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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주교좌성당 몽골 울란바토르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주교좌성당  사설

몽골로 떠나는 교황, 교회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생전에 남긴 이야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몽골을 방문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Andrea Tornielli

프란치스코 교황이 몽골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사도 순방을 계획했으나 취소된 이 여정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고대해” 왔다. 몽골은 1990년대 초부터 많은 선교사들의 활동으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며칠 뒤 베드로의 후계자(교황)를 맞이할 아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몽골 가톨릭 교회는 “신자수는 적지만 활기찬 신앙과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다. 교황은 몽골에서 가톨릭 신자 1500여 명을 비롯해 불교 전통을 품은 “고귀하고 지혜로운” 몽골인 모두를 만날 것이다. 

교황은 왜 몽골 사도 순방을 결심했을까? 이토록 수가 적은 가톨릭 공동체를 방문하는 데 자그마치 일정을 5일(이동 2일, 현지 체류 3일)이나 할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몽골의 지정학이 관련돼 있을까? 실제로 교황의 몽골 방문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지정학적 동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에 주된 동기가 아니다. 


1970년 11월 30일,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사모아 섬을 방문하는 긴 여정을 수행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사모아 우폴루 섬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레울루모에가 투아이 마을에서 미사를 거행하며 당시 교황들이 흔히 자신을 지칭해서 사용하던 높임말인 (1인칭 복수) “우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1인칭 단수) “나”라는 표현을 쓰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여러분을 방문한 것은 여행을 좋아해서도 개인적인 관심 때문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형제자매이기에 제가 여기에 온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여러분 모두가 저의 아들딸이기에 이곳에 왔습니다. 사실 저는 보편 교회, 곧 가톨릭 교회라는 가정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가족의 모든 구성원에게 마땅히 똑같은 애정을 드러내야 합니다. ‘가톨릭 교회’의 의미를 아시나요? 그것은 교회가 온 인류를 위해, 모든 이를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며, 그 어디에도 이방인이 없다는 뜻입니다. 출신 국가, 인종, 나이, 학력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교회 안에 자기 자리가 있습니다.”

교회는 모든 이를 위한 곳이다. 교회는 숫자를 우선하지 않고 언어, 문화, 민족, 출신 국가에 상관없이 누구도 이방인이 아닌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리스본에서 말한 “모든 이”를 위한 교회가 바로 그런 곳이다. 리스본 세계청년대회가 폐막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교황은 “몽골의 형제자매들”에게 “모든 이의 형제로서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다시 길을 떠나려 한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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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8월 2023,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