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기자회견, 교황 “주님께서 주시는 에너지에 감사드립니다!”
Linda Bordoni from Andrea Tornielli's inflight transcript / 번역 김단희
사흘간의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등 서발칸 국가 사도적 순방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인상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교황은 “두 나라가 완전히 다르다”고 대답했다.
교황은 불가리아가 오랜 전통을 지닌 나라라고 말했다. 반면, 북마케도니아의 경우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신생국이며, “젊은 국민”의 나라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근래에 북마케도니아가 국가로서의 위치를 확립한 사실을 기억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도교의 서방 전파를 상징하는 국가라면서, 아시아로 가려다 마케도니아로 부르심을 받은 사도 바오로를 통해 그리스도교가 전파된 과정을 언급했다.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그리스도교가 그들의 대문을 통해 들어왔다는 사실을 늘 기억합니다.”
이어 교황은 1877년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 하기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20만 러시아 군인들을 언급하면서, 불가리아가 수많은 전쟁과 폭력에 고통 받아왔다고 말했다.
“독립을 위해 너무나 많은 투쟁이 있었고, 수많은 이들을 피를 흘렸으며,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신비주의적 신앙이 많이 있었습니다.” 교황은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양국에서 동방정교회, 가톨릭, 그리고 무슬림 공동체가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양국 내 서로 다른 종교 간에 우호적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높이 사는 한편, 다양성과 인권에 대해 “관용”이 아닌 “존중”을 선언한 점에 감탄했다.
교황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한 기자는 교황이 여러 나라를 순방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힘과 에너지를 어디에서 찾는지를 물었다.
“우선 마법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교황은 그의 힘과 에너지가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면서,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는 “스스로를 잊어버리고” 다만 “그곳에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피곤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여행에 지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여행을 마치고 나면 피곤할 뿐입니다. 주님께서 제게 힘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항상 충실할 수 있도록, 주님을 섬길 수 있도록, 이 여정이 관광이 되지 않도록 주님께 기도 드립니다. 그리고 (…) 저는 그다지 열심히 일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동방정교회와의 관계
동방정교회 내 분쟁에 관한 질문에 교황은 일반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선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해 대답했다.
교황은 동방정교회 총대주교들이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방 교회의 분열에 대한 북마케도니아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교황이 이 분열을 해결하러 오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우리가 형제로서 손을 맞잡지 않으면 성삼위를 찬미할 수 없습니다.”
복자 알로지제 스테피나츠 추기경의 시성 과정
복자 알로지제 스테피나츠(Alojzije Stepinac) 추기경의 시성에 관한 질문에 교황은 그가 고결한 인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그의 시복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성 절차 가운데 불분명한 점들이 발견됐고, 이에 시성 절차를 승인하는 서류에 서명하기 전에 기도하고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레네우스(Irenaeus) 세르비아 총대주교에게 조언과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 두 사람 모두가 (이 과정에) 잘못이 없길 바라고 있으며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서 역사조사위원회의 설립 사실을 알리는 한편, 몇 가지 사안들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철저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진실은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하느님의 심판이 두려울 뿐입니다.”
여성 부제
교황은 불가리아 사도적 방문 일정 중 여성을 부제직에 임명해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을 구축한 동방정교회 공동체를 방문했다. 며칠 후에는 세계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에 여성 부제에 관한 검토 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알게 된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교황은 지난 2016년 여성 부제 허용 여부를 검토할 위원회를 창설한 바 있다.
교황은 시각 차이로 활동이 중단되기 전까지 거의 2년에 걸쳐 위원회가 이 문제를 검토해 왔다면서, 여성 부제에 관한 사안을 다룸에 있어 “남성 부제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 부제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여성 부제가 남성 부제와 동일한 방식과 지향점 아래 임명됐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교황은 위원회가 검토 과정에 훌륭히 임해줬다면서, 여기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찬성 혹은 반대”라는 명확한 결론의 도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신학자들도 현재 다양한 가설을 연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감동적인 기억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 교황은 ‘마더 데레사 기념관’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했다. 교황은 데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 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빈민들을 대하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방식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녀님들은 온정주의적인 모습 없이, 마치 어린 아이에게 하듯 빈민들을 보살폈습니다. 그분들은 빈민에게 다가가 그들을 어루만질 줄 압니다.”
교황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이웃 사이에서도, 심지어는 가정 내에서도 모욕적인 언사가 오간다”면서, 현대 사회는 모욕적인 언사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모욕의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수녀들의 상냥함에서 어머니 교회를 “느꼈다”면서 “이 귀중한 경험에 북마케도니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교황은 이번 일정 중 불가리아에서 첫영성체 예식을 거행했던 감동적인 순간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1944년 10월 8일 저의 첫영성체 예식이 떠올라 감동적이었습니다. (…) 교회는 아이들을 돌봅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의 약속이며, 반드시 성장해야 합니다. (첫영성체 예식의) 그 순간 저는 이 245명의 아이들이 교회와 불가리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