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탈리아 방송국 관계자들에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는 진실, 가치, 아름다움 전파에 이바지해야”
Tiziana Campisi
3월 23일은 “모든 이의 삶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점점 더 다른 이들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두 기념일이 있는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3일 이탈리아 공영방송국 라이(RAI) 텔레비전 방송국 개국 70주년과 라디오 방송국 개국 100주년을 맞아 바오로 6세 홀에서 라이 방송국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무엇보다도 미디어가 “좋든 나쁘든 우리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방송국이 제공하는 공공성 및 서비스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설했다. 교황은 우선 서비스 측면과 관련해 라이 방송국의 소명이 “무엇보다도 보편적인 열린 마음으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주의에 물들지 않고 각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정보, 엔터테인먼트, 문화 및 기술 분야에 밀접하게 연관된 진실과 공동선에 대한 공헌”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분야에서 봉사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진실, 곧 진실 전반을 추구하고 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이념적 방식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며, 거짓말을 하고 사회 구조를 붕괴시키려는 이들의 교활한 계획에 맞서는 일입니다. 진실은 하나이고 조화로운 것입니다. 진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왜곡될 수 없습니다. 이는 지나치게 사안을 축소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을 방지하며, 진실이 ‘교향곡’이라는 점, 이를테면 언제나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합창단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울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올바른 정보 제공
교황은 라이 방송국의 봉사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편견 없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인지를 방해하는 ‘인지 공해’에 대항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정보 역시 “생태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진실은 제안되는 것이지 강요되는 게 아니”라며 “다양한 의견과 출처에 대한 존중을 보장하는 다원성”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라이 방송국에 “대화를 촉진하고 화합의 실을 엮어 나가라”고 권고했다.
“대화를 발전시키려면 경청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경청을 자신이 대답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경청이 아닙니다.”
다양한 소통의 언어
교황은 라이 방송국의 공영 서비스가 영화와 드라마, 텔레비전 시리즈,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스포츠 방송, 어린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소통의 언어와도 관련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제시할 것을 당부했다.
“기술은 풍요롭지만 때로는 인간성이 부족한 우리 시대에는 아름다움의 추구를 장려하고, 연대의 역학을 주도하고, 자유를 수호하고, 모든 예술적 표현을 통해 모든 이로 하여금 감명을 받게 하고, 성찰하고, 감동하고, 울고 웃으며, 삶의 의미와 선의 전망, 최악의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의 해로운 영향 방지하기
교황은 “기술”과 관련해 제58차 홍보주일(2024년 5월 12일) 담화에서 이미 강조했듯이 “윤리적 규제의 모델들을 제시함으로써 예방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 시스템의 사용에 따른 해롭고 차별적이며 사회적으로 부조리한 영향을 방지”하고 “다원성 감소나 여론 양극화, 획일적 사고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오용”에 맞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익과 연결된 서비스
교황은 라이 방송국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공공 서비스라는 사실에 대해 “무엇보다도 공동선과 연결된” 일이라며 “특히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가장 가난한 이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 버림받은 이들을 배려하고 이들을 대변하겠다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식 성장의 도구가 되고,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 성찰하도록 하며, 이기적인 무관심의 거품을 커지게 하지 않고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며, 젊은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어 큰 꿈을 꾸도록 교육하는 소명”을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꿈을 꿀 수 있는 역량을 잃지 말고 큰 꿈을 꾸라”고 격려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시스템을 전지구적 수준으로 고양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뛰어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시청률을 쫓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여러분의 제안을 통해 품질에 대한 폭넓은 수요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결국, 소통은 모두를 위한 대화이므로 우리 시대에 시민권이나 참여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재구성하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언제나 놀라움입니다
교황은 “진정한 소통은 언제나 놀라움”이라면서 라이 방송국이 “모든 것을 다 알고 가르쳐 주는 강사”가 아니라 “우리를 놀라게 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친구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이 방송국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가정과 사회의 일치와 화해, 경청과 대화를 촉진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존중과 겸손으로 경청”하며 “동행”하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교황은 참석한 이들을 강복한 후 “옛날에는 교황이 교황가마를 타고 이동했다”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이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매우 실용적”이라며 농담을 던지고 직원 자녀들에게 부활절 초콜릿 달걀을 선물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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