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제멜리 종합병원 퇴원… 그리스 해안 난민 선박 침몰 참사에 “너무나도 큰 슬픔”
Salvatore Cernuzio / 번역 안주영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미소는 여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안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살아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7일부터 복부 탈장 수술을 위해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한 교황이 6월 16일 오전 8시45분경 퇴원했다. 병원 정문 입구 차양 아래 한쪽에는 환자, 의사, 간호사, 행인들로, 다른 한쪽에는 사진기와 영상 장비를 든 기자들과 촬영팀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오전 6시부터 교황을 기다리며 병원을 나오는 첫 장면을 찍으려고 모여 있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동상이 세워진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는 간호사들과 가톨릭 대학교 학생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이 모든 것을 촬영하고 있었다.
환호, 인사, 박수갈채
“교황님이 오십니다!” 휠체어를 탄 교황을 본 한 남성이 이 같이 외치자 교황은 손을 들어 모든 이에게 인사했다. 시동이 걸려 있는 흰색 피아트(500L) 승용차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짧았다. 하지만 교황이 잠시 멈추자 이내 인파가 몰리면서 어떤 이는 넘어졌고, 이른 아침부터 경찰과 경호원들이 설치한 통제 안전선들도 무너졌다. 감출 수 없는 감격 때문인지 모든 이가 교황에게 인사하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 했다. 군중 속에 자리잡은 작은 그룹의 취재진 앞에 멈춘 교황은 스페인 주교회의 산하 라디오 방송 「코페」(COPE) 소속 에바 페르난데스 기자와 악수를 나누고 두 번째 전신마취 수술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2021년 결장 협착증 수술 당시 받았던 전신마취로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고 캐나다 사도 순방 후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교황은 스페인어로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기술적’ 답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신을 두 차례 수술한 집도의 세르조 알피에리 교수를 불렀다. 알피에리 교수는 수술 경과와 관련해 귀중한 세부 사항을 이미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그리스 난파선 “너무나도 큰 고통”
교황은 많은 이들이 “교황님, 교황님!”이라고 소리치며 인사하는 가운데 최근 8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스 해안의 비극적인 난파 사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교황은 전날 전보를 보내며 슬픔을 나눴고, 다시 한번 어두운 얼굴로 “너무나도 큰 슬픔”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개탄했다. 교황은 교황 트윗 계정(pontifex)을 통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어제(6월 15일) 지중해에서 발생한 난파선 사고의 많은 희생자를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눈물의 은총을 주시길 빕니다. 많은 아이들을 포함한 이주민들의 얼굴과 눈빛이 우리에게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합니다.”
사람들의 온기
교황은 알피에리 교수와 개인 요양 보호사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 씨를 비롯해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차에 올라탔다. 영상 취재진의 카메라들이 그 주위를 둘러쌌다. 교황은 차창을 통해 인사하며 기자들의 애정과 언론 보도 임무에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교황이 탄 차를 따라가면서 한 청년이 “교황 만세!”라고 외치자 한 여인이 “쾌유를 바란다”고 이어 소리쳤다. 한 여성 환자는 신발을 신고 있기에도 힘들 정도로 발이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서서 그곳에 머무르다 동료에게 몸을 기댔다. 그녀는 교황과 악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 시간을 기쁘게 보냈다. 한편 제일 앞줄에 자리를 내어달라고 기자들에게 수줍게 요청했던 노부인은 “교황과 인사했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성모 대성전에서의 기도
교황을 태운 차량은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성모 신심의 상징이 된 성모 대성전으로 향했다. 교황은 해외 사도 순방 전후 때마다 성모 대성전에 들러 ‘로마 백성들의 구원’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했다. 오전 9시30분경 대성전에 도착한 교황은 성모님께 수술 성공에 감사하는 기도를 바쳤다. 아울러 교황 방문을 확신하며 아침부터 대성전 입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자들과 관광객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대성전을 출발해 바티칸 시국 입구를 지날 때에도 잠시 멈춰 스위스 근위대에게 인사하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오전 10시경 교황이 총회를 위해 모인 수녀들을 잠시 만나기 위해 지극히 거룩하신 아기 성모 수도회를 깜짝 방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달사항은 다음과 같다. “교황님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주일 삼종기도와 알현은 예정대로 행하겠지만 (1시간 정도 지속되는) 6월 21일 수요 일반알현은 취소됐습니다.”
알피에리 교수 “교황님의 상태는 양호합니다”
교황 수술 집도의 알피에리 교수는 제멜리 병원에서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알피에리 교수는 교황의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와 오는 8월 말 몽골 사도 순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교황은 모든 여행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님은 이전보다 더 잘 여행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질병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이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더 강한 교황님이 되실 것입니다.”
교황의 회복 기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알피에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웃으며 말했다. “교황님은 따로 회복 기간을 보내지 않으실 겁니다. 이미 업무를 시작하셨거든요!” 알피에리 교수가 말한 “업무”란 입원 기간 동안 교황이 기도와 독서로 일상을 보내면서 처리한 활동을 뜻한다. “교황님께 약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요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저희의 말을 조금 더 들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지키셔야 할 모든 것을 지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멜리 종합병원의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
6월 15일 오전 알피에리 교수를 포함해 제멜리 종합병원의 모든 직원은 교황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그들의 관심과 헌신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알피에리 교수는 “교황이 모든 간호사, 모든 의료종사자, 모든 의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했다”며, 모든 의료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고맙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아직 건재합니다.” 아울러 알피에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교황님의 상태는 양호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알피에리 교수가 “이제 일하러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자 마지막 질문이 튀어나왔다. “교황님을 수술하는 기분은 어땠나요?” “글쎄요, 전에도 수술한 적이 있는 걸요! 안녕히 가세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