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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동티모르 청년들에게 “사랑은 섬김과 화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1일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동티모르의 청년들을 만났다. 동티모르 수도 딜리의 “센트루 지 콩벤송이스”에서 3000여 명이 교황을 맞이하며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자신들의 신앙 체험을 나눴다. 교황은 청년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어르신을 존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자유 △헌신 △형제애의 가치를 추구하라고 당부했다.

Michele Raviart 

“우리는 교황님의 청년들입니다!” 동티모르의 청년들이 이렇게 환호했다. 수천 명의 청년들이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을 그린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었고, “청년이 교회를 젊게 만든다”라는 구호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이들은 딜리 소재 “센트루 지 콩벤송이스”에서 교황을 맞이하며 마치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이곳은 교황이 동티모르에서 마지막 공식 일정을 진행하는 자리였다. 1000여 명은 대형 홀 안에, 2000여 명은 밖에서 “젊은이들의 교황”이라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했다. 이들은 교황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기쁘게 맞이했다. 교황은 이 분위기에 흠뻑 빠져 손을 흔들며 음악의 리듬을 타고,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환대에 화답했다. 이번 아시아 사도 순방의 세 번째 여정에서, 동티모르 사람들이 보여준 따뜻한 미소는 교황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왁자지껄하게 활기를 불어넣으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교황은 동티모르의 두 가지 공용어 중 하나인 테툼어로 이 같이 인사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교황의 첫 질문은 청년들에게 뜻밖이었다.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이러한 질문에 청년들은 진지하고 엄숙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은 동티모르인의 삶에서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로 사랑합니다.” 교황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리오”(lìo), 곧 청년들이 왁자지껄하게 활기를 불어넣으며 생동감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는 만남 내내 반복됐다. 만남은 센터 단상에 모셔진 성모상 앞에서 헌화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네 명의 청년들과 동티모르 전국가톨릭청년위원회 위원장 프란시스코 인드라 두 나시멘두 신부의 신앙 나눔이 이어졌다.

희망과 미래가 가득한 땅

“여러분은 동티모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땅을 생기와 희망, 미래로 가득 채웁니다.” 교황은 이 같이 말하며 청년들이 동티모르를 건국한 선조들의 상속자임을 상기시켰다. “여러분보다 앞서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 나라를 굳건히 세운 분들을 잊지 마세요.” 교황은 청년들에게 신앙의 열정을 잃지 말고, 술과 마약 그리고 “잠깐의 행복을 주는 여러 유혹”처럼 “청년들을 무너뜨리는” 악습에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르신에 대한 존경

교황은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권고했다. “꿈꾸지 않는 청년은 이미 삶에서 은퇴한 사람입니다.” 교황은 청년이 생애주기에서 어린이와 노인, 곧 “한 민족의 가장 큰 두 보화” 사이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노인이 청년에게 지혜를 전해주고, 청년이 노인을 존경하고 돌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의 연로한 아버지를 부끄러워해 따로 식탁을 만들어 혼자 먹게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자유, 헌신, 형제애

교황은 동티모르를 “미소의 나라”라고 부르며, 이 나라가 “영웅적 신앙, 순교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서와 화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역사를 통틀어 용서와 화해의 모범을 보인 인물이 누구인지 묻자, 청년들은 주저 없이 “예수님”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그들에게 예수님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시는 형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화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청년들에게 △자유 △헌신 △형제애를 권고했다. “‘우꾼 라시크 안’은 테툼어로 ‘자기 자신을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청년은 어떻게 될까요? 남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청년은 노예입니다. 의존적이고, 자유롭지 못합니다. (...) 자기 욕망의 노예가 되고,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교황은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청년은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동의 집(지구)”, 곧 세상을 돌보는 것이다. 세 번째 권고는 형제애였다. 교황은 우리가 형제자매가 돼야 한다며, 서로 원수처럼 지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누군가가 나와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청년들에게 “사랑은 섬김”, “사랑과 화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치게 하며, 어르신을 존경하고, 형제자매 가운데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모든 형태의 ‘왕따’ 문제를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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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9월 2024,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