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음란물과 대리모 폐해에 맞서 ‘가정 네트워크’ 구축 호소
Salvatore Cernuzio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0일 유럽가톨릭가정협회(이하 유럽가정협회)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정을 비롯한 온 인류의 도전 과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황은 설립 25주년을 맞이한 유럽가정협회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그러한 과제를 하나씩 나열했다. 여기에는 △긴장과 분열의 순간에도 평화를 구하기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외로움 △자녀 출산을 “피조물에 대한 책임의식 결여”로 간주하는 개인주의 △유럽을 고령화시키는 인구감소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음란물을 가리켜 “남성과 여성의 존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은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교황의 발언이 혹독한 것은 교황이 설명하는 현실이 가혹한 데서 비롯한다. 교황 연설 내내 아이 울음소리와 박수가 번갈아 클레멘스 홀에 울려 퍼졌다. 유럽가정협회 빈첸조 바씨 회장은 유럽 대륙의 가족 모임을 하나로 묶는 협회의 설립 25주년을 떠올리는 인사말로 교황 알현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날 만남을 “희년 모임”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 특히 유럽 가족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불행하고도 극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6일 유럽가정협회 회장단 총회 발언을 인용한 교황은 “엄마와 아빠는 국적을 불문하고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가정은 평화의 학교”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전선에서 난민을 환대한 가정들, 특히 리투아니아, 폴란드, 헝가리” 가정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유럽가정협회가 최근 5년 동안 10개의 새로운 가정 단체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새로운 4개국을 맞아들인 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럽 단체에 가정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교황은 유럽가정협회가 가정의 목소리를 유럽의 단체들에 전달하는 한편 “유럽 전역에 가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중의 봉사”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사명은 교회를 가정들의 가정으로 삼을 수 있도록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시노드 여정과 온전히 조화를 이룹니다.”
대리모와 출산율 저하
교황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지역 교회들이 가정을 꾸린 평신도와 가정의 활동에 마음을 여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당면 사안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가정 네트워크’를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면 사안 가운데 “유럽, 특별히 이탈리아의 출산율 저하”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가 심각합니다! 제발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교황은 또한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대리모 관행”으로 인간 존엄이 위협받고 있다며 “거의 항상 가난한 여성들이 착취당하고 아이들은 상품으로 취급된다”고 한탄했다.
음란물의 “폐해”
교황은 음란물이 “인터넷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 있다”며 “남성과 여성의 존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인 음란물을 규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정부 당국과 우리 모두를 위한 시급한 과제이며, 음란물이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비정상적인 인터넷 성 소비로 만연한 사회가 효과적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심각한 착각에 빠지는 것입니다.”
교황은 가정 네트워크가 학교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음란물의 폐해를 예방하고 싸우는 한편, 음란물 중독에 빠진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의 고령화
교황은 세대 간 “연대” 부족으로 인해 유럽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유럽, 다시 말해 생식력을 잃어버린 유럽은 더 이상 지속가능성에 대해 말할 여력이 없으며 갈수록 연대를 유지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가족 정책이 국가 권력의 도구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며 “가정 자체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가정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가정이 모든 이를 위해 (...) 공동선을 구성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녀, 미래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
교황은 생산성에 대한 그릇된 시각도 지적했다.
“자녀가 있다는 사실이 피조물이나 자연자원에 대한 책임의식 결여로 간주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또한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라는 개념을 아이들에게 적용하면 안 됩니다. 아이들은 미래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가정을 “자원 최적화의 가장 좋은 사례”로 바라보며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문제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로움의 대유행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여전히 “감춰져 있는” “대유행”, 곧 “외로움의 대유행”에 맞서라고 초대했다.
“많은 가정이 가정 교회의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동시에 너무나 많은 가정이 외로움을 겪었고, 성사생활도 종종 순전히 화상으로만 이뤄졌습니다. 가정 네트워크는 외로움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가정은 본성적으로 목자들과 지역 교회와 친교를 이루며 아무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끝으로 교황은 “남녀 간의 상호 사랑”을 성찰했다. “남녀 간의 상호 사랑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절대적이고 변함없는 사랑을 반영한 것으로, 사회 질서와 피조물 돌봄이라는 공동 작업으로 완수하고 결실을 맺어야 합니다.”
교황은 “혼인에 바탕을 둔 가정이 중심”이라며 다음과 같이 연설을 마쳤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 세포입니다. 생명을 낳는다는 유일무이하고 양도할 수 없는 기능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가정이 이상적이고 완벽한 실체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가정이 이념적 모델이라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이 최초로 관계를 맺는 자리이자 세대를 위한 자연스러운 자리를 드러내는 게 가정이라서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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