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재속 프란치스코회에 “오늘날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사람들 가운데 있으십시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선교 사명을 위해 협력하며, 통합 생태론을 위해 일하고, “사회정치적” 차원의 참여라는 일차적 소명을 잊지 않으며, 비극으로 점철된 오늘날 희망의 원천이 되는 복음의 명령인 “가식 없이 단순한 삶으로” 사람들 사이에 머물기. 최근 아시시에서 유럽 각지의 가난한 이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5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재속 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가족 수도회인 재속 프란치스코회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에 따라 복음적 생활을 하길 바라는 미혼 남녀 평신도, 또는 혼인생활을 하는 남녀 평신도들이 속한 수도회다.
성덕의 소명
교황은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사명과 소명이 세례받은 모든 이에게 전달되는 “성덕의 보편적 소명”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회칙과 지난 1978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인준한 새 회칙이 가르치듯, 이 성덕은 유일한 거룩함이시며 “선이시고 모든 선이며 으뜸선”(성 프란치스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매료되고 사로잡혀 그분을 통해 변화되는 마음의 회심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이끄십니다.” 교황은 이어 “회심하는 것”과 “참회의 행위”를 혼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단식, 자선, 고행(참회의 행위)은 하느님께 마음을 열기로 다짐한 결과입니다. 하느님께 마음을 여십시오! 프란치스코 성인의 방식으로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가며 그리스도께 마음을 여십시오.”
가난과 단순함,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표지
교황은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은 프란치스칸 카리스마에 따라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소명은 세상 안에서 아시시의 가난뱅이(성 프란치스코)의 방식으로 복음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영광을 멀리하고 복음을 ‘삶의 기준이자 규칙’으로 여기면서 말입니다.” 교황의 초대는 복음을 가까이 하고, 그 복음으로 삶을 만들어 나가라는 초대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다른 이들과 구별하는 표지인 가난, 작음, 단순함의 정신을 몸에 익히십시오.”
교황은 “여러분이 지닌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정체성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교회의 일원이 되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독신자든 혼인한 사람이든, 여러분은 그 자리에서 평신도로서, 또 사제도, 주교도,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소명에 따라 가식 없이 단순한 삶으로 예수님을 증거해야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와 여러분의 많은 남녀 회원들이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가난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언제나 기쁘게 따르면서 말입니다.”
오늘날의 실존적 변방을 향해
교황은 모든 신자들에게 늘 강조했던 모습 그대로 “변방으로, 오늘날의 실존적 변방으로 나아가 거기에서 복음의 말씀이 울려 퍼지게 하라”고 격려했다. “그리스도의 몸인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주보성인인 헝가리의 엘리사벳 성녀께서 그러했던 것처럼, 여러분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참회자 형제회(fraternità dei penitenti)’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병원, 무료 진료소, 무료 급식소 등 여러 사회적 자선활동을 펼쳐 나갔던 것처럼, 성령께서는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가난이 요구하는 창조적인 사랑을 실천하도록 여러분을 보내십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이 친밀함, 연민, 온유한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이 희망의 사람들이 되어,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정치적 참여를 통해 희망을 살아내고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이 되길 빕니다. 오늘의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내일의 희망을 키우는 것입니다.”
평화의 장인
끝으로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가 “각 구성원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확실히 존중”하면서 “온 가족의 일치”를 열망했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핵심이 되는 상호 친교 안에서, 모든 이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느끼는 세상을 함께 꿈꾸고, 그 세상을 함께 건설하기 위해 힘씁시다. 정의를 위해 싸우고, 통합 생태론을 위해 일하고, 선교 사명을 위해 협력하면서 여러분은 평화의 장인이 되고 참행복의 증인이 되십시오. 이를 위해 우리는 주님과 일치하고 가난을 사랑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풍요로운 제안을 따라 걷는 길, 곧 회심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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