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부활 선포는 전쟁의 논리를 극복하는 데 도움될 것”
Vatican News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부활 메시지와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교황 강복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을 축하합니다! 거룩하고 평온한 부활을 축하합니다!
오늘 온 세상 곳곳에 교회의 선포가 울려 퍼집니다. “말씀하신 대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부활 선포는 신기루나 마법주문이 아닙니다. 또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힘든 현실 앞에서 탈출구를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여전히 한창 진행 중입니다. 사회·경제 위기는 아주 심각하고,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치스러운 무력 분쟁은 그치지 않으며 군대의 무기고는 더욱 강화됩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추문(스캔들)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현실 앞에서, 아니 이 복잡한 현실 한가운데서, 부활 선포는 스러지지 않는 희망을 주는 어떤 사건을 간결한 문장으로 알립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이것은 천사나 유령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 살과 뼈로 이루어진 한 사람, 얼굴과 이름을 지닌 ‘예수’라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복음은 이 예수라는 사람이, 당신 자신을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십자가에 못 박혔으나 사흘 만에 부활했다고 증언합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되고 당신 제자들에게 예고하신 대로입니다.
다른 이가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이 부활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당신의 구원 계획을 끝까지 실현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약함, 우리의 병고, 우리의 죽음을 스스로 짊어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으셨고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셨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예수님을 들어올리셨고, 이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바로 그분이 주님이십니다.
목격자들은 특별한 점에 대해 말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손과 발, 옆구리에 상처가 새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처들은 우리를 향한 예수님 사랑의 영원한 보증입니다.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힘겨운 시련을 겪는 이는 누구나 이 상처 안에서 피난처를 찾고, 이 상처를 통해 스러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모든 이들, 병자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한 희망이십니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위로를 주시고 의료진의 수고에 힘을 주시길 빕니다. 모든 이, 특히 가장 연약한 이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들은 필수적 돌봄(치료)에 접근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라고 부름 받고 있는 이 시기에 그것은 더욱 명백합니다. 백신이 이 싸움을 끝낼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따라서 저는 “백신의 국제주의” 정신으로, 모든 국제사회가 백신 분배의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나눔의 책임 의식을 갖고, 특히 가장 가난한 나라들과 백신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직장을 잃은 모든 이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모든 이를 위한 위로이십니다. 정부 지도자들이 모든 이, 특히 가장 궁핍한 가정을 위해 필수적 지원과 합당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행동을 취할 수 있게 주님께서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불행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가난한 이들의 숫자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1983년 아이티를 방문하셨을 때 “모든 가난한 이들이 희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저는 오늘 사랑하는 아이티 주민을 생각하며 격려합니다. 이들이 현실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확신과 희망으로 미래를 바라보길 빕니다. 사랑하는 아이티의 형제자매 여러분, 특별히 여러분을 생각하며 말합니다. 여러분은 제 곁에 있고, 저는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아이티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또한 많은 젊은이들, 오랜 기간 학교나 대학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희망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가상(온라인)의 관계가 아닌, 실제 사람과 직접 만나며 경험하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인격과 성격이 형성되는 나이에 있는 이들에게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지난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기도에 함께했던 어린이들을 통해 느꼈습니다. 저는 전 세계 모든 젊은이와 가까이 있습니다. 특별히 이 시기, 증오는 사랑만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하는 미얀마의 젊은이들과 저는 가까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빛이 전쟁과 가난으로 피난 중에 있는 이주민들에게 재생의 샘이 되길 빕니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에서 골고타 산으로 오르시는 주님의 일그러지고 고통스러운 얼굴을 알아봅시다. 그들에게 연대와 형제애의 구체적 표지가 결여되지 않고, 그들이 우리가 오늘 거행하는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간직하길 빕니다. 아울러 시리아 내전으로 피난 중에 있는 수많은 난민을 관대하게 맞아들여 그들을 수용하는 나라들, 특히 레바논과 요르단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현재 어려움과 불확실한 시간을 겪고 있는 레바논 국민들이 부활하신 주님의 위로를 체험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만남의 땅, 나눔의 땅, 다양성의 땅이라는 자신의 소명을 간직할 수 있길 빕니다.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고통 중에 있는 사랑하는 시리아에서 총성을 멈춰주시길 빕니다. 시리아에서는 현재 수백만의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멘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예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수치스럽고 먹먹한 침묵으로 감춰져 있습니다. 리비아에서는 마침내 10년간 이어온 분쟁과 많은 피를 흘린 충돌의 탈출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이 분쟁을 끝내고, 전쟁으로 지친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당 지역 국가들이 재건을 시작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빕니다.
부활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예루살렘으로 이끕니다. 우리는 예루살렘을 위하여 주님께 평화와 안전을 간청합니다(시편 122편 참조). 예루살렘이 모든 이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느끼는 장소가 되도록, 예루살렘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안정적 해결책에 이르기 위한 대화의 힘을 재발견하는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예루살렘을 위해 기도합시다. 두 나라가 함께 평화와 번영 안에서 살아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이 축제의 날에 저는 지난달 기쁨 속에 방문했던 이라크를 다시 기억합니다. 당신의 모든 자녀를 맞이하고 환대하는 인류 가족을 바라신 하느님의 꿈이 실현되도록 이라크가 이미 시작한 평화의 길을 지속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1]
부활하신 주님의 힘이 아프리카 지역의 내전과 국제적 테러를 극복하고 아프리카 주민들이 타협의 전적인 실현을 목격할 수 있도록 힘을 주길 빕니다. 특히 사헬 지역을 비롯한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주, (모잠비크) 카부델가두 주에서 화해가 이뤄지길 빕니다. 인권과 생명의 거룩함을 존중하면서 분쟁의 평화적 해법을 찾는 노력이 지속되길 빕니다. 화해와 생생한 연대의 정신으로 건설적인 형제적 대화를 이어나가길 빕니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전쟁과 폭력이 있습니다! 우리의 평화이신 주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전쟁의 논리(사고방식)를 극복하도록 도우시길 빕니다. 또한 주님께서 모든 전쟁 포로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포로들이 건강하게 송환되고 그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시길 빕니다. 아울러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신무기 개발에 대한 경쟁을 멈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영감을 주시길 빕니다. 오늘 4월 4일은 ‘지뢰 인식과 지뢰 제거 활동 국제 지원의 날’입니다. 매년 수많은 무고한 이들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고, 인류가 “파괴와 죽음의 위험에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생명의 오솔길을 함께 걷는 것”[2]을 방해하는 비열하고 끔찍한 장치, 대인지뢰에 반대해 제정한 날입니다. 이러한 죽음의 도구들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나아지겠습니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해도 여러 지역에서 많은 신자들이 강력한 제한 조치 속에, 어떤 경우에는 전례 거행에 참석조차 하지 못하면서 부활을 맞이했습니다. 종교 행사 참석 제한과 같은 이런 제한 조치들이 완화되고, 누구나 하느님께 자유롭게 기도하고 찬미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어려움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상처로 우리 병이 나았다”(1베드 2,24 참조)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맙시다. 부활하신 주님의 빛으로 우리의 고통은 변화됩니다. 죽음이 있던 곳에 이제 생명이 있습니다. 슬픔이 있던 곳에 이제 위안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껴안으심으로써 우리 고통에 의미를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치유의 유익한 효과들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거룩하고 평온한 부활을 축하합니다!
[1] 이라크 우르에서의 종교간 만남, 2021년 3월 6일 참조.
[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삼종기도, 1999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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