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동티모르 사제·수도자·교리 교사들에게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Lisa Zengarini
동티모르는 세상 “끝”에 있기 때문에 “복음의 중심”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0일 동티모르 성직자, 수도자, 교리 교사들에게 한 연설에서 동티모르가 세상의 변방에 위치해 있지만 오히려 복음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복음이 변방의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땅 끝에서, 복음의 중심에서
교황은 동티모르 주교회의 의장 겸 말리아나교구장 노베르토 도 아마랄 주교의 환영사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 안에서 ‘실존적 변방’이 중심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연설에 앞서 이뤄진 한 수녀, 사제, 교리 교사의 신앙 나눔을 되짚으며 그들이 마주한 사명과 도전에 대해 성찰했다. 교황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베타니아의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로 예수님의 발에 기름을 바르는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를 설명했다.
교황은 이 이야기가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의 향기”가 “우리가 간직해야 할 선물이자 널리 퍼뜨려야 할 선물”임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동티모르 자생식물로 귀한 향을 지닌 자단나무(향나무의 일종)를 비유로 들어, 동티모르의 성직자, 수도자, 교리 교사들에게 그들이 동티모르에서 “그리스도의 향기”임을 자각하고 신앙의 본질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베타니아의 마리아처럼, 우리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신 그 사랑의 향유를 소중히 간직하여 그 향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복음의 향기를 간직하고 문화를 정화하십시오
교황은 이 향기가 개인적인 용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발에 기름을 바르고, 복음을 선포하며,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위한 것”임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미지근한 영적 타성”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꾸준히 신앙과 교리를 배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 가르침과 어긋나는 “미신적이고 낡은 관습이나 전통”으로부터 문화를 “정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반해, 교황은 부활 신앙과 죽은 이들의 영혼에 대한 존경심과 같은 그들 문화의 “아름다운” 측면을 소중히 여기라고 격려했다.
“모든 문화와 사회 집단은 정화와 성숙이 필요합니다”(「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69항).
복음 전파
교황은 동티모르의 성직자들과 교회 일꾼들에게 열정과 용기로 복음의 “향기”를 퍼뜨리고, 역동적인 선교 정신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마리아가 예수님께 기름을 바르기 위해 옥합을 깨는 모습과 로사 수녀가 신앙 나눔에서 언급한 “떠나는 교회”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복음화는 그 향기를 담은 옥합을 ‘깨뜨리고’, 우리를 옥죄고 있는 ‘껍질’을 벗어날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교황은 동티모르가 오랜 그리스도교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복음의 향기가 오랜 전쟁의 상처를 딛고 화해와 평화, 연민과 정의를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과 빈곤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복음화 “동력”
교황은 복음의 향기가 곧 연민의 향기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향기가 가난한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라며, 동티모르 사회의 폭력, 알코올 중독, 여성 경시와 같은 문제들을 치유하기 위해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복음은 새로운 사회를 창조할 힘이 있습니다.”
교황은 이를 위해 동티모르에는 “열정적이고, 준비돼 있으며, 창의적인” 사제, 수도자, 교리 교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제는 하느님의 자비의 징표가 돼야 합니다
교황은 특히 사제들에게 겸손을 잃지 말고, 개인적인 이익이나 사회적 명성을 위해 자신의 직분을 남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항상 축복하고 위로해야 한다”며 “연민의 사제이자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징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산초 신부의 신앙 나눔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부르시고 당신의 사명을 위해 파견하신 이들을 잘 돌보십니다.”
번역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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