인 피해”

서수마트라 파당교구장 비투스 루비안토 솔리친 주교는 관할 지역인 서수마트라를 덮친 강력한 폭우 상황을 설명하며 엄청난 규모의 산사태로 충격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로가 봉쇄돼 이동이 불가능해지는 등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솔리친 주교는 “정부 당국과 구조대원들이 힘을 합쳐 해당 지역을 정리하면 교통과 이동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편과 위험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기반시설

솔리친 주교는 “정부가 고속도로를 건설할 의지가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10월부터 4월까지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서수마트라 지역의 특징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자연재해에 언제든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해결책을 준비하는 게 절실하다. 언덕과 계곡이 많고, 이 마저도 대부분 좁은 도로로 연결돼 있는 서수마트라 지역의 지형적 특성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솔리친 주교는 “특히 과도한 삼림벌채로 인한 산사태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마트라섬 서부,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수마트라섬 서부,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그리스도인들의 도움

이 모든 어려움과 더불어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도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특히 서수마트라 지역은 무슬림 비율이 매우 높다. “저희 교구의 그리스도인은 0.1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은 한 명도 없고 모두가 무슬림입니다. 하지만 무슬림은 그리스도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좀 더 중립적이거나 민간 성격을 지닌 단체, 예를 들어 적십자 등의 이름을 사용해 도움의 손길을 건넵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저희는 그들을 돕고자 하지만 그들은 교회의 도움을 원하지 않습니다. 무슬림 입장에서는 저희가 그들을 개종시키려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이를 경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는 이 비극을 함께 이겨내고자 할 뿐입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5 5월 2024,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