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를 향한 교황의 고뇌… 대화와 외교가 전쟁을 멈추길
Gabriella Ceraso,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정숙
“시리아의 북서부에서 고통스러운 소식이 계속 들려옵니다. 특히 많은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처한 상황, 군사적 긴장이 점진적으로 고조됨에 따라 피난을 떠나는 이들의 상황 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9일 주일 삼종기도에서 국제사회와 모든 관계자를 대상으로 “비탄에 잠긴 호소”를 했다. 교황은 “민간인들의 삶과 좋지 않은 일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인도법을 존중하며 외교적 수단, 대화, 협상을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고통 받고 있는, 사랑하는 시리아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모든 신자들과 순례객들, 전 세상의 모든 신자들은 한 마음으로 교황과 함께 성모송을 바쳤다.
노력과 대화가 필요합니다
수백만 명의 희생자, 실향민, 난민을 낳은 시리아의 비인간적 전쟁 상황은 2011년부터 언제나 교황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교황 재위 기간 동안 그는 변함없이 실현가능한 정치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또 이번 주일 말씀처럼 민간인들,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파적 이해를 뛰어넘어 외교적 행동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통한 대화를 강조했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을 향해 공격이 계속되면서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이어질 때 교황은 지난 2019년 6월 28일 바샤르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교황은 비무장 민간인들과 학교나 병원 같은 주요 기반시설들을 보호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선의를 보여달라고 초대했다. 그러나 이 비상사태는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예전처럼 지금도 시리아 북서부를 점령하고 있는 세력인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서 민간인들이 죽거나 도망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교황대사 마리오 제나리(Mario Zenari) 추기경은 (이 상황을) 수차례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민간인들에 대한 교황의 끝없는 우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의 평화를 한 번도 잊지 않았다. 교황 재위 시작 때부터 삼종기도와 부활 삼종기도를 통해 10회 이상 시리아의 평화를 호소했다. 시리아는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메시지들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수요 일반알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아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교황은 (신자들의) 양심을 일깨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 18일 후 이미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사랑하는 시리아”와 분쟁으로 상처입은 시리아 국민들을 비롯해 도움과 위로를 기다리는 수많은 난민들을 기억했다.
지난 2013년 9월 1일 삼종기도에서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는 이러한 평화의 행위를 보고, 희망과 평화의 말씀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기도가 고통의 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9월 7일 ‘시리아와 중동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단식과 기도의 날’이 선포됐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황은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평화에 대한 요구를 거듭 호소했다. 예를 들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G20 정상회담(2013년 9월 5일)이 열릴 때 교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교황은 이 서한에서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지지하는, 당사국 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도출된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했다. 또 지난 2014년 12월 21일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이른바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재앙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 서한을 통해 민간인들을 격려하는 한편, 국제사회가 이러한 엄청난 고통을 모른 체 하지 않기를 권고했다.
“유감스럽게도 중동 지역의 고통스러운 사건과 시련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교전 상황과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의 온갖 학대와 비인간적 행위를 자행하는 신생 테러 조직의 활동으로 인해 최근 몇 달 사이 상황은 더 악화돼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여러분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도 시대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살던 땅에서 수많은 이들이 잔인하게 추방당했습니다.”
지난 2015년 1월 교황은 “종교 근본주의가 끔찍한 살인을 자행해 인간을 없애기 이전에, 하느님을 한낱 이데올로기적 구실 수준으로 축소해 하느님 그 자체를 없애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친밀함과 환대
교황은 말과 구체적 행동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시리아 분쟁에서 피난을 떠나는 많은 이들과 함께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들립의 피난민들은 약 50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80퍼센트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여러분이 혼자가 아닙니다.” 교황은 지난 2016년 4월 16일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와 함께한 자리에서 모리아의 대규모 난민캠프에 수용된 난민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시리아 상황을 다루는 국제 정상회담이 개최될 때마다 역설했던 것처럼, 그리스 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와 아테네대교구장 예로니모스 2세 대주교와 함께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전쟁 종식과 난민 환대 등 처우개선 강화를 촉구했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나라로 하여금 임시 망명 기한을 연장하고, 신청자격을 충족하는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한편, 구호 활동을 확대하고 선의를 지닌 모든 이들과 협력해 분쟁 상황을 신속히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기내에는 시리아 난민 가정 셋이 교황과 동행했다. 약자들을 위한 교회의 사랑의 실천은 오늘날 굶주린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보살핌이다. 3년 뒤 교황은 교황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을 파견해 자신이 가까이 있다고 전하고, 레스보스 섬의 난민시설에 10만 유로를 기부했다. 이어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이탈리아를 향한 환대와 통합의 길을 시작했다. 교황은 레바논, 요르단, 터키 등지의 나라에서 민간인을 위해 안전한 대피와 환대가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고한 피
교황은 지난 2016년 시리아 주재 교황대사 마이오 제나리 추기경을 통해 바샤르 하페즈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요청한 바와 같이, 2019년 6월에도 다시금 “전쟁에 대한 평화로운 해결”, 민간인 보호, 인도주의적 지원, “모든 곳에서 오는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와 테레리즘”에 대한 비난을 계속 강조했다. 지난 수년간 교황은 민간인들 가운데 가장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 전쟁으로 “미래의 빛을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지난 2016년 6월 1일 세계어린이날을 맞아 교황은 어린이들을 빗대어 “무고한 피”라고 언급하는 한편, 시리아 친구들과 함께 기도 안에서 일치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모든 어린이를 초대했다. 또 지난 2018년 12월 2일 대림 제1주일에는 분쟁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그들을 위한 평화의 상징인 촛불에 불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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