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세계 기아 문제는 인권을 침해하는 수치이자 범죄”
Isabella Piro / 번역 이재협 신부
“도전, 수치, 범죄, 불공정.”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은 단어들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기아, 식량 불안정, 영양실조 문제를 정의했다. 교황은 7월 26-28일 로마에서 열리는 유엔 푸드시스템 정상회의 사전회의 개최를 맞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 세계 기아 문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보냈다. 유엔 푸드시스템 정상회의는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은 한 인류 가족인 우리의 일치를 위협하는 제도적 불공정에 직면하도록 했기에 이번 회의는 중요한 만남”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 가운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피조물의 무책임한 사용과 남용으로 공동의 집인 지구에 가해지는 해악과 빈곤 문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
교황은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교황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로 자연이 파괴되고, 자연의 사막화와 영적 메마름이 확장되기만 하는 과학기술을 지향하면서 지구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매일의 충분한 양식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려는 목표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진정 이러한 모습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고 불공정을 야기하는 수치이자 범죄”라며, “모든 이가 구체적 활동, 좋은 관습, 국제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의 과감한 정책 결정 등을 통해 뿌리 뽑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푸드시스템 구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황은 몇 가지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안했다. 교황은 첫 번째 제안으로 신중하고 올바른 방법을 통한 푸드시스템의 변화를 제안했다. 푸드시스템은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하고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변화돼야 한다. 곧, 새로운 푸드시스템은 “환경의 복원을 증진하고, 지역 경제를 강화하며, 영양을 개선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모든 이를 위한 건강하고 접근 가능한 식품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교황은 “식량 생산만으로 ‘굶주림 제로(Zero Hunger,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목표)’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적인 접근, 곧 “지구를 보호하고 인간 존엄성을 핵심으로 삼는 푸드시스템을 설계하겠다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업·농촌 지역의 중요성 회복
교황은 두 번째로 “오늘날 전 세계가 미래와 타협하지 않으면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전 세계적 차원에서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노동의 존엄한 가치를 촉진할 것”을 제안했다. 교황은 몇 가지 본질적 문제를 언급하면서 농촌 지역의 중요성 회복과 정치·경제 분야의 결정 과정에 있어 농촌 지역의 우선적인 역할이 부여돼야 할 긴급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긴급성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시기에 더욱 시급한 문제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소홀하게 평가받거나 경시되지 않았던 소농인들과 영농인 가족들이 특별히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푸드시스템의 본질적 구성원은 가정
교황은 “가정이야말로 푸드시스템의 본질적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은 “땅이 주는 열매를 남용하지 않으면서 그 열매로 기쁨을 누리는 법을 배우는 기본적인 장소”이며 “개인과 공동의 선을 존중하는 삶의 생활 방식을 발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빈곤하고 외딴 지역”에 사는 농촌 여성, 젊은이, 농업인들의 시급한 문제들은 효과적인 정책을 통해 완전하게 충족돼야 한다. 동시에 교황은 “공동선, 연대, 만남의 문화가 지닌 가치에 부응하는 푸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막는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풍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다자주의와 책임감 있는 푸드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정의, 평화, 인류 가족의 일치를 위한 본질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소망: 아무도 배제되지 않기를
교황은 새로운 시스템을 실현하려는 모든 이의 소망은 “식량, 물, 의약품, 일자리가 풍부하게 넘쳐나고 가장 먼저 가난한 이들에게 도달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황청과 가톨릭교회가 이 “고귀한 목표”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힘과 원의를 모아 현명한 결정과 행동으로 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은 말로 메시지를 끝맺었다. “아무도 배제돼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로써 평화롭고 번영된 사회, 진정으로 형제애 가득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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