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용기를 안고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로
Lorena Leonardi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7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릴 제41차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주제로 선택한 성경말씀이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은 9월 24일 교황청 공보실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LOC)와 협력해 대회를 주관한다. 서울 WYD 주제성구는 요한복음에서 발췌한 구절로, 부활에 대한 확신 속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신비를 체험하며 살아가도록 제자들을 준비시키는 ‘고별 담화’의 한 부분이다.
순교자의 땅
패럴 추기경은 1995년 마닐라 WYD 이후 약 30년 만에 아시아에서 다시 열리는 WYD의 개최지가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다양한 문화, 언어, 종교, 전통이 어우러진 “모자이크”와 같은 나라라며,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1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한국 교회는 활력이 넘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영웅적인 증거로 더욱 풍성해졌으며, 세계 곳곳의 신자들에게 믿음과 희망의 빛을 강력하게 발산하고 있습니다.”
WYD는 기회입니다
패럴 추기경은 WYD가 세 가지 기회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첫째, 젊은이들이 “그리스도인 삶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면서 “혼인, 사제직, 축성생활 등 다양한 성소가 피어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마련해 한국 교회는 물론 아시아 대륙과 전 세계 교회에 큰 선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패럴 추기경은 아시아 대륙이 간직한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대화, 상호 보완성에 대한 열린 마음이 “갈등과 대립으로 상처입은 세상에서 평화의 전령으로 자라나려는 젊은 순례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패럴 추기경은 아시아의 역동적인 환경이 신앙과 현대성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경제 불평등, 디지털 혁명, 삶의 의미 상실 등이 선진국 사회에서 부각되는 문제라며, 젊은이들이 복음을 통해 현대 문화를 변화시키고 새 활력을 불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제의 여정
패럴 추기경은 2023 리스본 WYD에서 시작해 2027 서울 WYD까지 이어지는 주제의 여정을 되짚었다. 리스본 WYD의 주제성구 “마리아는 서둘러 일어나 길을 떠났다”는 오는 11월 24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각 지역 교회에서 기념하는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의 주제성구 “주님께 희망을 둔 이는 지칠 줄 모르고 걸어갑니다”(이사 40,31 참조)로 이어지며 내적 여정의 순간을 더욱 강조한다.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되는 미사 동안 전통적으로 WYD의 상징인 ‘젊은이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가 차기 대회 개최지인 한국의 교회로 전달된다. 이렇게 한국 교회는 2027년 WYD를 향한 영적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구원의 희년을 마무리하며 젊은이들에게 선물한 이 십자가는 희년 십자가인 동시에 순례의 십자가로, 이제 성모 성화와 함께 아시아로 전달될 것이다. 아울러 교황은 많은 젊은이들이 로마로 모일 2025년 희년의 제40차 세계 젊은이의 날 주제성구를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요한 15,27)로 선택했다. 이 구절 역시 요한복음 15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고별 담화”에서 나온 말씀으로, 2027년 서울 WYD로 가는 다리가 된다. 패럴 추기경은 2027년 서울에서 모든 젊은이들이 “베드로의 후계자(교황)와 함께 모여 용감하게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나누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 WYD, 용감한 선교사로 거듭나는 여정
서울대교구장 겸 WYD 지역조직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역사, 특히 박해시기와 선교사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복음의 씨앗을 받아들인 초기 한국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강인한 믿음을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한국에서 열리는 WYD 순례가 “젊은이들 안에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오늘날 세계 청년들이 마주한 새로운 형태의 고통과 불의를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성찰하고 나누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순례 여정은 “한국의 모든 청년이 만들어가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나누는 축제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이러한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WYD의 젊은 순례자들이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며 “용감한 선교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7 서울 WYD 로고, 하늘과 땅을 잇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7 서울 WYD의 로고도 공개됐다. 로고 중앙에는 한국 전통 서예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두 획으로 그려진 십자가가 있다. 한 획은 하늘을 상징하며 위쪽으로, 다른 하나는 땅을 상징하며 아래쪽으로 힘차게 뻗어 있다. 이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뤄진다는 뜻을 담아냈다.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바오로 주교는 이날 영상 자료를 통해 로고의 의미를 설명했다. 십자가에 사용된 붉은색과 파란색은 한국 국기 색깔로, 젊은이들의 역동성인 동시에 주제성구에서 말하는 용기를 담대히 보여준 순교자들의 피를 상징한다. 또한 십자가 중앙의 노란색 원은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한국 교회의 준비 과정
이 주교는 2027 서울 WYD를 준비하며 △서울 WYD 준비를 위한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 △교구 내 19개 지구 청년 미사 △그리스도교 영성을 학문적 영역 안에서 드러내는 데 이바지하는 생명의 신비상 등 한국 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활동을 소개했다. 끝으로 이 주교는 희년을 맞아 1000명 이상의 한국 청년들이 로마를 방문해 젊은이 희년에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청년 대표의 체험
기자회견의 끝은 한국 청년 대표 김수지 가브리엘라 씨의 체험 나눔으로 장식됐다. 마케팅과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일하는 김 씨는 “지난 2016년 크라쿠프 WYD를 경험한 후, 2017년 로마에서 열린 ‘젊은이와 함께하는 시노드 여정’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영광을 누렸다”며 “교황과 청년들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교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더욱 굳혔다”고 말했다. 중고등부 교리 교사로 봉사 여정을 시작했다는 김 씨는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시기에 많은 신자들이 성당에 나가지 못했다면서도, 2027 서울 WYD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앙의 불씨를 되살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7 서울 WYD를 통해 우리는 하나됨과 희망, 용기와 열정의 길을 함께 걸어가며,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어우러지며 함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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