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지구의 심각한 위기에 맞서 공동의 집을 위해 일합시다”
Giada Aquilino / 번역 이재협 신부
“지구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이 시기에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시작하는 ‘창조 시기(Season of Creation, 9월 1일-10월 4일)’는 “여러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우리 공동의 집”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일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1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하느님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피조물의 관계를 쇄신하도록 권고하기 위해 그리스도교 일치 안에서 매년 열리는 전통적 행사를 기억하면서, 동방 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와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공동으로 작성한 메시지가 며칠 내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9월 1일) 우리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내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까지 이어질 ‘창조 시기’를 시작합니다. 올해 창조 시기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집? 하느님의 집을 새롭게 하기’입니다. 창조 시기를 시작하며 동방 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님과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님과 공동으로 작성한 메시지가 며칠 내로 발표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는 여러 형제자매들과 함께 기도합시다. 또한 지구가 심각한 위기를 겪는 이 시기에 우리 공동의 집을 위해 함께 일합시다.”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에게 선물한 ‘아브라함의 장막’
이날 수요 일반알현에는 100여 명의 ‘찬미받으소서 운동(LSM, 구 ‘세계가톨릭기후운동(GCCM)’)’* 대표단이 참석해 창조 시기의 개막을 기념했다. 2021년 창조 시기의 상징은 ‘아브라함의 장막’으로, 공동의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한 장소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찬미받으소서 서클’에 소속된 한 소년은 로마교구 페데리코 타르탈랴(Federico Tartaglia) 신부와 함께 50센티미터 높이로 제작된 아브라함의 장막 축소모형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아브라함의 장막 축소모형은 칼라브리아 주의 치비타에 위치한 ‘아르버레셔인 공동체(알바니아계 이탈리아인 공동체)’에 의탁하고 있는 20명의 여성들과 협업해 재활용품으로 제작했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여성으로 구성된 망명 신청자 그룹으로, 아르버레셔인 공동체의 한 센터에 머물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운동’은 ‘아브라함의 장막’을 통해 아브라함과 창세기를 상기함으로써, ‘창조 시기’ 기간 동안 소외된 이들을 맞이하겠다는 상징으로 정원에 환대의 장막을 마련하자고 초대한다. 모든 이를 위한 집을 만들어 내겠다는 약속을 의미하는 이 장막은 각 공동체의 가장 취약한 이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초대다.
*편집주: 세계 가톨릭기후운동(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 GCCM)은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이 담긴 사명을 더욱 명확히 표현하기 위해 2021년 7월 29일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 LSM)’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증언
바오로 6세 홀에는 다니엘라 만나도 참석했다. 그녀는 찬미받으소서 운동 활동가 겸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산하 ‘룽그로 에파르키아(Diocesi di Lungro)’*를 위한 ‘폴리코로(여러 목소리) 프로젝트’** 공동체 활동가로, 교황에게 선물한 아브라함의 장막을 제작한 사람 중 하나다. 그녀는 이탈리아 코센차 도의 도시 치비타에서 젊은이와 장애인을 위한 재활용품 생산 작업장에서 일하며, 환경·건강·취약계층·유기견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만남을 기획한다. 다니엘라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이야기를 들으며 창조 시간의 개막을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감격했다”고 말했다. “저희 찬미받으소서 서클에 소속된 소년이 교황님께 우리 공동의 집을 상징하는 아브라함의 장막 축소모형을 전달했어요. 교황님은 그것을 축복하셨죠.”
*편집주: 동방 교회에서는 총대주교 관할의 동방 교회 주교가 통치하는 교구를 ‘에파르키아(eparchia)’라고 부른다. ‘에파르키아’란 라틴 교회의 ‘교구(Diocesi)’와 같은 개념이다. 룽그로 에파르키아는 이탈리아 남부 레지오 칼라브리아(Reggio-Calabria)교구 내에 있는 동방 가톨릭 개별 자치 교구다.
**편집주: ‘폴리코로 프로젝트(Progetto Policoro)’는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청년실업을 겪는 젊은이들을 돕기 위해 후원하는 청년사목 프로젝트다.
환대를 되갚기
다니엘라는 치비타의 아르버레셔인 공동체가 “소박하게 환대하는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저희 아르버레셔인 공동체는 140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 자리를 잡았어요. 저희는 침략을 피해 도망친 민족이었고 저희를 받아줄 곳이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 받아들여졌고 이제 저희가 받은 환대를 돌려주려 합니다. 그 환대는 칼라브리아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뿐 아니라, 이주민과 취약한 사람들을 포함합니다. 저희는 사회 활동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교황에게 선물한 아브라함의 장막을 지난 일주일 동안 함께 만들고 제작한 여성들은 대부분 ‘치비타의 제2환대센터’에 머물면서 망명을 신청한 이들이다. “저희는 그녀들의 일상의 여정을 돕습니다. 그녀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저희는 곁에서 도움을 주고, 운전 봉사부터 건강에 대한 문제까지, 그녀들이 던지는 모든 질문에도 저희는 답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땅에 대한 더 큰 관심
다니엘라는 공동의 집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일하자는 교황의 권고가 땅에 더 큰 관심을 두라고 재촉하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칼라브리아의 땅은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아주 아름다운 땅입니다. 땅의 착취라는 위기에 맞서 우리는 땅이 보다 더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재활용품 사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촉진하려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다가올 세대의 주역이면서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다니엘라는 최근 폴리코로 프로젝트가 기획한 ‘찬미받으소서 순례’에 참가해 루카니아 지역을 150킬로미터 정도 걷는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여정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인간적으로 참 풍요로운 시간이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죠. 우리는 서로의 연결 안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과의 관계 안에서 창조를 살아가도록 함께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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