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회는 문을 열어놓은 집, 인간 형제애의 터전”
Tiziana Campis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리아에서 ‘열린 병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AVSI 재단 관계자들을 만났다. 9월 3일 클레멘스 홀에서 열린 이번 만남에서 교황은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 “숙소와 마을의 파괴”, 병원을 포함한 기반 시설의 파괴를 초래한 유혈충돌로 시리아인들이 12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에는 14년 동안 시리아에서 교황대사로 봉사한 마리오 체나리(Mario Zenari) 추기경도 함께했다.
교회,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야전병원
교황은 “국제 관측통들에 따르면 시리아의 위기는 파괴, 인도주의적 지원 요청 증가, 사회경제적 붕괴, 심각한 수준의 빈곤과 기아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라며, 이로 인해 “약 1400만 명의 실향민과 난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는 내전 발발 이전 시리아 인구의 절반 이상입니다.” 교황은 최근 마시밀리아노 웅가렐리라는 예술가의 작품을 선물로 받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한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를 어깨 위로 업은 지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교황은 연설 말미에 이 작품이 이집트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던 성 요셉을 떠올리게 했다며, 해당 작품을 ‘열린 병원’ 측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시리아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을 보면서 여러분이 매일 이집트로 피신하는 너무나도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한 엄청난 고통에 직면한 교회는 영육의 상처를 고쳐주는 ‘야전 병원’이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앓는 이들을 고쳐 주라는 예수님의 초대
교황은 병을 고쳐 주시는 분은 예수님이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 시대부터 앓는 이들을 고쳐 주라고 말씀하셨다. 교황은 자신이 “특히 성 목요일에 사제들에게 하느님 백성의 상처, 죄, 고뇌를 어루만지라고 여러 번 당부해 왔다”며, 또한 “모든 신자들이 예수님의 상처, 곧 고통받는 사람들의 많은 문제, 어려움, 박해, 병약함, 전쟁 등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격려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시리아의 ‘열린 병원’ 프로젝트가 시리아의 여러 교회들과 추진한 다른 프로젝트와 함께 “사랑의 독창성”에서 피어난 결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열린 병원’ 프로젝트가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의 후원을 비롯해 교회 및 정부 기관, 가톨릭 인도주의 기관 및 많은 개인들의 관대함 덕분에 약 100년 동안 시리아에서 운영해 온 가톨릭 의료시설 3개소와 진료소 4개소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문을 열어놓은 집이자 형제애의 터전
“인종이나 종교의 구분 없이 병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교황은 이러한 특성이 바로 “문을 열어놓은 집, 인간 형제애의 터전”인 교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복지기관이나 자선기관에서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품위 있는 환대를 받는 분위기를 경험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런 방식을 통해 “시리아의 특징, 곧 다양한 인종과 종교단체 간의 모범적 공존을 촉진해 사람들을 돌보고 사회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병원’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은 “많은 무슬림들”이 크게 감사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
교황은 ‘열린 병원’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선물한 ‘착한 사마리아인 예수님’ 이콘을 언급하며, 이콘에 나오는 인물이 “두들겨 맞고 가진 것을 빼앗기고 초주검이 된 채 버려진” 오늘날 시리아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시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뿐 아니라 여러 개인, 단체, 기관 등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수많은 착한 사마리아인들 덕분에 잊히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하며 각자 자신의 책임에 대해 숙고하도록 당부했다. “사회적 정치적 무관심이 세계의 많은 곳을 황폐한 거리로 만든다는 사실이 더욱더 분명해집니다. 세계 곳곳에서 국내외 분쟁과 기회의 박탈로 소외된 많은 이들이 이 황폐한 거리에 내몰립니다”(「Fratelli tutti」, 71항).
사막의 작은 물방울이 초원을 이루게 하십시오
교황은 그토록 많은 “심각한 필요에 직면할 때마다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경험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먹을 것을 줘야 할 엄청난 군중을 마주한 예수님의 제자들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막의 물 한 방울이라고 할 수 있죠.” 교황은 그럼에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희망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첫 봄비가 내리고 나면 시리아의 황량한 사막도 녹색으로 뒤덮입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이면 초원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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