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회의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어린이들과 대화 “행복은 평화롭게 친구로 사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1일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두 번째 국제모임에 참석한 어린이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행복이란 무엇이며 우리 모두가 어떻게 형제자매처럼 느낄 수 있는지, 전쟁이란 무엇이며 평화의 중요성은 무엇인지, 조부모와 손주의 관계,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아름다움 등 다채로운 주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눴다. 교황청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 주제는 “어린이: 미래 세대”이다.

Adriana Masotti

“어린이: 미래 세대”는 로마와 바티칸에서 열린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두 번째 국제모임(5월 10-11일) 행사(#BeHuman)의 일환으로 5월 11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새 시노드 홀에서 주재한 회의 주제다. 이 회의는 성 베드로 대성전 대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교황청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재단”이 추진하는 “인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다양한 실무회의 중 하나로, 약 30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과학계, 학계, 기업인, 기관 및 스포츠계의 저명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환경과 기업, 스포츠와 비영리 분야, 정보 및 산업 분야, 디지털, 교육, 지방 정부 및 식량 안보 분야에서 형제애의 원칙을 심화하고자 함께 협력해 왔다. 교황 회칙 「Fratelli tutti」에서 나온 이 관점을 바탕으로 전쟁과 빈곤의 대안을 모색해 형제애를 나누는 행성지구를 위한 제안을 도출하자는 게 목표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과제다.

어린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 여정 

교황은 이날 오후 5시 어린이들의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회의는 오는 5월 25-26일 열리는 세계 어린이의 날 조직위원회 위원장 엔조 포르투나토 신부와 부준비위원장 알도 카뇰리의 발제로 한 시간 전부터 시작됐다. 교황이 도착하기 전, 노벨평화상 수상자 겸 평화도시어린이재단 이사장 조디 윌리엄스를 비롯해 여러 연사들이 발제했다. 알도 카뇰리 부준비위원장은 교황을 맞이하며 세계 어린이의 날로 이어질 지금까지의 여정을 설명했다. “이 회의는 어린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교황님의 위대한 직관의 결실입니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여정을 이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교황님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우리는 일단 싹이 트면 우리 어른들이 보여준 것보다 더 나은 집단의식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씨앗을 심고 있습니다.” 감베티 추기경은 교황에게 인사말을 전하면서 “우리 어른들은 전쟁과 갈등이 아닌 우정이 다스리는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다시금 발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전 원장인 마리엘라 에녹 박사는 이날 회의의 구체적인 성과로 말할 수 있는 원격 의료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교황에게 소개했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 마르코 임팔라초 총재는 전쟁과 분쟁의 첫 희생자인 수많은 어린이들의 고통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강력히 호소했다.

회의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회의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프란치스코 교황

행복에 관한 교황의 질문

교황과 아이들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아이들 중 일부는 매우 어렸으므로 그들의 어머니가 함께했다. 많은 아이들이 교황에게 인사하고, 악수하고, 교황 옆에 앉고, 교황을 둘러싸고, 자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다양한 색깔의 판지로 만든 수공예품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이어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교황의 말씀을 듣기 전에 손뼉을 치며 형제애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형제애라네. 형제애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은 이 노래 구절을 반복해 불렀다. 교황은 이날 연설 시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사전에 준비된 연설 원고 없이 즉석에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작했다. “여러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한 어린 소녀가 “모두 하나가 되어 한 가족, 하느님의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한 아이는 “평화”라고 답했다. 교황이 “그렇다면 행복은 어떻게 만들 수 있고, 어디서 살 수 있나요?”라고 묻자 한 아이가 “평화를 이루면 행복해진다”고 대답했다. 교황은 “행복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하고 되묻자 한 아이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우리에게서 나온다”고 답했다. 교황은 “좋은 대답”이라며 “브라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 교황의 물음에 아이들은 “모두가 잘 지낼 때”, “평화를 이룰 때”, “친절한 말로 사람을 대할 때”라고 대답했다. 교황은 또 다른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입을 모아 “아니오!”라고 외쳤다. “저희는 함께 있으면 행복해요. 하느님과 함께 있으면 행복해요.”

