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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교황청 주재 외교단 신년연설… 이란∙미국 사태, 대화와 국제법 준수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9일 교황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신년연설을 통해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이 “이라크 정부의 점진적 재건을 방해하고 더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Christopher Wells / 번역 김단희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행한 올해 신년연설에서 ‘희망’의 덕목을 강조했다. 교황은 희망이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다루는데 있어 우리의 방식을 고무하는 그리스도인의 필수 덕목”이라고 말했다. 

또 “교황청이 외교 영역에서 추구하는 주된 목표는 평화 구축과 온전한 인간 발전”이라면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과 대화를 촉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설했다.

대화의 기회 마련하는 사도적 순방

교황은 지난해 1월 파나마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청년대회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의 사도적 순방 일정을 회상했다. “젊은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기쁜 일이며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이며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직자를 비롯한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자행해온 “중대 범죄들”를 인정하는 한편, 지난해 2월 바티칸에서 열린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회의’를 통해 “교황청이 이미 벌어진 학대 정황들을 밝히고 미성년자 보호를 보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새롭게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 어른들이 “일정한 교육적 책임”을 다해 젊은이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오는 5월 14일로 예정된 “교육에 관한 국제협약 재정비(Reinventing the Global Compact on Education)” 행사를 언급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이 “시대적 변화”가 우리로 하여금 “교육 마을”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인간적 관계망 형성을 도모하도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정이 갖는 교육에 대한 기본권과 이를 도와야 할 교회 및 지역사회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교황은 젊은이들과의 대화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그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자세를 기후 문제 해결에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생태적 회심에는 인류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직면한 어려움들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아마존 시노드’가 기본적으로는 아마존 지역 교회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생태 관련 문제들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 아메리카 국가들 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위기 확산” 문제를 언급하고, 특별히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 상황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모두가 불균등, 불평등, 부패, 빈곤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대화의 문화”를 조성하고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이해와 평화로운 공존

교황은 2019년 2월 두 번째 해외 사도적 순방지로 아랍에미리트를 찾았다. 이 방문을 통해 교황은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이하 아부다비 공동 선언)에 공동으로 서명했다. 아부다비 공동 선언은 상호이해와 평화로운 공존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교황은 종교 간 대화를 위해 미래 세대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3월에 모로코를 방문하고 무함마드 6세 국왕과 예루살렘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황은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평화로운 공존의 상징적 공간이 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국제적 헌신

교황은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내전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로 하여금 이스라엘 성지뿐 아니라 지중해와 중동 지역에서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란과 미국 간 긴장 상태와 관련해서는 “이해 당사자 모두가 온전히 국제법을 준수해,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고 ‘대화와 자제력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를’” 호소했다.

교황은 국제사회가 망명을 희망하는 이주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인지하고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지중해가 “광대한 무덤”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개탄했다. 또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강제이주 문제에 대처하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도록 촉구하는 한편, “난민 정착에 따르는 부담을 나누고자” 노력하는 국가들의 관대한 태도를 높이샀다.

만남의 문화와 대화의 중요성

교황은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지역을 순방하면서 그곳에서 “만남의 문화와 대화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칸 서부지역, 조지아를 비롯한 남캅카스 지역의 상황을 언급하고, 유럽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러 ‘동결 분쟁’을 해결하려면 국제법의 준수와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키프로스 통일 협상을 지지하는 한편, 동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 또한 높이샀다. “분쟁을 해결하는 본질적 해법은 대화이지 무력이 아닙니다.” 

교황은 교황청이 유럽연합 창립 초기부터 “큰 관심을 갖고 함께해왔으며,” 50년째 유럽평의회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이 “참여와 연대의 정신에서 나온 포괄적 성장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것이라도 쉽게 부서지고 파괴될 수 있다”면서, “오랜 세월 유럽의 자랑이었던 연대의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언급하면서, “장벽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증오의 장벽보다는 화해와 연대의 가교를 더 좋아합니다.”    

아프리카 내 평화와 화해의 조짐

교황은 지난해 9월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아프리카에서 “평화와 화해의 표징을 목격했다”면서, △적대행위 중단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모잠비크 △불안한 현실이 안정감 있게 개선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서로 다른 종교 공동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리셔스를 응원했다.

이어 교황은 아프리카 대륙의 슬픈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무고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복음에 대한 충실성으로 박해를 받으며 목숨을 잃습니다.” 이에 교황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힘을 모아 “테러리즘이라는 재앙”을 근절하는 한편, 빈곤 감소, 의료 개선, 개발 및 인도주의적 원조 장려, 올바른 통치체제 및 시민권 확립 등의 실현을 위해 “실천적인 전략을 시행”하도록 호소했다.

아울러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소말리아 반도),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 모든 문화, 민족, 종교 집단 사이에서 형제애를 양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도록 촉구했다.

남수단 방문 희망

교황은 국내실향민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유엔 국내실향민에 관한 고위급패널의 활동에 지지를 표했다. 이어 수단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언급하면서 두 나라에 평화가 찾아오길 염원했다. “저는 남수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 중에 남수단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교황의 2019년 마지막 사도적 순방지는 동아시아의 태국과 일본이었다. 교황은 태국이 다양한 철학, 문화, 종교를 가진 여러 민족집단이 화합을 이루며 살아가는 나라라고 말했다. 

핵무기 반대

교황은 일본 방문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 인간이 서로에게 가할 수 있는 고통과 공포의 실상을 생생히 체험했다”고 말했다. “참된 평화는 핵무기에 의한 인류의 절멸 가능성이라는 위협에 기반할 수 없습니다.” 교황은 “핵무기 없는 세계는 가능하며 또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올해 4-5월에 열리는 제10차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재검토회의에 지지를 표했다.

교황은 지난해 해외 사도적 순방을 요약하면서 미처 방문하지 못한 한 나라, 곧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산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호주를 기억했다. “호주 국민들, 특별히 산불 피해자들과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유엔 창립 이념

교황은 올해가 유엔 창립 75주년을 기념하는 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 의지, 정의 추구, 인간존엄 존중, 인도주의적 협력 및 지원 등과 같은 유엔의 창립 이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국제관계의 바탕에 이 이념들이 자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98항을 참조해 “우리는 공동선을 도덕적 실천의 기준으로 삼고자 하는 전체 인류 가족의 결의를 재확인하고,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모든 이의 생존 및 평화로운 안전의 보장을 위해 협력하는 목표를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간의 기본권이란 “본질적으로 인간 본성에 내재돼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교황은 오늘날의 지정학적 현실을 언급하면서 “또 한 차례 유엔체제를 비롯한 다자체제의 전반적 개혁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 올해가 위대한 예술가 라파엘로 서거 50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탈리아 국민들이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열림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끝으로 교황은 성모승천이 교리로 선포된 지 70년, 그리고 1995년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회의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 2020년을 맞아 “모든 여성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여성이 사회 안에서 수행하는 귀중한 역할이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이 인정받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불평등, 차별, 폭력이 근절되길 바랍니다.”

교황은 성모승천이 “우리로 하여금 지상 여정이 완성되는 그날, 정의와 평화가 회복되는 그날을 바라보게 해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를 위한 자신과 교황청의 헌신을 약속하면서 모든 이에게 “희망과 축복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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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1월 2020,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