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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서 예수회 회원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리스본에서 예수회 회원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여전히 교회 내 저항이 있지만 문은 항상 모든 이에게 열려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37차 세계 젊은이의 날을 맞아 포르투갈을 순방하는 동안 지난 8월 5일 리스본에서 예수회 회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화 전문은 예수회 교양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렸다. 예수회 회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간 교황은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동성애자와 성전환자(트랜스젠더)를 아우르는 “모든 이”가 교회에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와 관련해 자신이 “창안한 것”도 아니고 정당처럼 “표를 얻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Salvatore Cernuzio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Todos, todos, todos).” 프란치스코 교황은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기간 내내 동성애자와 성전환자(트랜스젠더)를 아우르는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는 환대하는 교회를 호소했다. 교황은 포르투갈 예수회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호소를 반복하고 또 심화시켰다. 제37차 세계 젊은이의 날을 맞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방문한 교황은 지난 8월 5일 예수회가 운영하는 성 주엉 드 브리뚜 신학교에서 예수회 회원들을 만났다.

전쟁에 대한 우려

「치빌타 카톨리카」에 전체 내용이 실린 이 대화는 “원하는 것을 물어보라”는 교황의 지시에 따라 직접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심지어 무례하다고 생각되는 질문도 두려워하지 말고 하십시오.” 이날 교황은 세대 간 갈등과 수도자들의 증거, 인간의 성에 관한 문제와 교리의 발전 그리고 전쟁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저항과 반동적 태도

교회 내 긴장은 대화의 또 다른 주제였다. 오늘날 몇몇 교회에서 “퇴보주의”, “반동적 태도”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저항이 발생하는 현상과 관련해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공의회의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낸 한 예수회 회원이 “많은 사람들, 심지어 주교들까지 교회를 이끄는 교황의 방식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자 교황은 “미국에서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라며 운을 뗐다. “매우 거센 반동적 태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조직화돼 있으며, 심지어 감정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의 소속감을 형성합니다.” 교황은 “그런 사람들에게 퇴보주의는 쓸모가 없다”며, 신앙의 문제와 윤리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적절한 진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리도 발전합니다. 해를 지나며 견고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폭넓어지고 강해지고 더욱 심오해집니다. 항상 발전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교황은 역사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오늘날 핵무기 보유는 죄악입니다. 사형제도 죄악입니다. 하면 안 됩니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예제의 경우, 이전 교황님들은 노예제를 용인했지만 오늘날은 상황이 다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해야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리스본에서 예수회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교황
리스본에서 예수회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교황

교리는 진화합니다

교황은 “위로 올라가는” 이미지를 선호한다며 “변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가르침을 절대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고 거꾸로 갑니다. 저는 이 사람들을 ‘퇴보주의자’라고 부릅니다. 뒤로 가면 교회의 뿌리에서 단절돼 폐쇄된 뭔가를 형성하고 계시의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교황의 경고는 분명하다. “위를 향해 변화하지 않고 뒤로 가면 우리 신앙은 성장과 변화를 위한 기준이 아닌 다른 변화의 기준을 취하게 됩니다. 이것이 윤리에 끼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교황은 오늘날 “윤리주의자들”이 검토해야 할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폐쇄적인 분위기, 특히 신앙을 잃고 이념에 의지하는 분위기를 경고했다. “이념이 신앙을 대체하고 교회의 어떤 부문에 대한 회원 자격이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대체합니다. (...) 인생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버리고 이념으로 대체한다면 전쟁에서 지는 것처럼 패배하고 말 것입니다.”

세속성, 가장 나쁜 악

교황은 지나치게 “세속적”인 현재 사회로 시야를 넓혔다. 특히 “세속성이 축성생활 안에 스며드는 것”을 매우 우려했다. 교황은 최근 로마교구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직자 중심주의와 영적 세속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세상과 대화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세속성과 타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교황은 영적 세속성이 “교회에 발생할 수 있는 악들 가운데 가장 나쁜 악이고 ‘방탕한’ 교황 시대보다 더 나쁜 악”이라고 언급한 앙리 드 뤼박 추기경(예수회)의 저서 『교회에 관한 묵상』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라고 다시금 권고했다.

외설적인 것에 물든 사회

세속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과 대화를 나누지 말라는 건 아니다. 교황은 “절인 음식처럼 보존된 채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속으로만 웃고 말하며 자신의 환경을 수호하는 내향적인 수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세상의 가치와 결점을 직시하며 “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지나치게 “외설적인 것에 물든” 삶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휴대전화를 통해 손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에는 이 문제가 지금보다 심각하지 않았고, 더구나 감춰져 있던 시절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에는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문제를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교황은 문제를 숨기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고 초대했다. “여러분이 자신의 문제를 숨긴다면 그것은 본인이 그렇게 선택했기 때문이지 사회나 수도 공동체의 잘못이 아닙니다.”

만남 말미에 함께 찍은 사진
만남 말미에 함께 찍은 사진

“모든 이”를 맞아들이십시오

교황은 성 문제와 관련해 동성애자들을 교회로 맞아들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오늘날 동성애 문제는 매우 거세고 이 문제에 대한 민감성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제6계명과 관련해 우리가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이른바 ‘육체의 죄’를 확대해서 보는 것입니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는 것은 중요한 죄로 생각하지 않고 육체적 죄만 부각했던 것입니다.” 

교황은 “그래서 교회에 모든 이가 초대를 받았다”며 “각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사목 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일이나 할 수 없는 행동을 강요하면서 피상적이고 순진하게 처신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을 영적으로나 사목적으로 동행하려면 많은 감수성과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가 교회에서 살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이를 절대 잊지 마십시오.”

성전환자들과의 만남

교황은 최근 한 스페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로마 순회극단 “담당 수녀”인 80세의 제네비에브 수녀가 다른 두 수녀와 함께 수요 일반알현에 성전환자들을 데리고 오기 시작한 일을 떠올렸다. “처음 만났을 때 성전환자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죠. 그들 중 한 명이 ‘교황님이 저를 만나주실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첫 번째 깜짝 방문 이후 그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일반알현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편지를 보냈고 저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초대받은 거죠! 저는 이 사람들이 배척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힘든 일입니다.”

시노드를 위한 “기쁨”

개인적인 질문도 있었다. “교황님, (...) 지금 무엇이 교황님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어떤 기쁨을 누리고 있나요?” 교황은 이렇게 즉답했다. “현재 저는 세계주교시노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때때로 시노드가 진행되는 방식에 결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도 합니다. 작은 본당, 작은 교회에서 매우 아름다운 성찰이 나오고 크게 숙성되고 있음을 보게 돼 기쁩니다. 이것이 제 기쁨입니다.”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말기에 “가톨릭 교회가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인물이 바로 성 바오로 6세 교황이었다고 말했다. “시노드는 제가 창안한 것이 아닙니다.” 그 이후로 “느린 진전”이 있었고 때로는 “불완전한 진전”이 있었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아울러 오늘날 시노달리타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다. “시노달리타스는 정당처럼 표를 얻기 위한 게 아닙니다. 무엇을 선호하느냐 혹은 이 정당에 속하느냐 저 정당에 속하느냐에 관한 것도 아닙니다. 시노드의 주인공은 성령이십니다. 그분께서 주역이십니다. 그러니 성령께서 일을 이끌어 가시도록 해야 합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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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8월 2023,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