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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차 세계가정대회, 교황 “눈을 들어 하늘나라를 보며 사십시오”

프란치스 교황이 다섯 가정의 증언을 자신의 연설로 엮어내며 가정은 세상에서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정은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로서 함께, 가정 안에서 함께, 다른 가정들과 함께, 교회와 함께 걸어가십시오.”

Amedeo Lomonaco / 번역 김호열 신부

세계가정대회의 막을 올린 가정축제는 음악과 삶의 체험이 교차하는 “악보”이자 성찰과 기도를 위한 자리였다. 처음엔 코로나19 대유행, 이젠 세계의 분쟁 목록에 더해진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충격적인 사건들 이후, 마침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0차 세계가정대회의 개막을 알렸다. 교황은 가정들에게 주님에 의해 변화되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부부 복자 마리아와 루이지 벨트라메 콰트로키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항상 지붕 위를 바라보라”고 말한 것처럼 삶의 고난과 기쁨을 마주하는 가운데 “눈을 들어 하늘나라를 보며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함께 걸어가기

교황은 고통의 땅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온 가정들을 바오로 6세 홀에서 맞아들였다. 이번 세계가정대회의 본 무대는 로마이지만, 전 세계가 경청하고 불안과 희망을 나누기 위해 대회에 함께했다. 많은 가정들의 경험에 “증폭기” 역할을 한 몇몇 가정의 증언에 이어 교황의 격려가 이어졌다. 

“여러분의 현실 상황에서 시작하여 함께 걸어가십시오. 부부로서 함께, 가정 안에서 함께, 다른 가정들과 함께, 교회와 함께 걸어가십시오. 길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만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생각납니다. 그는 부상당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를 돌보고 다시 여정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을 위한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가까이 다가와 여러분이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비록 작은 것이라도 ‘한 걸음 더’ 내딛도록 도와주는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교회 말입니다.” 

교황은 소개된 다섯 가정의 증언을 언급하며 다 함께 “한 걸음 더” 내딛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10차 세계가정대회

혼인을 향한 ‘한 걸음 더’

부부의 사랑은 혼자가 아니라 주님과 함께하는 여정이다. 교황은 세 자녀를 둔 부모 루이지 씨와 세레나 씨의 경험, 그리고 혼인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을 떠올리며 “가정 생활은 불가능한 사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는 성사의 은총으로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 여정에 나서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선물을 주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선물은 곧 혼인입니다. 혼인은 하느님 사랑의 힘이 담긴 놀라운 선물입니다. 곧, 강인하고, 꾸준하며, 충실하고, 어떤 실패나 약함의 순간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혼인은 형식적으로 치르는 게 아닙니다. 가톨릭 신자라는 ‘신분증’을 얻기 위해 혼인하는 게 아닙니다. 규율을 따르기 위해, 교회가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혹은 잔치를 열기 위해 혼인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반석처럼 견고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혼인의 기초를 두기 위해 혼인을 하는 것입니다. 혼인 생활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이로써 여러분도 서로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 줄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십자가를 끌어안기 위한 ‘한 걸음 더’ 

누구나 성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깊은 신앙의 증거로 지난 2018년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된 키아라 쿠르벨라의 부모의 증언을 들은 교황은 십자가의 길, 곧 영원의 창을 여는 길에 대해 말했다. 

“여러분은 십자가에 대해 말했습니다. 십자가는 모든 사람과 모든 가정의 삶에 있어 한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키아라 쿠르벨라의 질병과 죽음으로 인한 무거운 십자가가 여러분의 가정을 파괴하거나 마음의 평온과 평화를 없애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여러분의 눈빛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낙담하거나 절망하거나 삶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정반대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서 큰 평온과 큰 믿음을 봅니다. 여러분은 ‘키아라 쿠르벨라의 평온함이 우리에게 영원의 창을 열어 주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키아라가 질병의 시련을 어떻게 겪어냈는지 바라봄으로써 여러분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통의 포로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더 큰 것, 곧 하느님의 신비로운 계획과 영원, 하늘나라를 향해 자기 자신을 여는 것 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0차 세계가정대회 개막식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0차 세계가정대회 개막식

용서를 향한 ‘한 걸음 더’

용서는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폴 씨와 제르멘 씨 부부는 혼인 생활에서 겪은 “정직함의 부재, 불충실, 돈의 남용, 권력과 출세라는 우상, 커져가는 원망, 굳어버린 마음” 등의 위기에 대해 말했다. 교황은 “헤어지는 가정을 보는 것은 우리를 무관심하게 놔두지 않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두 부부의 이야기는 “희망을 전한다”고 말했다.

“폴 씨는 위기의 가장 암울한 순간에 주님께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갈망에 응답하셔서 자신의 혼인 생활을 구원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는 사랑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가 끊어지지 않고 사랑의 결실이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나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단기’ 사랑 혹은 ‘정해진 시간 동안’의 사랑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점, 태만, 인간의 죄가 혼인 생활을 파국으로 이끌 때마다 큰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나 폭풍우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보십니다.”

환대를 향한 ‘한 걸음 더’

가정은 환대의 역동성을 체험한다. 교황은 “가정을 환대하지 않으면 사회는 냉랭하고 살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고국을 떠나 이탈리아 가정의 환대를 받은 이리나 씨와 그녀의 딸 소피아 양의 증언은 “고국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반영한다. 

“하느님 섭리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여러분이 만난 구체적인 사람들을 – 친절한 가정, 도움을 준 의사들, 그리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 – 통해 삶 속에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본 여러분에게 감사합니다. 전쟁은 여러분에게 냉소와 인간의 잔혹함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여러분으로 하여금 위대한 인류애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인간의 최악과 최선을 동시에 겪었습니다! 최악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모든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선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들의 가족이 대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관대함으로 이리나 씨와 소피아 양을 집에 받아들인 피에트로 씨와 에리카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믿음 안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고 우리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에리카 씨는 환대가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로 환대는 가족, 특히 대가족의 진정한 ‘카리스마’입니다!”

형제애를 향한 ‘한 걸음 더’

가정 안에서 우리는 형제자매가 되는 법을 배운다. 지난 2021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피살당한 이탈리아 대사 루카 아타나시오 씨의 아내인 자키아 세아키 씨의 증언은 언제나 살아 숨쉬는 진정한 사랑을 반영한다. 교황은 “자키아 씨와 루카 씨에게서 인간 사랑의 아름다움, 삶에 대한 열정, 이타주의, 내적인 힘과 영감의 원천인 믿음과 종교적 전통에 대한 충실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의 가정은 형제애의 이상을 표현합니다. 여러분은 남편과 아내를 넘어 인류애 안에서 형제와 자매로, 서로 다른 종교적 체험 안에서 형제와 자매로, 사회적 헌신 안에서 형제와 자매로 살았습니다. 이 또한 가정에서 배우는 교훈입니다. 가정 안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살면서 형제자매가 되는 법을 배웁니다. 우리는 분열, 편견, 편협한 마음을 극복하고, 우리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 위대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법을 배웁니다. 루카 씨와 자키아 씨와 같은 형제애의 생생한 사례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분열과 적개심으로 갈라진 우리 세상을 더욱 신뢰를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러한 형제애의 모범에 감사드립니다!”

교황 연설에 앞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Kevin Farrell) 추기경의 인사말이 있었다. 패럴 추기경은 가정이 교차로라고 말했다. “가정은 약혼자, 부부, 자녀들이 일상의 삶에서 때때로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도전과 문제가 서로 만나는 교차로입니다.” 이어 “교회가 어머니의 용기와 자비와 배려로 돌보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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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6월 2022, 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