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기내 기자회견… “장벽을 세운 사람은 장벽의 포로될 것”
Linda Bordoni / 번역 김근영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틀간의 북아프리카 모로코 사도적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항공기에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자들이 던진 다양한 주제의 질문들에 답했다.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간의 대화
이번 방문의 결과가 세계 평화나 서로 다른 문화 간 대화라는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이느냐는 물음에 교황은 “나는 거기서 꽃을 보았다”며 “열매는 나중에 나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교황은 모로코 방문 중에, 그리고 앞서 방문한 아부다비 방문과 관련해 평화, 일치, 형제애 등에 관해 말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특히 (앞서 방문한 아부다비에서) 알아즈하르의 대이맘과 함께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교황은 모로코에서 목격한 대로 종교 자유와 모든 형제자매들이 환대 받고 존경 받는 원칙을 옹호했다.
“이는 열매를 약속하는 아름다운 공존의 꽃입니다. 우리는 절대 포기해선 안 됩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교황은 “모든 종교에는 언제나 근본주의자 그룹이 있다”며 “그들은 앞으로 나가지 않은 채 과거의 투쟁과 관련한 쓰라린 기억 속에서 살아가며, 더 많은 전쟁을 추구하고 공포심을 퍼뜨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다양한 수준의 인간관계가 있을 때라야 대화를 꽃피워 나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형제적 대화를 위해 꾸준히 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간이라면, 정신과 마음과 손이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교황은 모로코 라바트에서 예루살렘에 관한 공동의 입장에 서명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는 모로코의 권위나 교황청의 권위로 진전된 게 아니라 형제 신앙인들에 의해 한발자국 앞으로 나간 것”이라며 “그들은 이 희망의 도시가 유다인, 무슬림, 그리스도인 등 우리 모두가 원하는 만큼 보편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보면서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예루살렘의 시민이며, 믿는 사람들입니다.”
장벽이 아닌 다리 놓기
교황은 다리가 아니라 장벽을 세우려는 사람들과 관련해 “그들은 그들이 세운 장벽의 포로가 될 것”이지만, 다리를 놓는 사람들은 긴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다리를 놓는 작업에는 많은 노력이 투입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교황은 이보 안드리치(Ivo Andrich)의 소설 『드리나 강의 다리』에서 묘사된 구절에 감동을 받곤 했다면서 “그 다리는 천사의 날개가 달린 하느님이 만든 것이라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벽은 소통을 방해하고 격리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장벽을 세우는 사람들은 장벽의 포로가 되어 거기에 갇힐 것이라고 말했다.
신앙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무슬림이 모든 나라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물음과 관련해 교황은 가톨릭 교회가 교리서에서 이단자들에 대한 사형 항목을 300년 전에 삭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교회의 의식과 고유한 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성장했으며 차츰 인간의 인격과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증진했기 때문이라고 교황은 덧붙였다.
교황은 개종의 문제가 몇몇 국가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모로코의 사례를 언급했다. 교황은 모로코에서는 모든 신앙인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몇몇 그리스도교 국가들에서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컨대 몇몇 (그리스도교) 국가들에서 일부 의사들은 안락사와 관련한 양심적 거부 권리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교회는 앞으로 나가고 그리스도교 국가들은 뒤로 물러가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교황은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일부 정부 관료들에 의해 우리의 양심의 자유를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양심의 자유가 신앙의 자유를 향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바르바랭 추기경
프랑스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 학대 은폐 혐의를 받고 있는 바르바랭(Barbarin) 추기경의 상황과 관련해 교황은 현재 사건이 수사 중이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를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릴 때까지 언론이 비난조의 기사를 발행하기 전에 기자들이 두 번 생각해보라고 권고했다.
이주민 문제
한 기자는 정책 입안자나 정부 지도자들이 이주민들을 보호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교황의 거듭된 호소를 강조하면서 유럽의 정책들이 정확히 (교황의 호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이어 포퓰리즘 정책들이 주로 그리스도인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기자는 교황에게 “이러한 슬픈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들 뿐아니라 선의의 많은 사람들 (…)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본다”면서, 그것이 바로 포퓰리즘의 먹잇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공포심이 독재 정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독일 나치 정권의 수립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이 멸망한 점을 떠올리면서 역사의 교훈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는 자신의 신념을 표명했다.
“공포심을 퍼뜨리는 것은 잔혹과 폐쇄와 불능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구통계학적 정체기를 생각해보십시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우리도 평균 수준 이하에 머물러있습니다.”
교황은 유럽이 이주민들로 “만들어졌다”는 점과 이주민들로 인해 부요함을 누리게 됐다는 역사적 기억이 잊혀지는 상황을 비난했다.
교황은 유럽 국가들이 어린이를 죽이려고 예멘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안전”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설파하는 일관성을 호소했다.
“저는 이것을 하나의 예로 들었습니다만, 유럽은 무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 뒤에는 기갈에 허덕이는 문제가 생깁니다. 만일 유럽이 할머니 유럽이 아니라 어머니 유럽이 되길 원한다면, 투자를 해야 합니다. 투자를 통해,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똑똑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교황은 강제 이주를 막을 수는 없지만 너그러움, 교육, 경제적 투자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유럽에 오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정착시키는 방법과 관련해 한 국가가 모든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유럽 전체는 이민자들을 (고르게) 정착시킬 수 있다”면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들은 “동반하고 증진하고 통합하는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