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 선포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성탄을 지낸 지 며칠 안 된 오늘, 전례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에 시선을 두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모든 어린이처럼, 하느님의 아드님도 가정의 온기가 필요하셨다는 사실을 묵상한다면 아름다울 것입니다. 바로 이런 까닭에, 예수님의 가정이기 때문에, 나자렛의 가정은 가정의 모델입니다. 세상의 모든 가정은 나자렛의 가정 안에서 확실한 기준과 확실한 영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자렛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의 인간 생명의 봄날이 싹을 틔웠습니다. 성령의 활동을 통해 마리아의 태중에서 그분이 잉태되신 바로 그 순간에 말입니다. 나자렛 집의 방에서 마리아의 모성애 깊은 배려와 요셉의 돌봄으로 둘러싸인 예수님의 유년기가 기쁨 속에서 지속됐습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볼 수 있었습니다(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 2항 참조).
성가정을 본받으며, 우리는 가족 단위의 교육적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가정의 가치란 희망의 지평을 열며 늘 관계를 다시 낳는 사랑에 토대를 두라고 요구합니다. 가정이 기도의 집이 될 때, 가족애가 진지하고 깊고 순수할 때, 용서가 불화를 지배할 때, 삶의 일상적인 쓰라림이 상호 간의 따뜻한 애정과 하느님의 뜻을 진지하게 따름으로써 가라앉게 될 때, 가정 안에서 진정한 친교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정은 기쁨으로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에 비로소 마음을 엽니다. 또한 외부에, 타인에게, 형제들의 봉사에, 늘 새롭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협력에 자신을 여는 영적 에너지를 발견합니다. 그러므로 (가정은) 긍정적인 자극을 전하는 전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정은 삶의 모범을 통해 복음화를 실천합니다. (사실) 각 가정마다 문제는 있습니다. 때로는 말다툼을 하기도 합니다. “신부님, 저는 말다툼을 했습니다. (...)” 우리는 나약한 인간입니다. 우리 모두 많은 경우 식구끼리 다툴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한 가지 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일 우리가 가족과 다퉜거든, 화해하지 않은 채 하루를 끝내지 마십시오. “저는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를 끝내기 전에 화해하십시오. 왜 그래야 하는지 아십니까? 그 다음날까지 계속되는 냉전은 가장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냉전상태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됩니다. 그러므로 가정에는 세 마디가 필요합니다. 늘 지켜야 할 세 단어입니다. “~해도 될까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먼저) “~해도 될까요?”는 타인의 삶에 끼어들지 않기 위해 필요한 표현입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무엇 무엇을 해도 될까요? 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해도 될까요?” 늘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끼어들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 말은 “~해도 될까요?”입니다. (두 번째로) “고마워요.” 이는 우리가 가정에서 행하는 많은 도움, 많은 봉사를 말합니다. 늘 고맙다고 말해야 합니다. 감사는 고결한 영혼의 피입니다. “고마워요.” 그 다음으로는, 가장 말하기 힘든 단어입니다. “미안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늘 나쁜 일을 행하고 때때로 누군가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이 세 가지 단어를 잊지 마십시오. “~해도 될까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만일 어떤 가정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이 세 가지 표현을 주고받는다면, 그 가정은 잘 지내는 겁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은 가정을 통해 복음화하는 모범으로 우리를 초대하며,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이 강조하듯, 부부 사랑과 가족 사랑의 이상을 우리에게 다시 제안합니다. 「사랑의 기쁨」은 오는 2021년 3월 19일 반포 5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날부터) 「사랑의 기쁨」에 관해 약 1년 간 성찰할 것이며, (이 시기는) 문헌의 내용을 심화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2021년 3월 19일 – 2022년 6월).
이러한 성찰은 교회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가 각자의 여정에 동행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가 주관하여 1년 동안 추진할 여러 기획들에 동참해 달라고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전 세계의 가정과 함께 (걷는) 이 여정을 나자렛의 성가정에, 특히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인 성 요셉에게 의탁합시다.
이제 삼종기도를 바치며 동정 마리아께 도움을 청합시다. 동정 마리아께서 전 세계의 가정으로 하여금 성가정의 복음적 이상에 한층 매료되고,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연대와 새 인류의 누룩이 되게 해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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