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세상에는 만남과 대화가 필요합니다”
Lydia O'Kane / 번역 김단희
지난 1897년 쭐랄롱꼰(라마 5세) 태국 국왕은 로마를 방문하고 레오 13세 교황을 만났다. 비그리스도교 국가 수장이 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쭐랄롱꼰 대학 총장은 쭐랄롱꼰 국왕이 “성별, 사회적 지위, 민족적 배경, 경제적 배경, 종교적 신념 등에 관계없이 각계각층의 모든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그 뜻에 따라 1917년 국왕의 이름을 딴 대학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11월 22일 금요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쭐랄롱꼰 대학교에서 그리스도교 종파 대표 및 비그리스도교 종단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교황은 태국 국왕과 레오 13세 교황의 이 중요한 만남이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대화와 상호이해의 길을 추구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다양한 형태의 현대판 노예제,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재앙과도 같은 인신매매를 종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형제애적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남과 대화
교황은 “경제 및 금융 세계화, 이주, 난민, 기근, 전쟁 등을 야기하는 비극적 내란 상황” 등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일수록 종교 간에 서로 존중, 존경, 협력하는 태도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도전적 상황들이 “우리로 하여금 그 어떤 지역이나 민족도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바깥 세상과 무관하게 집단의 현재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이야말로 만남과 대화의 논리를 우리가 가야 할 길로, 공동 협력을 행동강령으로, 상호 간 지식을 체계와 규범으로 삼아 대담하게 행동할 때”라고 지적했다.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기
교황은 우리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한편, “권리가 박탈된 이들, 억압받는 이들, 토착 원주민, 소수 종교인 등 우리 가운데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담대하게 기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부르심 받았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에 지혜 전수하기
끝으로 교황은 “노인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태국의 모습”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문화의) ‘뿌리’를 보호해, 국민들이 특정 구호, 종국에는 젊은 세대의 영혼을 저당잡고 공허하게 하는 그런 구호들을 쫓다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일이 없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에 지혜를 전수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 유산과 풍부한 역사를 발견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길 촉구했다.
교황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쭐랄롱꼰 대학과 같은 여러 교육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지식과 연구를 통해 “사람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정의를 강화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평화로운 분쟁 해결 방식을 모색하는 한편, 생명을 내어주는 지구의 자원을 보전하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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