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경제를 보는 새로운 안목 필요... 타인은 거래처 고객 아닌 형제”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8일 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교황청 백주년기념재단(이하 CAPP)* 관계자들을 만났다. CAPP는 10월 6-8일 “빈곤을 근절하고 평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포용적 성장”이라는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교황은 이번 만남에서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고 초대하며 “모든 사람들을 거래처 고객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의 존엄을 존중하며 형제자매로 바라보는 겸손한 눈길”을 가지라고 제안했다. 교황은 “이 눈길만이 최근 난무하는 각종 추측으로 전쟁을 부채질하는 악과 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도 아래로 내려다보지 않는 것, 누구도 얕잡아 보지 않는 것은 평화의 일꾼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역주: 지난 199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평신도 학자들과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으며 가톨릭 교리,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백주년」(Centesimus annus) 촉진 운동에 목적을 두고 있다.
“발전은 전체적,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교황은 “발전은 전체적, 포용적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포용적 성장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빈곤은 복지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황은 교회의 사회 교리에 이바지한 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특히 교리 자체의 수용 측면에서 그러한 공헌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여러분이 사회 교리의 이해와 전파에 이바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사회 교리를 심화하는 수준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복잡한 사회·경제적 세계를 ‘내부로부터’ 읽어내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과 사회 교리를 지속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에서 나옵니다
교황은 이번 국제회의의 주제를 언급하면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핵심어가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을 시사한다고 상기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에서 “발전은 경제적 성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며 “발전이 올바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 전체와 인류 전체의 발전 향상이 전체적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발전은 전체적, 포용적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것이 우리 모두의 임무, 특히 평신도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윤리적 의미에서 경제 현실을 ‘숙성’시키는 것, 이것이 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성장을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에서 모든 것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빈곤은 복지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황은 1929년 대공황을 묘사한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 『공중 곡예사(Mr Vertigo)』를 인용했다. “전국의 농부와 시골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거리에서 절망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예후디 사부는 나에게 누군가를 바라볼 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어 교황은 “사람이 바라보는 방식, 어디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며, 다른 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그 사람이 다시 일어나도록 도와줄 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수님의 눈은 성전의 헌금함에 작은 동전 두 닢을 넣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온전한 선물의 몸짓을 봅니다.” 교황은 예수님의 눈길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자비와 연민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포용적 성장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빈곤은 복지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지정책으로 마취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빈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돕지 않는다면 ‘버리는 문화’를 양산할 뿐입니다
교황은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내용을 상기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은 언제나 위급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임시방편이 될 뿐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노동을 통하여 존엄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언제나 커다란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노동이다. 교황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노동 정책을 장려하겠다는 모든 이의 헌신이 없다면 세계적 규모의 버리는 문화를 양산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해 오늘날 “부는 증대되지만 평등은 없고,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빈곤이 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미래에는 새로운 안목이 필요하다”며, 각자의 소소한 방식으로 “일상 속에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앞서 언급한 폴 오스터의 소설에서 예후디 사부가 제자에게 “아무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지 말라”고 가르친 대목을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이것이 “모든 이에게 유익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형제요 자매입니다. 여러분이 한 회사의 대표라 해도, 직원들을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얕잡아 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은행의 대표라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과 배려로 대우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타인은 거래처 고객이 아니라 형제입니다
교황은 CAPP가 “각자 안목의 전환을 통해 이 시대의 주요 성찰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을 거래처 고객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형제자매로 바라보는 겸손한 눈길이 필요합니다. 이 눈길만이 최근 난무하는 각종 추측으로 전쟁을 부채질하는 악과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도 아래로 내려다보지 않는 것, 누구도 얕잡아 보지 않는 것은 평화의 일꾼의 방식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포용적 성장 그리고 일반적으로 교회의 사회 교리에 대한 지식을 증진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는” CAPP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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