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탈리아 주교회의 언론 종사자들에 “지배 논리에 편승하지 말고 시류에 역행하십시오”
Salvatore Cernuzio
“소명에 의한 진정성”은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산하 언론매체 TV2000과 라디오 인블루(Radio inBlu)에 일깨워준 사명이다. 교황은 가톨릭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완수해야 할 이 사람들이 CEI에 소속돼 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는 그들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크나큰 “자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회홍보 세계와 같이 “특정 지배 논리에 편승하거나 권력에 굴복하거나 심지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는” 세상에서는 “시류에 역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논쟁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 대신 “용기”를 내어 소외된 이들 – 사람들과 이야기들 – 이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분열과 불화에 맞서 존중과 역량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이 되라고 당부했다.
교황이 1월 29일 수많은 이탈리아인에게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선사해온 라디오 방송국 인블루2000과 TV2000(구 Sat2000)의 설립 25주년을 맞아 바오로 6세 홀에서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업무와 프로그램을 “재검토 및 재편”하고, 콘텐츠의 제작방식과 사용방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며 쇄신해 왔다. 가장 최근의 어플리케이션은 Play2000 앱이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이 앱 또한 자신이 강조한 세 가지 단어, 곧 “친밀함, 마음, 책임감으로 소통”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CEI 소속, 제한이 아닌 자유의 표현
교황은 “인공지능이 정보통신 세계와 이를 통한 사회의 특정 삶의 기반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시대를 직면하는 데 있어 언론 관계자들에게 친밀함, 마음, 책임감 등 세 가지 지침을 제시했다. 교황은 이를 두고 “언론 분야의 종사자는 물론 우리 모두를 어느 정도 끌어당기는 이러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길을 비춰주는 길잡이 별처럼 변함없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탈리아 가톨릭 일간지 「아베니레」(Avvenire)와 이탈리아 주교회의 산하 통신사 ‘아젠치아 시르’(Agenzia Sir)와 함께 이탈리아 주교회의라는 매우 명확한 조직에 소속된 여러분과 특별한 방식으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는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크나큰 자유를 드러냅니다.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가 항상 인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떠올려주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와 변방에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이 말은 “문화 안에 신앙을 구현하는 것”, 특히 “우리 주변의 어둠이 희망의 빛을 꺼뜨리지 않는 이야기를 전하는” 증거를 통해 신앙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황은 “여러분은 매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며 “사람들은 여러분을 통해 정보를 얻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새로운 현실, 경험, 장소를 찾아 떠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까이 다가감은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변방으로도 확장됩니다.”
“저는 친밀함이야말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신 하느님의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세 가지 특성은 친밀함, 애틋한 사랑 –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애틋하게 사랑하십니다 – 그리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십니다. 친밀함, 가엾이 여기는 마음, 애틋한 사랑을 명심하십시오.”
권력과 지배 논리에 편승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며, 우리 공동체의 아름답고 좋은 점을 이야기하라”고 격려하는 동시에 소외된 이들을 잊지 말고 “흔히 들러리 역할만 하거나 아예 고려의 대상으로 취급되지도 않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언론 종사자는 특정 지배 논리에 편승하거나 권력에 굴복하거나 심지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낼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류에 편승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언제나 발이 닿도록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류에 역행하십시오.”
용기
교황이 두 번째로 강조한 단어는 “마음”이다. 오늘날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세계에서 ‘마음’은 거의 역설에 가까운 표현이다. 교황은 “모든 것이 마음에서 나온다”고 확신했다.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사실을 직시할 수 없고, 누군가와 대담을 나눌 수도 없으며, 무언가를 말할 수도 없습니다.” 교황은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이론의 전달이나 기술의 실행”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조금 줄이고 다른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편견의 족쇄에서 벗어나 진실을 사랑과 분리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을 마음에서 분리하지 마세요! 그리고 용기를 내세요. ‘용기’(coraggio)가 마음(cor)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논쟁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대안이 될 수 있는 용기,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용기,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용기를 냅니다.”
교황은 원고를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이는 매우 중요하다”며 “전달자는 다리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달자는 다리를 놓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객관적인 커뮤니케이션
세 번째 요소는 “책임감”이다. 교황은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객관적이고,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며, 공동선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야만 균열을 수리하고, 무관심을 환대와 관계로 바꿀 수 있습니다.” 교황은 “모든 섬김의 중심, 모든 기사의 중심, 모든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항상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번역 이창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