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수도자들에게 “사람들을 배척하지 말고 맞아들이십시오. 학위가 아니라 사랑이 중요합니다”
Alessandro De Carolis
우리의 마음은 평온하면서도 동시에 “쉼 없이 부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마냥 “평온한” 마음은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명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은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으로 요약된다. 최후의 심판에서는 학위가 아니라 가장 고통받는 이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문을 열고, 특정 사람들만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2일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성 시스토의 도미니칸 선교 수녀회, 예수 성심 수녀회,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의 성전 봉헌 수녀회, 거룩한 성소 수도회(보카치오니스티 수도회) 등 4개 수도회 총회에 참석한 남녀 수도자들 앞에서 이 같이 축성생활의 지평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식별, 양성, 사랑
교황은 식별, 양성, 사랑이라는 세 가지 핵심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교황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나 일상의 작은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뤄지는 과정”이 식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별은 “기도, 묵상, 인내의 시간”을 요구하고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님의 말씀과 자신의 내면, 다른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결코 우리에게 당신의 뜻을 강요하지 않으신다면서, 우리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 같은 섬세한 과정이 수도자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이에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세상은 결단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성소와 같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단의 과정에서 그러합니다. 세상에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자유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어머니와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자유란 갈림길 앞에 머물며 잠깐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한 길을 선택해 끝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평온하지만 부단한 마음
교황은 양성과 관련해 “수도생활은 성덕을 향한 끊임없는 성장의 과정”이라며 “개인 기도와 공동체 기도, 성사생활, 성체조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가 성체조배의 참맛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끊임없이 ‘양성 중’에 있음을 겸손하게 깨닫는 사람”만이 “다른 이들을 위한 좋은 ‘양성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교황은 “쉼 없는 마음”, “부단한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평온한 마음”과 “평온하면서도 쉼 없이 부단한 마음”은 다르다면서, 마음이 마냥 안일해지지 않도록, 평온하면서도 부단한 마음을 간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여러분의 사명은 예언자적 사명입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인간관계는 극도로 빈곤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이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사랑으로 동행할 수 있는 교육자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버리는 문화에 대한 치료제
세 번째 요소인 사랑과 관련해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끊임없이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총회 기간 동안 교회의 초기 사명에 깃들었던 거저 내어주는 사랑과 조건 없는 사랑의 열정을 다시 불태워야 합니다.” 교황은 마태오 복음 25장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에 대한 가르침이 그리스도인과 수도자들의 삶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공부했느냐? 몇 개의 학위를 받았느냐?’고 묻지 않으실 것입니다. 우리 내부와 우리 주변에서 버리는 문화를 이겨내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제발 사람들을 배척하지 말고, 세속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가려내지 마십시오. 그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와 같은 세속적인 기준을 버리십시오. 사람들을 배척하지 말고, 모두 받아들이십시오. 모두 품어안으십시오. 모두 사랑하십시오.”
번역 이창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