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기억 “모든 전쟁의 희생자를 위해 기도합시다”
Salvatore Cernuzio
8월 10일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희생된 약 22만 명의 넋을 기리는 날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현실의 아픔을 기억했다. 8월 11일 연중 제19주일 삼종기도 말미의 교황 발언은 짧지만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극의 날
교황은 교황청 사도궁 창에서 삼종기도를 마친 후 가장 먼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의 두 도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일본 사도 순방 당시 이 두 도시를 방문한 바 있는 교황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서 몇몇 원폭 생존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그 방문은 교황도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교황은 약 80년 전 발생한 비극을 기억하는 날을 맞아 모든 전쟁 희생자를 위해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그 사건과 희생자들은 물론 모든 전쟁의 희생자들을 주님께 맡겨드립시다. 특히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수단,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다시금 간절히 기도합시다.”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 수단, 미얀마를 위한 기도
이날 교황은 여느 때처럼 잔혹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지역들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가자시티 알사하바 지역 소재 알타바인 학교가 공습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최소 100명이 사망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수단에서는 내전 확산으로 주민들은 물론 선교사들까지 피란길에 올랐다. 아울러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위기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피난 중이던 로힝야족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들 가운데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도 포함됐다.
교황은 이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지난 8월 9일 브라질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의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도 요청했다.
순례자와 신자들에게 인사
끝으로 교황은 휴가철인 8월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채운 순례자들을 바라보며 이날 기념하는 성녀 클라라 축일을 언급했다. 아울러 모든 클라라회 수도자들, 특히 발레글로리아 봉쇄수녀원 수녀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 교황은 발레글로리아 수녀들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도원은 교황이 지난 2019년과 2021년 아시시 순방 중 깜짝 방문했던 움브리아 주 스펠로에 위치해 있다.
교황은 또 며칠간의 순례를 마치고 아시시에서 도보로 로마에 도착한 베르가모교구 소신학교 학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교황이 그들에게 “피곤하세요?”라고 묻자 그들은 한 목소리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피곤하지 않다고요? 정말 훌륭합니다.” 교황은 모든 이에게 “좋은 주일”을 기원하며 늘 그렇듯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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