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싱가포르 사도 순방 “차별과 편견 없이 모두를 포용합시다”
Lorena Leonardi
“이 세상에 좋은 것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수많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랑이 미움보다, 연대가 무관심보다, 관대함이 이기심보다 우위를 점했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2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스포츠허브” 국립경기장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에서 이탈리아어로 이 같이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나며 바쁜 일정을 시작한 후, 총리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 다음 늦은 오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싱가포르 스포츠허브” 국립경기장에 도착했다. 미사 참례를 위해 약 5만 명의 신자들이 모였다.
교황은 도착하자마자 골프 카트를 타고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돌며 긴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과 휠체어에 탄 많은 환우들이 교황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교황은 한 신혼부부의 혼인 축복장에 서명하며 축복했고,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여러 차례 사진을 촬영하며 인사를 나눈 모든 이에게 묵주를 선물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뤄냅니다
교황은 “풍성한 은사를 간직하고, 활기차고 성장 중이며, 다양한 종교인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싱가포르 교회에 감사를 전한 후 “인상적인 국립경기장”에 감탄을 표했다. 이어 “이러한 웅장한 건축물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보자”며 “사람들은 돈이나 기술, 건축공학 역량 등이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사랑이 그 바탕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랑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제1독서인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대목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말을 떠올리며 “사랑은 모든 것을 이뤄낸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이뤄냈다 해도, 그 뒤에는 언제나 우리처럼 연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 없이는 삶도 없고, 새로운 도전을 할 이유도 없으며, 무엇 하나 세울 힘도 없습니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교황은 이처럼 수천 개의 고층빌딩과 “진취적인 건축물”로 가득한 대도시가 “하나의 표징”이 된다며, 모든 업적 뒤에는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안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의 이야기, 가족을 보살피는 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직업인과 노동자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교황은 “우리의 집과 거리에 담겨 있는” 이 모든 이야기가 우리에게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지속되거나 성장할 수 없음”을 떠올리게 해준다고 말했다.
“때로는 우리가 수립한 계획들의 그 화려함 때문에, 마치 우리 스스로 삶과 재산,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삶은 우리를 하나의 진리로 되돌려 놓습니다. 곧, 사랑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든 이에 대한 존중
교황은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의 근원은 하느님”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우리를 창조하시고, 조건 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세상에 존재하게 하시며, 죄와 죽음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는 것이 신앙의 가르침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러한 사랑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한다”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86년 11월 20일 싱가포르 방문 당시 발언을 인용했다. “사랑은 인종, 신앙 그리고 우리와 다른 그 어떤 점과 관계없이 모든 이를 깊이 존중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습니다.”
모든 이를 포용합시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업적을 보고 느끼는 경이로움보다 더 큰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형제자매들’입니다. 어떤 차별이나 편견 없이 그들을 더 큰 존경과 애정으로 포용해야 합니다.” 교황은 인종적으로 다양한 동시에 하나 되어 연대하는 싱가포르 사회와 교회가 그러한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가장 귀한 보물,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는 한 아버지의 사랑받는 자녀들이며, 그 사랑을 세상에 전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 응답하기
교황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 몇몇 인물들을 떠올렸다. 먼저, 이날이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 성명’을 기념하는 날인 만큼, 교황은 우리가 성모님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가장 아름답고 완전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본다”며 “그 사랑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사랑,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는” 한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교황은 싱가포르와 깊은 연관이 있는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을 언급하며, 1544년 하비에르 성인이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과 그의 첫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상기시켰다. “사랑보다 학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을 일깨우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외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비에르 성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형제자매들에 대한 사랑을 위해 선교사가 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음과 같이 응답할 수 있게 하길 원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길 바라십니까?”
교황은 우리도 성모님과 하비에르 성인의 모범을 따라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길 바라십니까?”라는 응답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한다고 초대했다. 이 응답이 오늘에만 그치지 않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랑과 정의의 부르심에 늘 지체 없이 응답하는 지속적인 다짐이 되도록 하자는 권고였다.
신앙 나눔의 불꽃
미사 중 ‘보편 지향 기도’ 시간에 베트남을 강타한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바쳐졌다. 미사 말미에 싱가포르대교구장 윌리엄 썽쳬고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싱가포르 방문 후 38년 만에 행해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싱가포르 방문에 영어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썽쳬고 추기경은 교황의 이번 싱가포르 순방이 “우리 신앙의 불꽃을 더욱 환하게 밝혀줬다”며 “이를 통해 일치의 유대를 강화하고, 시노달리타스와 대화의 여정을 걸어가며, 친교 안에 머무르면서 선교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발언을 마무리했다. “오직 그렇게 할 때에야 교회는 인류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등불, 사랑과 자비, 연민과 정의, 포용의 등대로 빛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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