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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동티모르, 화해로 증오를 극복한 모범”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9일 동티모르에 도착해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을 만나 연설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수십 년간의 갈등 끝에 인도네시아와 화해하고 상처를 치유한 동티모르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chele Raviart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서로 맞닿고, 특정 의미에서는 유럽을 만날 수 있는” 이곳, “아름다운 산맥과 숲, 평원이 어우러진 땅, 멋진 바다로 둘러싸인” 곳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티모르 레스테(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의 대통령궁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이곳에서 199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겸 독립운동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마누엘 하무스 오르타 대통령이 교황을 맞이했다. 환영 축가가 끝난 후 전통 의상을 입은 세 명의 어린이가 교황에게 꽃다발과 지역 전통 직물인 ‘타이스’로 만든 스카프를 선물하자 두 사람은 미소를 주고받으며 유쾌하게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식

방명록에 서명하고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마친 교황은 대통령궁의 새하얀 ‘살랑 시나’ 홀에 도착해 동티모르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 등 약 400명 앞에서 연설하며 동티모르의 역사를 되짚었다.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최초의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이 도착해 가톨릭 신앙과 포르투갈어를 전파한 이후 포르투갈어는 지금도 테툼어와 함께 동티모르의 공식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동티모르는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곧이어 인도네시아에게 점령됐다. 이후 인도네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2002년 완전한 독립을 이루게 됐다. 

동티모르의 한 아이와 인사하며 포옹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동티모르의 한 아이와 인사하며 포옹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와 자유의 여명

교황은 동티모르가 “완전한 독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한 민족이 자주권을 추구할 때 종종 겪게 되는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며 “크나큰 고통을 겪었지만 다시 일어섰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 새로운 발전 단계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동티모르는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이 땅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자연 및 인적 자원을 다양한 측면에서 재평가하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그러한 역사적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어두운 시절을 지나 평화와 자유의 새벽을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신앙의 뿌리

교황은 이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톨릭 신앙이 깊이 뿌리내린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동티모르를 방문했을 당시 강조했던 부분으로, 유럽 선교사들이 아시아에 전파한 그리스도교가 보편적 소명을 증거하며 다양한 문화와 어우러지는 역량을 보여준 것이다. “복음과 만나는 각 문화는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새롭게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교황은 신앙의 토착화와 문화의 복음화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중요한 짝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교황이 방명록에 서명할 때 머물렀던 방의 그림이 있다. 그 그림에는 최초의 포르투갈 선교사들, 초기 선교 건물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동티모르의 초대 추기경의 모습이 담겨 있다. 복음의 가르침과 신앙의 항구함은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 형제자매들과 완전한 화해”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했다. 교황은 특히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정치”를 높이 평가했다.

“여러분은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굳게 지켜왔고, 여러분의 민족성과 신앙 덕분에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 세상의 다른 분쟁 지역에서도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열망이 승리하길 기도합니다. 참으로 일치가 언제나 갈등을 이깁니다. 일치의 평화가 갈등보다 우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억의 정화가 필요합니다. 기억의 정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로 증오를 이기며, 협력으로 대립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티모르 레스테(동티모르)의 오르타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과 티모르 레스테(동티모르)의 오르타 대통령

이주 문제와 공동선을 위한 자연자원의 관리

교황은 동티모르가 “큰 고난의 순간들을 인내심과 결단력, 영웅적 자세로 극복해 냈다”며 “오늘날 평화롭고 민주적인 국가로 성장해 형제애적인 사회를 건설하고 국제사회 내에서 이웃과 평화로운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들도 남아 있다. 특히 제도와 대표성의 확립 그리고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주 문제 등이다. 교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종교, 사회 각계각층의 협력과 책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많은 농촌 지역에 만연한 빈곤을 극복하고 미래 지도층을 적절히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며, 동티모르의 자연자원, 특히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관리하는 데 있어 국가의 공동선을 위한 발전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대를 예방하십시오

동티모르 인구의 65퍼센트는 30세 미만으로, 유럽과는 달리 젊은 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연령대는 음주 문제와 범죄조직 가입 등 여러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제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젊은이들에게 이상을 제시하여 그들이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또 하나의 문제는 특정 무술을 익힌 후 폭력 조직에 가입하는 현상입니다. 이들은 이 기술을 약자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기보다는, 일시적이고 해로운 폭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폭력은 항상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존엄성이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해악을 예방하고, 젊은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 교리라는 든든한 기둥

교황의 동티모르 사도 순방 표어는 “여러분의 신앙이 여러분의 문화가 되길”이다. 교황은 방명록에도 동티모르 국민이 이 나라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교황은 신앙의 기쁨을 문화와의 조화 안에서, 대화를 통해 살아내라고 격려했다. 동티모르 국민에게 신앙뿐만 아니라 교회의 사회 교리라는 든든한 기둥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인 교황은 사회 교리가 “형제애를 바탕으로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족들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동티모르가 아부다비 공동 선언문(「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을 국가 문서로 채택한 것을 큰 기쁨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오르타 대통령의 발표에 따르면, 이 문서는 향후 동티모르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될 예정이다. 교황은 또 교회와 연계된 여러 기관들이 빈곤층을 돕고, 교육과 의료사업을 전개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귀중한 자원을 통해 동티모르가 더 밝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와 관련해 공동선을 위한 교회의 헌신이 국가의 협력과 지원을 받으며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젊은이의 열정과 노인의 지혜

교황은 미래를 향해 희망을 품고 자신감 있게 나아가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열정과 노인들의 지혜가 결합된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뤄진 조화”가 미래를 위한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귀중한 자원”이 우리를 소극적인 태도나 비관에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 준다고 덧붙였다.

“여러분의 과거와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오늘날의 어려움과 문제들에도 여러분의 나라가 지혜롭고 명확하며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국민의 지혜를 신뢰하십시오. 국민은 고유한 지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지혜를 믿으십시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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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9월 2024,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