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순결을 바라는 이념주의자들은 그리스도를 박해합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사도행전에 대한 교리 교육: 11.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사도 9,15)
사울, 박해자에서 복음 선포자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스테파노가 돌을 맞고 순교한 사건이 있은 후에, 베드로 사도 옆에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강하게 각인된 인물입니다. 바로 “사울이라는 젊은이”(사도 7,58)입니다. 그는 처음엔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하고, 교회를 없애 버리려고 한 사람으로 묘사됩니다(사도 8,3 참조). 하지만 나중에는 만민에게(ad gentes)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도구가 됩니다(사도 9,15; 22,21; 26,17 참조).
사울은 대사제의 승인을 받아 그리스도인들을 찾아내어 잡아 가두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들 중에 독재 정권들에 의해 박해를 받은 나라에서 오신 분들은 사람들을 잡아 가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사울은 그리스도인들을 잡아 가두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주님의 율법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울이 “주님의 제자들을 향하여 살기를 내뿜는데”(사도 9,1) ‘고무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에게는 생명이 아닌 죽음의 숨결이 있었습니다.
젊은 사울은 타협을 모르는 사람, 곧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편협함을 나타냅니다. 또 자신의 정치적 혹은 종교적 정체성을 절대화하고, 다른 사람은 자신이 맞서 싸워야 할 잠재적 원수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념주의자입니다. 사울에게 있어서 종교는 이념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종교이념, 사회이념, 정치이념으로 말입니다. 그는 오직 그리스도에 의해 변화된 후에야 실제 전투의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 (…)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에페 6,12)이라고 가르치게 됩니다. 그는 인간들과 싸우지 말고, 우리의 행동들에 영감을 주는 악과 싸워야 한다고 가르치게 됩니다.
사울의 화난 상태 - 사울은 화가 나 있었습니다 - 와 갈등 상황은 우리 각자로 하여금 이렇게 묻게 합니다. ‘나는 나의 신앙 생활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에게 호의적인가, 아니면 적대적인가? 나는 보편 교회(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모두)에 속해 있는가, 아니면 하나의 선택적인 이념을 갖고 있는가? 나는 하느님을 흠숭하는가, 아니면 교의적 교리들을 숭배하는가? 나의 종교 생활은 어떠한가? 하느님을 믿는 나의 신앙은 나와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호의적인가, 아니면 적대적인가?’
루카 복음사가는 사울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뿌리 뽑으려고 하지만, 주님께서 사울의 마음을 건드리고 회개시키기 위해 사울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것이 주님의 방식입니다. 마음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분께서 주도권을 잡고,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사울에게 나타나십니다. 이 사건은 사도행전에서 세 차례나 언급되었습니다(사도 9,3-19; 22,3-21; 26,4-23 참조). 하느님의 현현(顯現, teofania)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두 표현인 “빛(luce)”과 “소리(voce)”를 통해, 부활하신 분께서는 사울에게 나타나시고, (교회를 향한) 그의 격렬한 박해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 여기서 부활하신 분께서는 당신을 믿는 사람들과 당신이 하나라는 것을 나타내십니다. 교회의 구성원 한 사람을 해치는 것은 그리스도 자신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의 “순결”을 바라기 때문에 이념주의자들이 된 사람들 또한 그리스도를 박해합니다.
예수님의 목소리가 사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사도 9,6). 하지만 (땅에서) 일어난 사울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고, 장님이 되었습니다. (사울은) 강하고 권위 있고 독립적인 사람에서 약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볼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약하고, 도움이 필요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그를 비추었고, 그를 눈 멀게 했습니다. “이처럼, 그의 내면의 현실, 진리와 빛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그의 눈멂이 외적으로도 드러납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일반알현 훈화, 2008.9.3.).
사울과 부활하신 분 사이의 “몸에서 몸으로(corpo a corpo)”부터 사울의 “개인적인 부활”과 죽음에서 생명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변화의 길이 시작됩니다. 이전에는 영광이었던 것이, 진정한 유익인 그리스도와 그분 안에서의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쓰레기(해로운 것)”가 됩니다(필리 3,7-8 참조).
바오로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는 사울에게 한 것처럼, 우리 각자에게도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고, 하느님과 우리 자신 그리고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적이 아니라 형제가 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필리 2,5)을 우리 안에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도록, 당신 사랑으로 돌과 같은 마음이 살과 같은 마음으로 바뀌는(에제 11,15 참조) 체험을 한 사울처럼, 우리도 그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시길 아버지께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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