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플로리아나 강론 “‘하느님을 지키는 이들’로 자처하는 이들이 경멸을 일삼지만, 교회는 화해로 이끕니다”
Paolo Ondarza / 번역 이창욱
“어떠한 죄나 실패도 자비의 표징 아래에서 새롭고 달라진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의 외곽 도시 플로리아나에 위치한 그라나리 광장. 이곳에서 미사를 거행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을 통해 하느님께서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시고 매번 구원과 해방의 길을 찾으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복음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돌을 던져 죽여야 한다고 고발했다. 길을 잃고 잘못된 길에서 행복을 찾아 헤매는 그녀는 자신을 고발하는 이들 때문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용서를 가르치는 용서
예수님께서 용서의 눈길로 여인을 바라보신다. 용서의 눈길은 그 여인의 인생을 바꾸고 그녀를 고발했던 이들도 바꾼다. 어떤 면에서 그녀를 고발했던 이들이 그녀에게 주님을 만나게 해 주었다. 예수님에게서 용서를 받은 그녀는 용서하는 법을 배운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이자 당신의 교회인 우리도, 당신에게서 용서받기를 바라시며 지칠 줄 모르는 화해의 증거자가 되길 바라십니다. 항상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증거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돌이킬 수 없다’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십니다. 용서를 청하는 데 지치는 쪽은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를 믿으시고 매번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주십니다.”
자리에 없는 이들을 찾아 나섭시다
간음하다 붙잡혔지만 회심한 그 여인은 복음의 학교로 돌아가서 참석한 이들의 숫자를 세는 데 그치지 말고, 참석하지 않은 이들을 찾아 나서라고 교회에 항상 제안한다. 그날 예수님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 중 자리에 없었던 이들은 그 여인과 그 여인의 고발자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다. 그들은 “의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는 사람들, 점잖고 존경받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
교황은 그들이 “자신의 허물을 살펴보지 않고 다른 이들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데 혈안이 된” 이들이라며 “사람들의 눈에는 하느님에 대한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을 바깥으로 몰아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물들은 우리의 신앙생활도 위선의 좀벌레가 기어들어올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타성에 젖어들 수 있음을 떠올려 줍니다. 그 어떤 시대나 그 어떤 공동체도 예외는 없습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도 실제론 그분을 부인하는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심지어 십자가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 제자인지 아닌지 드러납니다
이웃을 바라보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우리가 “참된 스승님께서 가르치시는 학교의 제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사실 기도하거나 종교 예식에 참례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장엄한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가난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소중한 보화다. 교황은 ‘우리가 자비를 베푸는 얼굴로 이웃을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면 심판하거나 심지어 경멸하는 얼굴로 이웃을 바라보고 있는지’ 되물었다.
“다른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특정 종교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마음인 자비를 경시하기 때문에 복음의 정신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예수님께 정말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이미 구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구원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이의 열린 마음입니다. (...) 왜냐하면 우리의 스승님께서는 겉모습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마음의 진실을 구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마음을 열 때,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놀라운 일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바로잡아 주십시오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이 모욕을 당하고 무자비한 말과 혹독한 처벌을 받을 준비가 된 바로 그 순간, 놀랍게도 하느님에게서 죄를 용서받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스승님과 그 여인을 고발한 이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발한 이들은 그 여인을 단죄하기 위해 성경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되신 하느님 말씀, 곧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이 온전히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시고 그녀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십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영감을 받지 않거나 사랑으로 고무되지 않는 판단이 판단 받는 대상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시클루나 대주교의 인사
미사 말미에 몰타대교구장 찰스 주드 시클루나(Charles Jude Scicluna) 대주교가 교황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늘 교황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에 격려가 되고, 우리의 여정에 빛을 비추어 주며, 시련 중에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몰타 원주민들이 275명의 조난자들과 함께 도착한 바오로 사도에게 보여준 “보기 드문 인류애”의 환대를 기억했다. “교황님의 오늘 방문과 강복이 주님의 성령의 열매인 ‘보기 드문 인류애’와 사랑의 불꽃을 우리 마음에 불러일으키길 바랍니다.” 아울러 시클루나 대주교는 그리스도교 교리회(Società della Dottrina Cristiana) 창설자 조지 프레카(Ġorġ Preca) 성인의 말을 인용하며 교황에게 인사를 전했다. “신앙의 반석이자 하늘의 문지기인 교황님, 주님께서 교황님과 함께하시길 빕니다(Salve Papa noster. Salve Petra Fidei. Salve Coeli Janitor. Et Dominus sit te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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