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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모두를 포용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2일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사회 정의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며, 첨단기술이 “허황된 가상현실에 갇히게 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윤리적 사용을 당부했다. 아울러 다문화와 종교 간의 조화 그리고 싱가포르가 채택한 다자주의가 “참혹한 전쟁으로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국익을 넘어선 형제애적 협력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Antonella Palermo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1일 동티모르에서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튿날 오전부터 교황은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오후에는 국립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일정으로 바쁜 하루를 보낼 전망이다. 9월 13일은 제45차 해외 사도 순방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희망을 전하는 하나된 사회를 위해

싱가포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교황청과 싱가포르 대표단이 참석했다. 교황에게는 국가원수를 맞이할 때 진행되는 전통적인 환영식 외에도, 귀한 흰 난초인 ‘덴드로비움’이 특별히 증정됐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 황유닝 최고책임자는 ‘덴드로비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라는 표찰을 화분에 꽂도록 안내했다. 이 세심한 몸짓은 깊은 존경과 따뜻한 환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이후 대통령궁에 비치된 방명록에 교황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동방박사들을 이끌었던 별처럼, 지혜의 빛이 싱가포르를 언제나 인도하여 하나된 사회를 만들고 희망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교황에게 선물한 난초
교황에게 선물한 난초

‘템섹룸’에서는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과 로렌스 웡 총리와의 예방이 이뤄졌다. 이후 약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문화센터 강당에서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기업가와 문화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두 국가 지도자 사이에 놓인 난초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 난초는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성장과 회복의 이야기

교황은 연설에서 올해가 싱가포르의 첫 총리 리콴유 탄생 101주년임을 떠올렸다. 리콴유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재임하며 싱가포르를 큰 변화와 발전으로 이끈 인물이다. 교황은 싱가포르가 세계적인 상업 교차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박한 출발”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기업가적 안목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린 결과입니다. 이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프로젝트와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노력의 결실입니다.”

사회 정의와 공동선 보호

교황은 싱가포르의 경제 번영이 사회 정의와 공동선을 중시하는 사회의 발전과 나란히 이뤄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공공주택 정책, 양질의 교육제도,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아울러 싱가포르의 온 국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이러한 성과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교황은 위험요소도 잠재돼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지나친 실용주의나 성과주의는 의도치 않게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당연시하고 배제하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 강당에서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싱가포르 국립대 강당에서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가난한 이, 노인, 이주 노동자를 보살핍시다

교황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결코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싱가포르에서 추진 중인 취약계층을 위한 여러 정책과 사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특히 발전을 이루는 데 크게 이바지한 사람들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과 싱가포르의 기틀을 다진 노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존엄을 보호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공정한 임금을 보장받고 그들의 노고가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해야 합니다.”

기술이 이해와 연대를 촉진하길 바랍니다

교황은 연설에서 오늘날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의 사용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AI 윤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인간관계를 함양하는 게 가장 절실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를 촉진하는 데 활용돼야 합니다. 우리를 고립시키거나 허황된 가상현실에 갇히게 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존중과 대화

교황은 싱가포르 내 인종, 문화, 종교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긍정적 포용성”이 공권력의 공정성에 의해서도 장려되고 있다는 점에 만족을 표했다. 이어 이것이 극단주의와 배타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황은 이를 바탕으로 사회 평화를 보장하는 요소들을 설명했다.

“상호존중, 협력, 대화, 법의 준수 안에서 신앙을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권리는 싱가포르가 이룬 성공과 안정의 중요한 기반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갈등과 혼란을 피하면서도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요건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건강하고 하나된 사회를 위해 헌신하십시오”

교황은 특히 교육, 의료,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싱가포르 교회가 전개하는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같은 헌신이 초창기 선교사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주로 ‘카리타스’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싱가포르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의 원칙에 따라 끊임없이 종교 간 대화를 증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저의 이번 싱가포르 사도 순방은 교황청-싱가포르 수교 43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입니다. 저는 이 방문을 통해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 안에서 더욱 굳건해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합니다. 또한,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쁨과 헌신으로 건강하고 하나된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협력하며, 그들의 신앙을 뚜렷하게 증언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촉구하려 합니다.”

국익을 넘어 형제애를 위해 일하십시오

교황은 싱가포르의 독특한 사회·경제적, 정치적 특징과 다른 국가들과의 다자주의적 관계가 “분쟁과 참혹한 전쟁으로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인류의 일치와 형제애 그리고 모든 국민과 국가의 공동선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길 격려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어떤 사람도 배제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에만 갇히지 않길 바랍니다.”

가정과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교황은 오늘날 가정이 “약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젊은이들이 굳건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정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환경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황은 이 같은 측면에서 싱가포르가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위해 적절한 자원을 투자하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다른 이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입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여러분의 노력은 다른 나라들에도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인류가 책임감과 포용, 형제애의 정신으로 협력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약속과 모든 이를 위한 그분의 아버지 같은 사랑을 신뢰하며 이 길을 계속 걸어가길 응원합니다.”

싱가포르 국회의사당 환영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싱가포르 대통령
싱가포르 국회의사당 환영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싱가포르 대통령

인류가 직면한 큰 도전에 대한 대통령과의 공감

교황이 연설에서 다룬 주제들은 인류의 형제애와 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도전을 중심으로, 이미 싱가포르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을 반영하고 요약한 것이다.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은 “우리에게 연대와 조화는 항상 중요한 핵심가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은 신뢰와 통합 그리고 포용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교황청이 사회 통합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ICCS)에 정기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또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강조된 ‘상호 연결성’이라는 핵심개념이 특히 오늘날의 섬세하고 어려운 생태적 전환 단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실천과제임을 지적하는 한편, 환경 보호를 위한 싱가포르의 모범적인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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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9월 2024,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