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로이터 통신 인터뷰… 조기 사임설 일축, 모스크바·키이우 방문 의향 피력
VATICAN NEWS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기 사임설(“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분간은요.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과 암 투병 중이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다만 교황은 가능한 한 빨리, 아마도 9월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또한 낙태권 폐지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낙태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단죄를 강조했다. 교황은 7월 2일 로이터 통신의 필립 풀렐라 이탈리아·바티칸 담당 선임기자와의 긴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말했다. 이번 교황 인터뷰는 약 90분에 걸쳐 이뤄졌다.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이 공개한 내용의 일부다.
알려진 바와 같이 언론의 여러 기사와 논평은 최근에 공개된 교황의 몇몇 일정(오는 8월말 추기경 회의 소집, 1294년 자진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라퀼라 성모 마리아 대성전 방문)이 교황의 사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교황은 이러한 해석을 부인했다. “이 모든 우연의 일치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동일한 ‘예식’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분간은요.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동시에 교황은 과거에 이미 여러 차례 그랬던 것처럼, 특히 지난 2013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사임을 선택한 이래로 자신도 건강상 직무를 계속 이어가지 못할 경우 사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행동이 “교회와 차기 교황들을 위한 좋은 일”이었다며 “훌륭한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제 사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하느님께서 말씀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지난 7월 1일 아르헨티나의 국영통신사 「텔람」(Télam)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대답한 바 있다.
무릎 문제와 관련해 교황은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며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순방을 연기하는 결정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의 평화를 촉진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순방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여행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주치의가 20일만 더 있으면 회복할 수 있다고 해서 캐나다 순방은 예정대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필립 풀렐라 기자는 교황이 산타 마르타의 집 1층 응접실에 들어갈 때 지팡이를 사용했음에 주목했다. 교황은 인대에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작은 골절상”을 입었다며 처음으로 무릎 상태를 자세히 설명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서서히 나아지고 있어요.” 교황은 레이저 치료와 자기장 치료의 도움을 받아 골절 부위가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저는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조금씩 움직여야 합니다. 훨씬 나아요. 괜찮습니다.”
교황은 1년 전 노인들에게 흔히 생기는 질환인 게실염으로 인해 결장의 일부를 제거하기 위해 6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을 때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수술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교황은 “아무도 내게 암에 걸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미소와 함께 “궁중의 험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에는 아직도 궁중의 영이 있답니다. 바티칸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유럽 절대군주제의 궁전인 셈이죠.” 아울러 교황은 지난해 수술 당시 전신마취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사실 수술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뷰는 국제적인 이슈를 다뤘다.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접촉하며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기 신호는 좋지 않았다. 교황청이 몇 달 전 처음으로 방문 이슈를 꺼냈을 때, 러시아는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답했다. 교황은 이제는 뭔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우크라이나에 가고 싶습니다. 먼저 모스크바에 가고 싶었죠. 우리는 이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이 제게 평화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작은 창을 마련해 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 이제는 제가 캐나다에서 돌아온 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게 가능합니다. 우선은 어떤 식으로든 도울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러시아에 가겠지만, 양쪽 수도 모두 방문하고 싶습니다.” 교황은 모스크바를 언급하며 “매우 개방적이고 매우 진심 어린 대화”에 대해 말했고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교황은 필립 풀렐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확립한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언급하며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적인 관점에서 해당 사안을 말하기에는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황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낙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청부살인”에 비유했다. “물어봅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생명을 없애는 것이 정당한가요? 올바른가요?”
교황은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가톨릭 정치인의 영성체 허용 여부를 두고 미국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제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예를 들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낙태권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샌프란시스코대교구장으로부터 영성체 금지 조치를 당했지만 워싱턴의 한 본당에서 정기적으로 영성체를 하고 있으며 또한 지난 6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이 집전한 미사 중 한 사제로부터 성체를 받아 모셨다. 교황은 “교회가 사목적 본성을 상실하고 주교가 사목적 본성을 상실할 때 정치적인 문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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