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형제적 세상 위해 교육 동맹에 힘씁시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재협 신부
“우리는 통합적 양성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 통합적 양성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모든 피조물, 그리고 초월자이신 하느님을 잘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진리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데 있어 침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와 교육: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향해”라는 주제로 바티칸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이처럼 교황은 바티칸에서 처음으로 동시대 교육이 마주하는 큰 도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전 세계 제도권에 교육과 사람을 국제적 논의의 중심에 두길 당부한 세계 주요 종교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근본주의에 대항하고 약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교육
교황은 “종교와 교육: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향해”라는 주제로 클레멘스 홀에서 열린 만남을 시작하며, “전 세계의 보편적 형제애를 증진시킬 새로운 교육활동의 자극”이 되기 위해 여러 종교지도자 대표단이 이 자리에 함께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온갖 형태의 근본주의를 단죄”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며, “여성, 어린이,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생존을 위해 울부짖는 자연의 목소리”가 되어 “우리 지구를 사랑”하도록 가르치라고 우리를 재촉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교사의 날 맞아 모든 선생님을 향한 감사인사
교황은 이번 만남의 목적이 지난 2019년 9월 12일 교황의 호소와 함께 출범한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교사의 날(10월 5일)’에 열린 이날 만남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을 시작했다.
“각 종교 대표자들인 우리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우리의 친밀함과 감사, 그리고 교육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표하고자 합니다.”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위한 교황의 호소
교황은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향해 2년 전 자신이 “지구의 미래를 건설해 나갈 방법과 모든 이의 역량을 키워내야 할 필요성”을 당부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교황은 “모든 변화는 새로운 보편적 연대와 환대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내로운 경청과 건설적인 상호대화와 상호이해의 역량을 갖춘 보다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교육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새롭게 하면서 다가올 세대를 위해, 그리고 다가올 세대와 함께”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번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모든 이를 향해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보다 형제적인 인류의 관계 구조를 재건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해 광범위한 교육 동맹의 노력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모든 이를 아끼고 사랑하도록 교육하기
교황은 작년 이맘때 반포한 자신의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하며 우리가 더욱 형제애로 가득한 세상을 원한다면, 다가올 세대에게 “물리적 근접성을 뛰어넘어 출생지나 거주지의 구애 없이 모든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교황은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이 언제나 교육의 기본지향이지만, 다른 중요한 원칙도 있다고 덧붙였다. “타인에 대한 환대를 교육하기 위해 자신의 형제자매를 잘 알아야 하고,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도록 교육하기 위해 피조물을 잘 알아야 하며, 생명의 위대한 신비를 교육하기 위해 초월자이신 하느님을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통합적 양성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모든 피조물, 그리고 초월자이신 하느님을 잘 아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진리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데 있어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하느님의 이름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종교는 언제나 교육, 학술, 학문 분야에 수반되는 종교적 활동을 통해 교육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며, 이런 전통 안에서 오늘날에도 “우리는 전 세계의 보편적 형제애를 증진시킬 새로운 교육활동의 자극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과거에 우리의 다름이 우리를 대립시켰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 다름 안에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다양한 길과 상호존중의 평화적 공존을 다가올 세대에게 교육할 수 있는 풍요로움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교육은 우리가 다른 종교 전통을 향한 폭력과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절대 하느님의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교육은 우리가 온갖 형태의 광신주의와 근본주의를 단죄하고, 모든 이의 권리를 보호하고, 각자의 양심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우리를 재촉합니다.”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보호하도록 가르치기
교황은 다시 한 번 과거를 돌아보며 “과거에 종교의 이름으로 민족적, 문화적, 정치적 약자가 차별대우를 받고, 그 외에도 다른 형태의 차별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오늘날 전 세계 종교지도자들은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수호하고, 모든 이를 아무 차별 없이 맞아들이도록 다가올 세대를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교육은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가 아니라, 어떤 판단이나 단죄함 없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권리 옹호와 어머니인 우리 지구에 대한 사랑
교황은 만남에 참여한 이들을 향해 “과거에 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여성, 어린이, 약자의 권리를 굳건히 옹호할 사명”을 당부하고, “다가올 세대에게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은 “모든 이의 물리적·도덕적인 온전한 상태를 침해하는 온갖 위법행위를 단죄하고 비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의 존엄성은 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더 이상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에 대한 착취와 약탈을 묵인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피조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역할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울부짖는 자연의 목소리가 될 것이며, 우리 자신들과 다가올 세대가 더 검소하고 친환경적 생활양식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화의 아름다움 안에서 모든 이를 교육하기
교황은 “교육은 우리 어머니인 지구를 사랑하고 식량과 자원을 낭비하지 말라고 우리를 다그친다”며 “하느님께서 모든 이의 생명을 위해 우리에게 주신 좋은 것들을 잘 나누라고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가 아닌 어떤 사상가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용서하십니다. 우리 인간은 어떨 때는 용서하고, 어떨 때는 용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종교 전통은 말을 배우는 순간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머리, 손, 심장, 영혼의 조화를 이룬 모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교육하는 사명을 강화해 나갈 것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교육은 “통합적 인간의 조화”이자 이 “조화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이다.
하느님께 간청하는 침묵의 시간
교황은 만남을 시작하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참석한 모든 종교지도자들에게 침묵 중에 기도하는 시간을 갖자고 초대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 정신을 밝혀 주시어 우리의 대화가 열매를 맺고,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길을 담대히 걸어가는 데 기여하는 나눔이 되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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