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시노드는 모든 이가 참여하지만 성령께서 주인공이십니다”
Amedeo Lomonaco / 번역 박수현
시노드는 여정, 곧 몇 가지 위험들이 있는 여정이자 엄청난 기회를 잡기 위해 함께해야 하는 여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9일 바티칸 새 시노드 홀에서 열린 ‘성찰의 시간’을 통해 이 같이 말하며, “다른 길을 따라 여러 교회들에서, 저마다의 질문과 희망을 품은 채” 이번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교황은 시노드가 의회나 여론조사가 아니라 교회적 사건이며, 그 주역은 성령이시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교황은 개막 연설을 시작하면서 이번 주교 시노드의 주제어가 △친교 △참여 △사명이라고 말했다.
친교, 사명, 참여
교황은 친교와 사명이 “신학적 용어”임을 떠올리며 “우리가 마음에 잘 간직하는 교회의 신비”를 묘사하는 용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친교가 교회의 참된 본질을 드러낸다”고 명백하게 가르쳤다며, 공의회는 교회가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모든 민족 가운데에 이 나라를 세울 사명을 받았으며 또 지상에서 이 나라의 싹과 시작이 된 것”임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공의회가 명확히 한 핵심 줄기들을 친교와 사명이라는 두 단어로 집약하고자 하셨다”고 떠올렸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1985년 주교 시노드를 마치면서 교회의 본질이 친교(koinonia, 코이노니아)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친교에서 인류 가족이 하느님과 맺는 친밀한 일치의 표징이 되는 교회 사명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우리가 교회적 실천을 증진하지 않으면, ‘친교’와 ‘사명’이라는 단어들은 다소 추상적으로 남을 위험이 있습니다. 교회적 실천은 모든 이가 저마다 실제로 참여하도록 권장하며 우리의 여정과 활동의 모든 단계에서 공동합의성의 구체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저는 주교 시노드의 거행은 언제나 훌륭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주교 시노드가 ‘교회 됨’, 곧 참된 참여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행동 방식의 생생한 표현이 될 때에 참으로 유익한 것이 됩니다.”
“이는 형식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입니다. 참여는 세례를 통해 받은 신앙의 필수조건입니다.”
교황은 세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세례는 비록 직무와 은사(카리스마)를 다르게 받을지라도 하느님 자녀들에게 동등한 품위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세례 받은 모든 이는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라고 부름받습니다. 하느님 백성의 진정한 참여 없이 친교를 논하는 것은 열렬한 바람으로만 그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일찍이 몇 걸음을 내디뎌 왔지만, 특정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많은 사목 종사자들, 교구와 본당 협의 기구들의 구성원들, 빈번히 변두리로 밀려나는 여성들이 느끼는 좌절과 불안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모든 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몇 가지 위험들
교황은 주교 시노드가 “사명과 교회 일치라는 관점에서 사목적 변화를 위한 엄청난 기회”를 준다면서도, “몇 가지 위험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위험은 ‘형식주의(formalismo)’다. 교황은 “우리가 공동합의적 교회를 말하고자 한다면, 겉모습에만 만족한 채 있을 수 없다”며 “우리는, 하느님 백성, 특히 사제와 평신도 사이의 대화와 상호 작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수단,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때때로 사제단에는, 그들을 평신도에게서 떼어 놓는 특정 엘리트주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교 시노드는 외적으로만 특별한 하나의 사건으로 축소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교 시노드가 내실을 참으로 다지지 않으면, 교회의 화려한 겉모습을 경탄하는 것과 같이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주교 시노드는 우리가 시작하는 참된 영적 식별 과정입니다. 이는 우리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투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하느님 사업에 더욱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함입니다.”
“‘주지주의(intellettualismo)’는 주교 시노드를 일종의 연구 모임으로 만들어, 교회의 문제들과 우리 세계의 악들을 배웠지만 추상적인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깊은 심도나 영성적 통찰 없이 평범한 것들에 관하여 말하면서, 결국 익숙하지만 무익한 이념적 당파적 분열에 빠져 거룩한 하느님 백성의 현실과 전 세계 공동체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동떨어지게 됩니다.”
교황이 지적한 세 번째 위험은 ‘현실 안주(immobilismo)’의 유혹에 관한 것이다. 교황은 “우리는 늘 이렇게 해 왔습니다”라는 표현은 “교회의 삶에는 독”이라고 단언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어쩌면 깨닫지도 못한 채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오류를 범합니다. 결국, 위험은 새로운 문제들에 구태의연한 해결책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헌 옷에 대고 꿰맨 조각은 그 옷을 더 심하게 찢어지게 만듭니다(마태 9,16 참조). 공동합의적 과정이 바로 이처럼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곧, 공동합의적 과정은 되어감의 과정, 다양한 단계로 모두가 다, 사명을 향하는 친교와 참여의 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즐겁게 온 힘을 쏟는 노력으로 지역 교회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입니다.”
세 가지 기회
교황은 “만남과 경청과 성찰의 순간을 우리가 복음의 기쁨 안에서 적어도 세 가지 기회들을 인식하도록 해 주는 은총의 때”로 체험하자고 권고했다.
“첫 번째 기회는, 행사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공동합의적 교회를 향하여 나아갈 기회입니다. 공동합의적 교회는 모든 이가 편안하게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광장입니다.”
교황은 주교 시노드가 “우리에게 경청하는 교회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흠숭과 기도 안에서 성령께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흠숭의 기도를 너무도 많이 놓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의 습관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개념도 잃었습니다! 이 기회는 자신의 희망에 대하여,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신앙의 위기에 대하여, 쇄신된 사목 생활의 필요성에 대하여, 지역 현실들이 주는 신호들에 대하여 말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 기회는 친밀함의 교회가 되는 것이다. 교황이 강조하는 하느님의 ‘방식(stile)’은 △가까이 다가감(친밀함) △가엾이 여기는 마음(연민, 자비) △온유한 사랑이다. 교황은 “친밀함의 교회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주님의 교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로만이 아니라, 사회와 세상과 더욱 큰 우정의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현존으로만,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우리 시대의 약함과 가난을 몸소 짊어지며, 상처를 싸매주고 부서진 마음을 하느님의 향유로 치유하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교황은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우는 게 아니라 “다른(변화된) 교회”가 돼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제시하고자 하시는 새로움에 열린” 다른 교회를 만드는 것이 도전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교황이 이번 주교 시노드가 성령으로 충만한 여정이 되길 바라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성령, 곧 하느님의 늘 새로운 숨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온갖 구속에서 풀어 주시고 죽은 것을 되살리시며 사슬을 풀어 주시고 기쁨을 널리 퍼뜨려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개인적 기호가 이끄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오소서, 성령님! 성령께서는 새로운 언어를 불어넣으시고 우리 입술에 생명의 말들을 주시니, 우리가 아름답지만 말하지 못하고 과거로 가득하지만 미래가 없는 ‘박물관 교회’가 되지 않게 지켜 주소서. 저희 가운데 오시어, 이 공동합의적 체험 안에서 저희가 열정을 잃거나 예언의 힘이 흐려지거나 무용하고 무익한 토론으로 그치지 않게 하소서. 오소서, 사랑의 성령님, 성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열어 주소서! 오소서, 거룩함의 성령님, 거룩하고 충실한 하느님 백성을 새롭게 하소서! 오소서, 창조주 성령님, 지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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