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인도네시아 도착
Deborah Castellano Lubov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두 대륙에 걸친 45번째 해외 사도 순방길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순방지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교황 전용기는 9월 3일 오전 11시19분경(현지시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예정보다 몇 분 일찍 도착했다. 앞서 교황과 수행 기자들을 태운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이타(ITA) 전용기는 9월 2일 오후 5시32분(현지시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기내에서 교황은 동행 기자단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착륙 후 교황은 자카르타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교황은 9월 3일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9월 4일부터 자카르타에서 여러 일정을 소화하며 강도 높은 12일간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교황은 9월 3일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숙소인 교황대사관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으나, 대사관 도착 직후 예수회난민봉사기구(JRS)가 보살피는 난민들, 도미니코회 수녀들이 돌보는 고아들, 산에지디오 인도네시아 공동체와 연계된 노인, 난민, 노숙인들을 조용히 개별적으로 만났다.
교황은 자카르타에서 3일 일정을 소화한 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아시아 사도 순방을 이어간다. 이번 순방 일정은 그동안의 교황 재임 기간 중 역대 최장 여정으로, 각국에서는 교황이 임명한 세 명의 추기경들이 교황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들 세 명은 각 나라에서 처음으로 추기경으로 서임된 인물들이다.
인도네시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섬나라로, 다양한 부족, 민족, 언어, 문화를 간직한 약 1만7000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세 번째 교황이다. 1970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처음 인도네시아를 찾았고,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시기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방문을 기대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관용과 공존의 모범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교황은 회칙 「Fratelli tutti」에서 강조한 인간의 형제애와 종교 간 대화를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각각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인도네시아의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약 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신자 수로 따지면 전체 인구 약 2억8000만 명 가운데 8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많다.
자카르타에서 교황은 이스티클랄 이슬람 사원에서 열리는 종교 간 만남에 참석하고, 인도네시아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다.
자카르타대교구장 이냐시오 수하료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 신자와 무슬림이 혼인하는 것이 무슬림이 다수인 다른 나라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우 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슬림 혹은 불자 부모를 둔 가정에서 사제성소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배경에서 교황이 △신앙(Faith) △형제애(Fraternity) △연민(Compassion)을 표방하고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매우 뜻깊다.
아시아를 향한 여정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겸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신자들에게 있어서 교황은 때때로 멀리 있는 ‘사회적’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따라서 교황이 직접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인들이 다양한 차원의 정치적 억압, 빈곤, 기후재앙, 종교적 박해 및 종교 자유의 결핍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이들이 고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로 이주해 그곳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보 추기경은 이 과정에서 그들이 일종의 ‘선교사’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희망과 열정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파푸아뉴기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84년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지 정확히 40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발자취를 따라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
파푸아뉴기니는 대다수가 그리스도인인 나라로, 인구의 약 3분의 1이 가톨릭 신자다.
교황은 약 200만 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개인적 친밀함을 전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와 빈곤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그러한 친밀함을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2024년 3월 25일 발생한 규모 6.9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 태평양의 섬나라를 돕자고 여러 차례 호소한 바 있다.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는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를 비롯해 카리타스 기술중등학교에서 ‘길거리의 사목자들’이 돌보는 아이들과 ‘칼란 봉사 네트워크’ 아이들과의 만남이 주요 일정으로 포함돼 있다.
교황은 이번 순방 기간 동안 각국의 수도에 머무를 예정이지만, 파푸아뉴기니에서는 해안도시 바니모로 이동해 선교사들과 현지 신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난다.
동티모르
다음 순방지는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동티모르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는 인구의 96퍼센트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마지막으로 동티모르를 방문한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다. 그는 지난 1989년 동티모르가 여전히 인도네시아의 점령하에 있을 때 이곳을 찾았다.
교황은 “여러분의 신앙이 여러분의 문화가 되길”이라는 표어와 함께 미사를 거행하고,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특별히 만나며, 예수회 동료들을 만날 예정이다.
2022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동티모르의 초대 추기경으로 임명된 딜리대교구장 비르질리오 도 카르모 실바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빈곤과 실업 때문에 동티모르를 떠나는 청년들에게 시급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교회가 “고국을 떠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마지막으로 교황은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널리 알려진 섬나라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교황의 싱가포르 방문은 1986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처음이다.
싱가포르의 가톨릭 신자는 약 39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6퍼센트를 차지한다.
2022년 8월 27일 싱가포르 초대 추기경으로 임명된 싱가포르대교구장 윌리엄 썽쳬고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인구의 6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찾는다면 현재의 성당들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싱가포르의 전반적인 경제적 풍요로 인해 사제성소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성소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신자들이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어 본당이 제공하는 것, 특히 강론에 상당히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싱가포르 방문 동안 ‘가톨릭 주니어 칼리지’에서 청소년들과 종교 간 만남에 참석하고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번역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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