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룩셈부르크, 평화를 위한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Lisa Zengarini
“룩셈부르크는 전쟁의 참상보다 평화의 가치를 보여줬습니다. (...) 이기적이고 근시안적, 심지어 폭력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고집할 때 발생하는 해악보다 협력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습니다.”
9월 26일 오전 룩셈부르크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지 정부 당국에 오랜 기간 이어온 평화에 대한 헌신을 굳건히 이어가라고 촉구하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되살아나는 민족주의와 전쟁의 위협 속에서도 “하나된 형제애적 유럽”을 건설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유럽의 평화와 통합을 위한 룩셈부르크의 역사적 역할
교황은 룩셈부르크 세르클 시테(Cercle Cité) 궁전에서 정부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을 대상으로 첫 연설을 하면서, 룩셈부르크가 유럽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마다 교차점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평화와 통합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룩셈부르크가 유럽연합 창립 회원국으로서 유럽의 평화를 위해 이바지해온 점도 강조했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날 유럽의 한 나라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투자가 무기제조라는 사실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슬픈 현실입니다.”
교황은 룩셈부르크의 “굳건한 민주주의 체제”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 체제가 인간 존엄성과 법치를 증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룩셈부르크가 번영하며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경제 및 금융의 핵심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 있어 영토의 크기나 인구 수는 필수조건이 아닙니다.”
부유함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수반합니다
교황은 1985년 룩셈부르크를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특히 더 가난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간 연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문화의 중요한 교차로”에 위치한 룩셈부르크가 전 세계적으로 협력을 촉진하는 사명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모든 이가 교회의 사회 교리에 따라 온전한 발전의 조직적인 과정에 참여하고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환경을 존중하고 사회적 배제를 반대하는 발전 모델을 제안했다. 이어 “부유함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되고 온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약탈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민족이나 사회 집단도 주변으로 밀려나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룩셈부르크와 같은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를 통해 “이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룩셈부르크의 다문화 역사와 인구는 이주민과 난민을 환대하고 통합하는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유럽의 출산율 감소 문제를 지적하면서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전쟁의 “어리석음”을 막기 위한 영적 가치가 필요합니다
교황은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특히 유럽에서도 다시 일어나고 있는 무력충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간은 과거를 잊고 주기적으로 비극적인 전쟁의 길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황은 이러한 “어리석음”에 이성이 굴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과 지도자가 “고귀하고 깊은 영적 가치에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가치가 오늘날 더욱 강력해진 기술적 힘과 함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복음에서 영감을 받아 평화와 형제애를 촉진하려는 교회의 헌신을 재확인하며, 룩셈부르크가 전쟁의 참상보다 평화의 가치와 국가 간 협력의 가치를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도자들에게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직한 협상에 “결연히” 나서줄 것을 촉구하며, “아무것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모두의 안보와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명예로운 타협을 기꺼이 찾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교회를 대표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개인과 사회를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이 생명의 원천, 언제나 새로운 이 힘이 바로 복음임을 증언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섬기기 위하여”
끝으로 교황은 룩셈부르크 사도 순방 표어인 “섬기기 위하여”(Pour servir)가 교회의 사명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고귀한 과업이자 매일 따라야 할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앙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형제자매, 조국,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한다”며 “이것이 모두를 위한 길, 공동선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기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늘 섬길 수 있는 은총을 주시길 빕니다.”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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