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2024년 9월 1일) 담화 주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2024년 9월 1일) 담화 주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합시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교황, 피조물 ‘포식자’ 아닌 정원 ‘경작인’으로 개발에 윤리적 한계 설정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2024년 9월 1일)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서 교황은 불의 및 인간의 자연 착취, 죽음과 파괴를 일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규탄했다. 아울러 평화와 온전한 발전이 아닌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AI) 개발에 윤리적 한계를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Tiziana Campisi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2024년 9월 1일) 담화를 통해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합시다”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세상의 악”과 불의,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도시를 파멸시키며, 인간의 생활환경을 더럽히는 수많은 동족상잔의 전쟁”과 “약탈당하고 황폐해진 어머니 지구” 앞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희망은 “온 우주와 모든 피조물이 현 상태를 극복하고 본래의 상태”, 곧 아담의 죄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길 “부단히 탄식하며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됩니다

교황은 6월 27일 발표한 담화에서 피조물이 “인간의 자연 남용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해체와 죽음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피조물 역시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로마 8,21)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의 구속 덕분에 인간과 다른 모든 피조물 사이의 연대의 유대를 희망 안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힘이 초래하는 위험

교황은 인간의 힘이 초래하는 위험을 깨닫는 게 희망을 함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Laudate Deum)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경이로운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다른 많은 존재들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28항 참조)이다. 교황은 인간의 힘이 이제 “통제되지 않은 채 괴물을 만들어내고 우리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까닭에 교황은 “오늘날 인공지능(AI) 개발에 윤리적 제한을 두는 게 시급하다”며 “AI의 계산과 시뮬레이션 능력이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대신 평화와 온전한 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발걸음을 이끄시는 성령

“성령께서는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교황은 “제1차 세계 어린이 날을 맞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어린이들이 이 말을 똑똑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느님은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 모든 이의 벗이자 구원자이신 아드님, 사랑의 길로 우리의 발걸음을 이끄시는 성령”이시므로 성령께 순종하면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포식자’에서 정원의 ‘경작인’이 됩니다. 땅은 인간의 보살핌에 맡겨졌지만 여전히 하느님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을 대표하는 ‘신학적 인간중심주의’(antropocentrismo teologale)입니다.” 교황은 “자연을 소유하고 지배하며 자기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은 우상숭배의 한 형태”라며 “이는 자신의 기술권력에 도취돼 오만하게 지구를 하느님의 ‘은총이 박탈된’ 상태에 두는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피조물 보호는 윤리적, 신학적 문제입니다

교황은 오늘날 현대 물리학의 발견 덕분에 물질과 정신 사이의 관계가 흥미롭게 조명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모든 것이 완전히 알려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피조물 보호는 윤리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간의 신비와 하느님의 신비가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교차점은 ‘창조적’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창조하신 사랑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이 같은 초월적, 신학적, 윤리적 동기에 따라 그리스도인이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통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는 데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의 비극과 자연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합시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삶은 주님의 영광스러운 재림을 기다리는 믿음의 삶”이라며 희망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초대했다. 아울러 신앙인들이 “고통받는 인간의 ‘육신’”을 돌보는 가운데 “모든 이를 위한 사랑, 형제애, 우애, 정의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이 희망을 증거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의 구원”이 인류와 자연, 인류의 “생활환경”인 “세상 고통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가 아픔과 괴로움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 그분의 평화 안에서 최종 완성을 향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피조물이 탄식”(로마 8,19-22 참조)한다는 것은 “성령 안의 기쁨과 사랑과 평화이신 그분의 계획이 성취되길 고대하면서 하느님을 신뢰하고 우리 가운데 계신 그분께 우리 자신을 내어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

교황은 “희망은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남아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며 “환난의 시대나 인간의 야만성에 직면했을 때에도 낙담하지 않는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희망이 “역사와 인간사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이라며 “희망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신앙의 현실”을 동반하는 “인내심 있는 기다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다림과 관련해 교황은 “유혈분쟁, 교황권과 제국 간의 갈등, 십자군 전쟁, 이단 발흥, 교회 내 세속화가 심화되던 시대”에 “보편적 형제애와 그리스도교 평화를 바탕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새로운 마음가짐이라는 이상을 제시한” 조아키노 다 피오레(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천국편 XII, 141 참조)의 사례를 언급했다. 또 교황 회칙 「Fratelli tutti」에서 제시한 “사회적 우애와 보편적 형제애의 정신”을 촉구했다. 교황은 “인간 사이의 이러한 조화”가 “피조물에도” 확장되길 바란다며 “우리 공동의 집(지구)과 그 안에 사는 우리를 위한 구원의 길”인 “인간답고 통합적인 생태론에 대한 책임감”을 당부했다. 아울러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선의의 모든 이와 힘을 합쳐 함께 걷는다는 것을 뜻한다”며 “신자들이 주 그리스도 안에서 예정된 육신의 부활에 대한 기다림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이들의 고통과 희망으로 가득한 ‘육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육화 신앙을 살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하느님, 타인, 우주’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희망찬 기다림”으로 현재의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를 도우시며 “신앙 공동체를 깨어 있게 하시고 끊임없이 가르치시는” 성령께서 우리의 “삶의 방식에 전환”을 일으키시어 “타인과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오만”을 없애시고 “타인과 피조물을 돌볼 수 있게 하신다”고 말했다. “아담의 죄가 우리의 근본적인 관계, 곧 하느님과의 관계, 우리 자신과의 관계, 다른 이들과의 관계, 그리고 우주와의 관계를 더럽혔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관계를 온전히 회복하고, 구원받게 하며,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나머지 모든 것이 실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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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월 2024,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