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민주콩고 사제·남녀 수도자에게 “폭력의 소용돌이 가운데 평화의 예언자가 되십시오”
Adriana Masotti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의 사제, 부제, 신학생, 남녀 축성생활자들의 만남은 교회가 주님 봉헌 축일을 맞아 ‘축성생활의 날’을 지내는 2월 2일 열렸다. 교황은 이번 모임을 통해 힘겨운 상황으로 상처 입은 민주콩고에서 △영적 안일함 △세속적 안락함 △피상성 등 성소 위기의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다루며 몇 가지를 제안했다. 교황은 연설에 앞서 기쁨과 애정 가득한 분위기 가운데 민주콩고 킨샤사대교구장 프리돌랑 암봉고(Fridolin Ambongo) 추기경의 환영 인사말과 기도 모임 참석자 대표들의 증언을 들었다. 교황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기도 모임 참석자들은 킨샤사 주교좌성당 안팎에서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다.
하느님의 약속과 사랑의 표징
교황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당신의 충실함에 대한 위로의 말씀을 인용했다.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이사 43,19). 이어 “연민의 하느님”으로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며 약속을 보증하신 하느님께서 남녀 축성생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사명은 “이 약속의 표징이 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것이 “하느님 사랑의 증인으로서 백성을 섬기라”는 초대이자,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기름을” 부어 “공동체 여정을 격려하면서”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한 “신앙 안에서 공동체와 동행하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백성의 종’이 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곧, 예수님과의 자유로운 만남의 기쁨을 체험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사제, 수녀, 선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백성을 섬기는’ 게 아니라 백성이 ‘우리를 섬기기’ 위해 살아간다면 사제생활과 축성생활이 메마르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그것은 돈을 벌거나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직업도 아니고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현존, 그분의 무조건적인 사랑, 우리를 화해시키시려는 그분의 용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길 바라시는 그분의 자비의 표징이 되라는 사명입니다.”
이겨내야 할 세 가지 유혹 가운데 첫 번째, 영적 안일함
교황은 이 같은 사명을 살아내려는 이들이 직면해야 할 도전과 이겨내야 할 유혹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유혹인 ‘영적 안일함’을 이겨내는 비결은 기도다. 주님과의 관계가 “우리 삶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사목적 헌신, 시급한 사안, 피로 등을 핑계로 삼지 말고, 하루를 특징짓는 전례 기도의 리듬에 맞춰 “기도할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 미사는 사제생활과 수도생활의 약동하는 심장과 같습니다. 성무일도를 통해 우리는 교회와 함께 규칙적으로 기도할 수 있습니다. 절대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고해성사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기 위해서는 항상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또 하나의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기도는 형식적으로 바치는 암송기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 주님의 마음에 마음으로 맞닿으려면 매일 열심히 기도하는 시간을 별도로 할애해야 합니다. 성체조배, 하느님의 말씀 묵상, 묵주기도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과의 친밀한 만남을 위한 것입니다.”
교황은 기도가 우리를 하느님께로 열어준다며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고 말했다. “기도 없이는 멀리 가지 못할 것입니다.”
축성생활의 절제와 내적 자유
교황이 사제와 남녀 축성생활자들에게 설명한 두 번째 유혹은 “모든 것을 대충 타협하는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기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주어진 역할을 이용해 자신만의 ‘안락함’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만 골몰함으로써 차가운 영혼을 지닌 관료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슬프고도 슬픈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복음을 섬기는 대신 재정을 관리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사업을 하는 데 관심을 두게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절제와 내적 자유의 모범이 돼야 할 사제와 수도자의 삶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가 뚜렷한 지향을 품고, 돈과 타협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복음의 가난을 받아들이고, 가난한 이들 곁에서 일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하느님 나라에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표징으로서 독신생활의 빛을 발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영적·신학적 양성은 선택이 아닙니다
교황은 ‘피상성’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지적하면서 “복음에 따라 준비되고, 양성을 받고, 열정을 지닌 사제와 수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영적·신학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황은 양성이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비의 중심으로 들어가 교회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람들의 삶과 요구를 이해하고, 그들의 손을 잡고 동행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아듣기 위해 우리 시대의 불안, 점점 더 복잡해지는 우리 시대의 문제들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문화와 민족을 초월하는 형제애의 증인
교황은 하느님 백성을 위한 축성생활자들의 봉사에 있어 증인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말마디와 의도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삶 자체, 여러분의 고유한 삶이 말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번 기도 모임에서 이미 언급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예수님을 상기했다. “그분께서는 지나가시다 우리의 거리, 특히 당신 교회를 통해 멈춰 서시어 억눌린 이들의 상처를 돌보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부름받은 직무는 바로 이것입니다. 곧, 짙은 어둠 속에 언제나 켜져 있는 등불처럼 친밀함과 위로를 주십시오. 모든 이의 형제자매가 되려면 여러분이 먼저 하나가 되십시오. 이를테면 형제애의 증인이 되는 것이지 결코 전쟁 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다양한 문화와 민족적 배경의 특수한 측면까지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평화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아프리카 사제들에게 하신 말씀처럼 ‘부족과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여러분이 평화로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열의 바람이 몰아쳐도 꺾이지 않는 사람들
교황은 “바람은 구부러지는 것을 꺾을 수 없다”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이 “강자의 오만”에 수차례 굴복해야만 했던 역사를 긍정적으로 읽어내는 시각을 권고했다. 교황은 이것이 “나약함과 동의어가 아니라 강인함과 같은 일종의 굽힘”이라며, 유연함을 견지하고 경직성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하느님의 손길에 온순하게 머무를 때, 하느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화해의 백성, 환대하고 용서하는 화해의 백성이 되게 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통해 폭력의 메마른 초원에 평화의 강이 흐르게 하십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갈등과 분열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도 꺾이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여러분도 하느님께 순응하고 분열의 바람에 절대 흔들리지 않도록 하십시오.” 교황은 모든 이가 귀중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낙담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끝으로 “언제나 복음의 기쁨에 충만한 증인이 되고, 폭력의 소용돌이 가운데 평화의 예언자가 되며,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돌볼 준비가 된 하느님 사랑의 제자가 되길”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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