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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 지난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 

교황,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권태보다는 힘들어도 걷는 게 낫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2024년 11월 24일) 담화를 통해 전쟁, 사회 불의, 불평등, 빈곤, 인간과 피조물 착취 등으로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젊은 세대의 현실에 깊이 눈길을 돌렸다. 다가오는 희년을 앞두고 교황은 젊은이들이 무관심과 일탈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하는 한편,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진정한 순례자로서 여정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Antonella Palermo

2024년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은 “주님께 희망을 둔 이는 지칠 줄 모르고 걸어갑니다”(이사 40,31 참조)라는 주제로 2024년 11월 24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각 지역 교회에서 기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희년을 앞두고 맞이하는 세계 젊은이의 날의 특별함을 강조하며 9월 17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교황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아니라 진정한 순례자로서 삶을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젊은이는 전쟁과 불의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교황은 불확실성 속에서 고통으로 시름하는 이 시대에, 특별히 젊은이들을 향한 애정 어린 염려와 함께 힘찬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절망을 낳고 미래를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상, 사회 불의, 불평등, 빈곤, 인간과 피조물 착취 등이 그 예입니다. 특히 젊은이 여러분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짓눌리고, 꿈을 펼칠 확실한 길을 찾지 못해 희망 없이 살아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또한 권태와 우울에 사로잡혀 때로는 일탈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거나 자신을 파괴하는 현실에 휘말릴 위험도 있습니다.”

“강 건너 불 보듯” 인생을 관망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젊은이들이 게으름을 극복하고, “강 건너 불 보듯” 인생을 관망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해 왔다. 교황은 이번 담화를 통해서도 인생이란 행복을 향한 순례이자 끊임없이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우리 삶에서 이루는 목표, 성취 그리고 성공이 단지 물질적인 것에 그친다면, 처음에는 만족감을 줄지 몰라도 곧 우리는 더 깊은 의미를 갈망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영혼을 완전히 채워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한하신 분에 의해 창조됐습니다. 따라서 우리 안에는 끊임없이 더 큰 목표와 초월을 향해 나아가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더 큰 것’을 향한 열망과 부단한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온갖 피로와 무기력을 물리칩시다

교황은 학업, 직장, 개인생활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사람들을 만성적 피로와 슬픔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이를 “공허한 활동”으로 채우려 하지만, 결국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며, 인생의 결단을 회피한 채 무기력과 불만족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것이 뒷짐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나 다른 사람들, 혹은 삶의 구체적 현실에 직접 부딪히지 않은 채 손을 과감히 더럽히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발을 시멘트에 빠뜨린 것처럼 점점 굳어져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발목이 묶인 듯 한 걸음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권태롭게 제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람보다, 걷다가 지치고 피곤한 사람이 훨씬 더 낫습니다.”

희망은 “멀리 내다보게” 합니다

교황은 바오로 사도가 언급한 ‘운동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의 비유’(1코린 9,24 참조)를 상기하며 젊은이들이 희망 안에서 걸어가도록 격려했다. 교황은 “희망이 온갖 피로와 위기, 불안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한 동기를 준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교황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라고 강조했다.

“희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신 새로운 힘입니다. 그 힘은 우리가 경주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주고,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 더 멀리, ‘멀리 내다보며’ 분명한 목적지인 하느님과의 친교를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아름다운 목표가 있고, 삶이 무의미한 끝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며, 내가 꿈꾸고 계획하고 이뤄낸 것들이 결코 헛되지 않다면, 걸음을 내딛고 땀을 흘릴 가치가 충분합니다. 장애물을 견디고 피로에 맞서 싸울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마지막 보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닙니다

교황은 인간의 나약함 또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나약함을 자비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고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교황은 “피로를 느낄 때 예수님처럼, 예수님 안에서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처럼 성체성사의 은총을 다시금 발견하도록 초대했다. 조만간 성인품에 오를 복자는 “성체성사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과로 삼은” 젊은이였다. 

“위기의 순간들은 헛되거나 쓸모없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는 희망을 정화하는 때입니다! 실로 위기 속에서, 우리 마음을 채우기엔 너무나도 작았던 거짓된 ‘희망들’이 무너집니다. 그 환상이 걷히고 나면, 우리는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지치지 않는 기쁨의 선교사들

교황은 희년을 맞아 많은 젊은이들이 희년 성문(聖文)을 통과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하길 바란다며 “지치지 않는 기쁨의 선교사”로 순례 여정을 이어가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 순례 여정에 필요한 세 가지 마음가짐, 곧 △감사 △하느님 찾기 △회개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하면 주님의 따스한 포옹을 깊이 체험하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한 가지 주의사항도 덧붙였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의 마음으로 여정을 시작하십시오. 여러분의 발걸음이 인생의 여러 장소들을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스쳐 지나가지 않길 바랍니다. 마주치는 아름다움을 놓치고, 걸어가는 길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사진 찍기에 급급한 순간적인 경험으로만 남겨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관광객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순례자는 자신이 만나는 장소에 온전히 침잠하고, 그 장소가 말을 걸도록 하며, 그곳을 자신의 행복을 찾는 여정의 일부로 삼습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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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9월 2024,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