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거룩함이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든지! 참된 행복의 길을 선택합시다”
번역 김호열 신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축일을 축하합니다!
오늘 전례의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은 우리에게 하늘 나라에 대해 들려주면서, 우리 앞에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묵시 7,9)를 소개해줍니다. 그들은 “그 위에서(하늘 나라에서)” 무엇을 합니까? 그들은 함께 노래하고, 기쁨으로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입니다. (…) 그럴 수는 없지만 대신 상상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 때가 언제인지 알고 계십니까? 미사 중에 우리가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하고 노래할 때입니다. 이 노래는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늘에서 노래하고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찬미가입니다(이사 6,3; 묵시 4,8 참조). 찬양의 찬미가입니다. 그러므로 “거룩하시다”를 노래하는 것은 성인들을 생각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행하는 것을 우리도 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사 중의 그 순간은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성인들과 함께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모든 성인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례력에 올라 있는 잘 알려진 성인들뿐 아니라, “문 근처에 있는” 성인들, 이제는 “큰 무리”의 일부가 된 우리들의 가족들과 지인들과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가족 축제입니다. 성인들은 우리와 가까이에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우리의 진정한 형제자매들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를 사랑하며, 우리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를 알고, 우리를 도와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행복하며, 우리도 천국에서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오늘 복음에서 제시하고 있는 너무나 아름답고 잘 알려져 있는 행복의 길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마태 5,3-8 참조).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복음은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부자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복음은 온유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힘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복음은 순수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교활하고 향락적인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참된 행복의 길과 성화의 길이 패배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독서에서 보는 것처럼 성인들은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9절) 서 있습니다. 이 가지는 승리의 상징들입니다. 세상이 아니라 성인들이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편에 서라고, 다시 말해 거룩하신 분 하느님을 선택하라고 권고합니다.
우리 각자 어느 편에 서있는지 자문해봅시다. 우리는 하늘 나라에 속해 있습니까, 아니면 세상에 속해 있습니까? 주님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영원한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현재의 만족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진정으로 성화를 원하고 있는지 각자 자문해봅시다. 비난도 받지 않고 칭찬도 받지 않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데 그치면서, 과장되지 않게 하느님을 믿고 이웃을 존중하는 것만 원하는지 자문해봅시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전부를 요구하시며 그 보상으로 우리에게 참생명을, 우리가 창조된 이유인 행복을 주십니다”(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 1항). 간단히 말해서, 거룩함이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든지(Insomma, o santità o niente)! 우리가 하느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가 겸손과 온유와 자비와 순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세상보다는 하늘 나라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지상에서 계산하지 않고, 하늘 나라에서 우리를 “응원하는” 성인들에 의해 자극받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오늘 (하늘 나라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은 우리가 또 한번 ‘(오늘 복음이) 아름다운 복음이구나’하고 느끼는 것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 복음을 실천에 옮기고, 참된 행복의 길을 걸어 가도록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그것은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고 가족으로 인도하고 집으로 인도하는 겸손과 온유와 자비와 순결의 길을 매일매일 걷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미리 봅니다. 우리가 탄생한 의미를 축하합시다. 우리는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해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격려 하시고, 참된 행복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마태 5,12). 성인들의 여왕이시며 천주의 성모께서 우리가 성화의 길을 굳건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합시다. 하늘의 문이신 성모님, 이 세상을 떠난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