회의 참석 어린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의 참석 어린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어린이는 전쟁에 책임이 없습니다

교황이 “이제 아주 어려운 질문을 할 테니 잘 들어보라”며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계속 만날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한 아이가 “매일 기도하면 만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아이는 “사랑하면”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우리끼리 다투면 행복할까요? 전쟁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아이들이 “아니오”라고 말하자 교황은 행복이 평화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을 치르는 아이들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아이들은 때로는 먹을 음식도 없고, 폭탄이 떨어질까 무서워하고, 나쁜 일이 벌어질까 겁내고 있답니다.” 교황이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전쟁의 한쪽에 한 아이가 있고, 전쟁의 다른 쪽에 다른 아이가 있다면 이 두 아이는 서로 적일까요?” 하고 물었다. 한 어린이가 “아니요,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아이들은 “그들은 모두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사랑으로 평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조부모를 위한 기도

교황과 어린이들 사이의 친밀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 한 어린이가 교황에게 자신의 할머니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황은 이에 기꺼이 응하며 모든 조부모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기도인 성모송을 바쳤다. 교황은 “할머니, 할아버지 만세! 할머니, 할아버지 만세!”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고 초대했다. 잠시 중단된 대화는 “어떻게 친구가 되나요?”라는 한 어린이의 또 다른 질문으로 다시 시작됐다. 교황은 “우선 다른 사람을 좋게 생각해야 한다”며 “상대방을 나쁘게 생각하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되물었다. 이어 교황은 너무 많은 질문으로 아이들을 지겹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형제애에 관한 어린이 선언」에 서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형제애에 관한 어린이 선언」에 서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형제애에 관한 어린이 선언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졌다. 세계 어린이의 날 조직위원장 엔조 포르투나토 신부는 이번 어린이 회의 주최자들이 교황에게 전달하기를 바랐던 복자 피노 풀리시 신부의 무덤에서 발견된 온전한 상태의 복음서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포르투나토 신부는 “우리가 복음에 온전히 젖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표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의미 있었던 순간은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직접 작성하고 서명한 「형제애에 관한 어린이 선언」을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서로 다르지만 하나된 형제자매로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강렬한 열망을 나타냈다. “우리의 뿌리는 우리가 서로 다른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삶, 같은 꿈을 나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열매입니다.” 어린이들은 꿈을 믿으며 어른들에게도 “희망의 씨앗을 심고 애정 어린 행동을 싹 틔우도록” 초대했다. 아이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가 우리의 모든 꿈을 서서히 파괴하지 않도록,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우리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리와 동행하는 어른들과 함께 평화와 이해, 형제애와 성장, 환대와 희망의 길을 걷게 해 주세요.”

하느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안전합니다

회의 말미에 교황이 형제애에 관한 어린이 선언문 하단에 서명할 예정인 가운데 아이들의 토론은 계속 이어졌다. 회의 사회자는 교황에게 세계 어린이의 날을 그토록 원했던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어떤 이는 인류의 미래가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인류의 미래는 어린이와 노인이라는 양 측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조부모를 만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노인, 조부모, 어린이를 보살펴야 합니다.” 교황은 노인이 아이들에게 지혜를 전수한다며, 이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처럼 하느님의 품에 안기고 싶다”고 말한 한 영성가의 말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품에 안긴 아이는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도 이렇게 하느님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처럼 하느님의 품 안에서 안전해야 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곧 다시 만나자”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교황이 새 시노드 홀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교황을 껴안고 인사를 하는가 하면, 자신의 생각과 궁금한 것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쉬지 않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교황은 서두르지 않고 때로는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어린이들에게 대답하며 아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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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5월 2024,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