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카푸친작은형제회 수도자들 만남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되십시오”
Adriana Masotti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푸친작은형제회 수사들을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꾸밈없고 형제애가 넘치며, 자유롭고 기꺼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이들로 정의하면서 그들이 항상 이러한 모습으로 남아 있길 희망했다. 교황은 제86차 카푸친작은형제회 총회를 맞아 8월 31일 오전 교황청 사도궁 콘치스토로 홀에서 로베르토 제누인 총봉사자 신부와 동행한 이들을 맞이했다.
“협력의 신비”
교황과의 만남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교황은 연설에 앞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카푸친작은형제회 고해사제들을 가리켜 “훌륭한 고해사제”였다고 기억했다. 특히,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용서”하며 너무 많이 용서한 데 대한 자책감이 들어 주님께 용서를 구한 신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지난 9월 30일 추기경에 서임된 루이스 파스칼 드리 신부다. 이어 교황은 이날 오전 카푸친작은형제회와의 만남에 대한 기쁨을 표하며, 연설을 통해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통해 계속 이루고 계신 놀라운 일들”을 돌아보고, 오늘날 “아시시의 ‘가난뱅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계속 나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칸 영성 가운데 가장 먼저 ‘형제애’를 강조하며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있어 복음 선포가 형제애에서 시작됐음을 상기했다.
“그 바탕에는 ‘협력의 신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누구도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사랑 안에서 성장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형제들에게 주는 선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잘 간직하면서도 이를 형제들을 위한 선물로 나누지 않는 사람은 아직 카푸친의 삶을 시작하지 않은 것입니다.”
형제애를 최우선으로
교황은 우리가 “선택받은 형제들”임을 깨닫고, 하느님 아버지의 인도하심에 자기 자신을 내어 맡기라고 초대했다.
“여러분의 총회에서 경제적 자원, 인간적 계산, 또는 이러한 유형의 기타 현실이 주된 우선순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권고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유용한 도구이지만, 항상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선순위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곧,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보내신 사람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살도록 허락하신 사람들, 그들의 선과 구원을 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교황은 프란치스칸 가족의 중심에는 항상 형제애가 있어야 한다며, 교회와 세상에서도 형제애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꺼이 나서는 마음”이야말로 여러분의 진정한 가난입니다
교황은 카푸친작은형제회 영성에서 두 번째 중요한 측면인 ‘기꺼이 나서는 마음’(disponibilità)과 관련해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으로 기꺼이 가려는 마음가짐,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시대처럼 갈등과 배타성이 만연한 때에는, 특히 기꺼이 나서는 마음과 존중, 나눔보다 무관심과 이기심이 더 우세한 이 시대에 그것은 특별히 중요한 표징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당한 착취와 환경파괴와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형제”
끝으로 교황은 카푸친작은형제회 영성의 세 번째 차원으로 ‘평화를 위한 헌신’을 제시했다. 교황은 “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다가가며 ‘사람들의 형제’라고 불릴 만큼 수세기 동안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왔으며, 만남의 기회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핵심 카리스마(영성)에서 나온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친밀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프란치스코 성인은 한센병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평화를 이루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한센병 환자들과의 포옹 속에서 자신이 치유받아야 할 내적 필요를 발견하고, 그들 안에 현존하시는 구세주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용서를 받은 그는 용서의 전달자가 됐고, 사랑을 받은 그는 사랑의 원천이 됐으며, 화해를 이룬 그는 많은 사람들을 화해시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처럼 사랑의 사람, 용서의 사람, 화해의 사람이 되십시오.” 교황은 신앙이 언제나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과 연결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카푸친작은형제회가 교회 안에서 행한 모든 선한 일에 감사를 표하고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며” 꾸준히 여정을 이어가라고 격려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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