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섬긴다는 것은 문명들 사이에 다리를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

모로코 사도적 순방에 대한 교리 교육

“희망을 섬긴다는 것은 문명들 사이에 다리를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30일 토요일과 31일 주일에 모함메드 6세 국왕의 초대로 모로코 사도적 순방을 다녀왔습니다. 모함메드 6세 국왕과 모로코 당국자들의 “따뜻한 환영과 모든 협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특히 형제처럼,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신 국왕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번 순방의 모토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의 세상에서 “희망의 종”이 되기 위해, 무슬림 형제 자매들과의 대화와 만남의 여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순례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발자취를 따른 것이었습니다. 800년 전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술탄 알 말리크 알 카밀(Sultan al-Malik al-Kamil)에게 평화와 형제애의 메시지를 가지고 갔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이슬람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바티칸을 방문한 하산 2세 국왕의 예방을 받으신 후, 1985년에 기억에 남을 모로코 순방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물을 것입니다. ‘왜 교황은 가톨릭 신자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무슬림 신자들도 만나는가? 많은 종교가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종교가 존재하는가?’ 무슬림들과 함께 우리는 동일한 아버지인 아브라함의 자손입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많은 종교를 허락하셨을까요?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스콜라 학파 신학자들은 ‘하느님의 허용적인 뜻(voluntas permissiva di Dio)’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현실을 허용하길 원했습니다. 많은 종교들이 있습니다. 어떤 종교는 문화에서 생겨 났지만,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고 하느님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우리들 사이의 형제애입니다. 특별히 우리와 같은 아브라함의 자손들이자 우리의 형제들인 무슬림들과의 형제애입니다. 바로 여기에 이번 순방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차이를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 이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인생 여정을 함께 걸어 가는데 있어서 형제애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희망을 섬긴다는 것은 우선 문명들 사이에 다리를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행함에 있어서, 모로코 국민들과 통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귀한 모로코 왕국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기쁨이었고 영광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모로코에서 있었던 중요한 국제 정상회담들을 생각하면서, 모함메드 6세 국왕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평화와 정의를 증진시키고, 피조물, 곧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데 있어서 종교의 본질적인 역할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또한 모함메드 6세 국왕과 함께 예루살렘을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했습니다. 왜냐하면 ‘거룩한 도시’는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고, 평화적인 만남의 장소, 특히 3대 유일신 종교(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신자들의 평화적인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함메드 5세와 하산 2세 국왕을 기억하면서, 모함메드 5세 국왕의 영묘를 방문했습니다. 또한 이맘(imam, 이슬람 지도자)들과 남녀 설교자들의 양성을 위한 모함메드 6세 교육원을 방문했습니다. 이 교육원은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폭력과 극단주의를 거부하는 이슬람을 장려하는,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며 형제애를 이루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저는 모로코 당국자들과의 대화를 비롯해 이민자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이민자 문제에 대해 특히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민자들 가운데 몇 사람은 이민자들을 인간으로 대하고 환영하는 공동체를 만났을 때 이민자로서의 그들의 삶이 변화되고 인간답게 된다는 것을 증언했습니다. 이것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지난 12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는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상적인 이민을 증진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 채택됐습니다. 국제 사회가 책임을 지기 위한 여정의 중요한 단계였습니다. 교황청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동사로 요약된 기여를 제공했습니다. 이민자 환대, 이민자 보호, 이민자 증진, 이민자 통합이 그것입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돌봄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네 가지 행동을 통해, 각자의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열려 있으며 이를 인류 형제애의 표징으로 유용하면서,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모로코 교회는 이민자들 곁에 있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민자(migrante)’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민하는 사람(persone migranti)’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왜냐하면 ‘migrante’는 형용사(‘이주의, 옮겨 다니는’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persona’는 명사(‘인간’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형용사 문화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는 형용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우리는 자주 명사를, 곧 본질을 망각합니다. 형용사는 항상 명사에, 인간에 묶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으며, 너무 액체 같거나 ‘기체와 같이 흘러가는’ 형용사 문화에 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모로코 교회는 이민하는 사람들 가까이에 있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그들을 위해 관대함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격려합니다.

순방 두 번째 날인 31일 주일은 그리스도 공동체를 위한 날이었습니다. 우선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 수녀님들은 이곳 바티칸 내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도 보육원과 어린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수녀님들은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일하고 있으며, 모로코 국민들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바트 주교좌 성당에서는 사제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교회일치위원회와 만났습니다. 이들은 모로코의 작은 양떼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만남의 시작 부분에 낭독된, 복음에 나오는 소금과 빛과 누룩(마태 5,13-16; 13,33 참조)의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닙니다. 소금이 풍미를 내고 빛을 비추며 빵을 부풀게 하는 누룩의 힘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우선 대화와 우정의 삶의 모습으로 그리스도인 가운데서 살면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게 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 35).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거행된 주일 성찬례에서 교회 공동체의 기쁨의 기초와 완전한 표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약 60 개의 다른 국적을 가진 수천명의 신자들이 참례했습니다. 이슬람 국가의 심장부에 있는 하느님 백성의 특별한 현현이었습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비유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들이 당신의 기쁨과 용서와 화해의 잔치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바라시는, 하느님 계획의 아름다움을 우리 가운데에서 빛나게 했습니다. 이 축제에는 자신이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알고, 형제나 자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느님과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무슬림들이 매일 관대하고 자비로운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하는 곳(무슬림 회당)에서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위대한 비유가 (낭독되어) 울려 퍼진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이 (자비로우신) 아버지 품 안에서 살고, 오직 (서로가) 형제들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만이 이 세상에서 ‘희망의 종’, ‘희망을 섬기는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