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복사들에게 “예수님과 함께 고통받는 이들과 가장 작은 이들에게 다가가세요”
Tiziana Campisi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복사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성 베드로 광장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여러분과 함께하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로마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은 유럽 20개국에서 로마를 찾은 5만 명 이상의 복사들에게 이 같이 환영의 말을 전했다. 바티칸 시국 헌병대는 인솔자, 주교, 사제 등을 포함해 약 7만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각자 티셔츠, 현수막, 깃발을 준비한 이들은 머리수건, 모자, 양산 등을 이용해 7월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며 성 베드로 광장과 그 주변을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였다. 국제 복사단 연합회(Coetus internationalis ministrantium, 이하 CIM)가 주관한 이번 순례대회 주제는 “너와 함께”(Con te)이다. CIM은 복사단 교구 책임자, 복사단 사목담당자들과도 함께하는 단체다. 교황은 올해 순례대회 주제 “너와 함께”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단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너와 함께’라는 표현은 우리 삶의 신비, 사랑의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수많은 복사들과 함께
복사들은 이른 오후부터 교황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교황의 도착을 기다리며 오후 4시부터 성가와 노래 등과 함께 행사가 시작됐고, 룩셈부르크대교구장 겸 CIM 의장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의 환영사가 있었다. 여러 주교들의 묵상 나눔과 음악 연주가 이어졌다. 오후 5시30분 조금 지나 도착한 교황은 다섯 명의 복사와 함께 포프모빌(교황전용차)을 타고 약 30분 동안 성 베드로 광장과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를 돌며 신자들과 순례자들을 강복하고 인사를 나눴다. 그런 다음 성 베드로 대성전 앞쪽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몇몇 복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올러리슈 추기경의 인사말
올러리슈 추기경은 교황에게 전하는 인사말에서 “이번 순례의 주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 관련이 있다”며 “복사들은 미사 전례 봉사를 하는 동안 특별한 방식으로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너와 함께’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리스도와의 특별한 관계를 통해 복사들 사이에 참된 우정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곧 가난한 사람, 박해받는 사람, 억압받는 사람, 노숙인, 실직자, 난민, 무국적자, 따돌림을 당하거나 혼자라고 느끼는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손을 내밀 때에만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올러리슈 추기경의 인사말이 끝난 후 저녁기도가 시작됐다. 몇몇 복사가 단상 앞에 준비된 대형 향로에 향을 넣고 불을 붙였다. 향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향긋한 냄새를 광장에 퍼뜨렸다. 단상 앞에 설치된 대형 향로는 앞뒤로 흔들렸다. 이는 복사들이 미사 전례 봉사 중에 자주 행하는 몸짓을 연상시켰다.
영성체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님
교황은 복음 낭독이 끝난 후 “복사들의 전례 봉사 체험은 이 ‘너와 함께’의 주인공이 하느님이시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성찬례에서 가장 크게 실현됩니다. 성찬례에서 ‘너와 함께’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 안에서 하느님의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현존이 됩니다. 성찬례를 거행하는 사제는 매일 자신의 손을 통해 일어나는 일을 직접 봅니다.” 교황은 복사들에게 “여러분도 미사 전례 봉사를 할 때 이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우리는 예수님께서 영적이고 육적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말로만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니라 그 행위, 그 사랑의 행위인 성찬례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처럼 사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웃을 사랑하기
교황이 말하는 “핵심 포인트”는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므로 우리도 참으로 그분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너와 함께’라는 의미를 통해 주님의 계명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교황은 이 하느님의 신비를 몸과 마음에 간직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여러분도 예수님 덕분에, 언제나 오직 그분 덕분에 이웃에게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몸짓으로, 마음으로, 구체적인 친밀함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친밀함을 잊지 마세요.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면서, 판단하지 않고, 편견 없이, 마음을 닫지 않고, 아무도 배제하지 말고 그렇게 하십시오.”
교황은 그리스도처럼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 낯선 사람,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우리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다가가게 해준다며, 예수님 사랑을 섬기는 종이 되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로마를 순례하는 복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예수님과 함께하는 좋은 여정이 되길 기원했다.
평화를 위한 기도
복사들은 교황의 강론을 들은 다음 루마니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헝가리어, 포르투갈어로 기도를 바쳤다. 먼저 교회가 “모든 이를 위한 피난처와 희망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유럽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했다. 또한 “민족들과 그들의 지도자들이 협력과 상호 존중을 통해서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마지막 기도는 올러리슈 추기경이 바쳤다. 그는 순례에 참여한 모든 복사들이 “일상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빛과 희망도 전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이날 행사는 교황의 강복으로 마무리됐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을 떠나기에 앞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연단 옆에 자리하고 있던 몇몇 젊은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 중에는 교황에게 선물을 주는 이, 교황에게 강복을 청하는 이,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교황의 자필 서명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교황은 어떤 요청도 거절하지 않았으며, 농담을 주고받거나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을 떠나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향할 때 복사들은 즐거운 노래로 교황을 배웅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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