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항상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외국인이나 우리와 다른 이들에게 문을 닫아걸지 맙시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절대 문을 닫아걸지 말고 항상 열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부탁드립니다. 문을 열어주세요!” 특히 “외국인이거나 우리와 다른 이들, 이주민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불법 체류자나 불법 이주노동자 등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들에게, “하느님의 용서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리하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헝가리가 평화의 길인 형제애 안에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는 교황이 4월 30일 부다페스트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을 통해 헝가리, 나아가 유럽 전체에 전한 사랑과 자선과 환대의 메시지다.
제41차 해외 사도 순방 마지막 날인 4월 30일 교황은 1848년 헝가리 혁명 지도자인 국민 영웅을 기리는 광장인 코슈트 러요시 광장에서 미사를 거행했다. 해가 높이 뜨자 신고딕 양식의 헝가리 국회의사당 건물의 그림자가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5만여 명의 신자들 위로 길게 드리웠다.
박수, 노래, 깃발
깃발을 흔들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환영 인파 사이로 교황이 교황 전용차(포프모빌)를 타고 도착하자 한 남성이 이탈리아어로 외쳤다. “사랑합니다, 교황님!” 회중은 차분해지고 성가는 엄숙해진다. 노란 꽃으로 장식된 거대한 흰색 무대 위로 나무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고 자리에 앉은 이들은 저마다 독일어, 우크라이나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크로아티아어, 슬로바키아어, 슬로베니아어로 기도했다. 맨 앞줄에는 카탈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자리했으며, 교황이 전날 교황대사관에서 비공개로 만난 러시아 동방정교회 부다페스트-헝가리대교구 일라리온 대주교(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대외교회부 전임 책임자)도 있었다. 또한 주교와 사제, 수도자와 평신도도 있었다. 대부분이 여성이었으며 몇몇은 전통 의상을 입었다. 교회 일치 대표단, 유다인 공동체의 수장, 시민단체 대표, 외교단도 미사에 참례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 함께하는 건 좋은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가톨릭, 보편성(cattolicità)입니다. 착한 목자의 이름으로 부름받은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는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전하며, 다른 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울타리가 되라고 부름받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갈라지지 않고, 우리만의 공동체를 이루려 담을 쌓지 않으며, 개인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히려 서로 사랑에 마음을 열면서 형제애와 협력의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닫힌 문을 보는 것은 슬픕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문을 여십시오!” 교황은 강론 내내 이 같이 초대하며 “닫힌 문을 보는 것은 얼마나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인가” 하고 되물었다. “고립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개인주의로 닫힌 문, 고통과 빈곤에 빠진 이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으로 닫힌 문, 외국인이거나 우리와 다른 이들, 이주민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닫힌 문 말입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에도 닫힌 문이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 닫힌 문, 세상을 향해 닫힌 문,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들에게 닫힌 문, 하느님의 용서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닫힌 문 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그 문을 열어줍시다! 우리의 말과 행위, 일상생활에서 예수님처럼 열린 문, 곧 누구에게도 닫히지 않는 문, 모든 이가 들어와 주님의 사랑과 용서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들어오게 하시고 또 나가게 하십니다
이를 위한 우리의 모범은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양떼를 찾아다니는 목자처럼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우리를 찾으러 오셨습니다. 목자처럼 우리를 죽음에서 건지러 오셨습니다. 당신의 양 한 마리 한 마리를 잘 아시고 한없는 온유함으로 사랑하시는 목자로서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의 울타리에 들어가게 하시고 당신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또 집으로 데려가시려고 인류의 착한 목자로 오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에도 삶의 모든 상황에서, 우리가 혼란스럽고 두려워하며 때로는 슬픔에 갇히고 자기연민에 압도당할 때마다 우리를 부르신다”며 “그분께서는 착한 목자로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고 우리가 그분의 눈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으로 인도하는 문”이시기도 하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들어오게 하고 또 나가게 하는 문이시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형제자매들을 만나러 나가라고 재촉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이를 위해 부름받았으며,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 내어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을 따르도록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주교들에게 보내는 초대
교황은 특히 주교단과 사제단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목자들에게 이 말씀을 반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목자가 강도나 도둑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요한 10,8 참조). 다시 말해, 목자는 자신의 역할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평신도 형제자매들에게 주어진 자리를 ‘훔치지’ 않고, 엄격한 권위를 행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은총의 ‘조력자’, 친밀함의 전문가,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한층 더 열린 문이 되도록 서로를 격려합시다.”
교황은 평신도, 교리 교사, 사목 협력자를 비롯해 “사회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과 “때로는 힘들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다음과 같이 초대했다. “문을 활짝 열어 주십시오!”
절대 낙심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절대 낙심하지 말라”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기쁨과 평화를 빼앗기지 맙시다.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하거나 무관심으로 다른 이들을 외면하지 맙시다. 우리의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서 항상 우리와 동행하시길, 그분과 함께 우리의 삶, 우리 가족,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 헝가리 전체가 새 생명으로 충만해지길 바랍니다!”
에르되 추기경의 감사인사
미사 말미에 헝가리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대교구장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은 “수천 년 전부터 서방 그리스도교의 동쪽 경계에 위치한” 이 나라를 찾아준 교황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희를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황님! 저희는 전 세계에서 극소수만이 비슷한 언어를 구사하는 국민입니다. 저희는 수천 년 동안 서방 그리스도교를 애정으로 지켜왔지만 종종 잊히곤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교황님이 저희를 만나러 오셨습니다. (…) 이웃나라 우크라이나에서 저희를 찾아온 가난한 이들과 난민들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의 가장 큰 도전이자 가장 큰 기회인 아픈 아이들, 청소년들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비와 온유한 사랑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에르되 추기경은 교황에게 “오늘날의 요구에 매우 알맞은 대화와 평화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 데 대해 다시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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