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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교회의 사회 교리를 더욱 소중히 여기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5일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열린 “불평등을 넘어 찢어진 상처 아물게 하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여러 형태의 가난으로 상처 입은 도시 로마에서 연대의 그물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교회의 시급한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모두가 항상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며, 편견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두고 기관 및 단체들과의 더 많은 연대를 맺으라고 당부했다.

Antonella Palermo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라테라노 대성전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것은 이제 관례가 된 것처럼 보인다. 대성전을 가득 메운 하느님의 백성, 곧 평신도와 젊은이, 노인, 사제, 교리 교사, 가족, 심지어 관광객들도 교황을 기쁘게 맞이했다. 성령께 드리는 기도가 울려 퍼진 뒤, 로마교구 부총대리 발도 레이나 주교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우리를 하나되게 하소서”라는 기도의 후렴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불평등을 넘어 찢어진 상처 아물게 하기”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모임은 오랜 시간 도시의 변방에서 걸어온 여정의 결실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또한 도시 곳곳에 생긴 수많은 상처를 치유하고 무기력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모든 이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순간이기도 했다. 

정치인, 시민사회 및 종교 지도자

이 자리에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시장, 람베르토 지안니니 로마 지방장관, 로베르토 마수치 로마경찰청장, 주세페 칸게미 라치오주의회 부의장 등이함께했다. 또한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창설자 안드레아 리카르디와 사회학자 주세페 데 리타도 참석했다. 이들은 50년 전 로마의 사회적 문제와 불평등을 주제로 열린 “로마의 악”에 관한 회의에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앞줄에는 에큐메니컬 대표단이 자리해 정의와 형제애에 대한 열망이 각 교회의 경계를 넘어 함께 울려 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교황청 주재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대표 카작 바르사미안 몬시뇰, 로마 성공회 센터 책임자 이안 어니스트 대주교, 정교회의 폴리카르포 대주교, 이탈리아 루마니아 정교회 교구의 미릴라루 신부, 시메온 카치나스 아키만드리타 그리스 정교회 대주교, 시리아 안티오키아 총대교구 라미 알카발란 총대주교, 이탈리아 이슬람 문화 센터(로마 이슬람 대사원)의 압델라 레두안 등이 참석했다.

교황과 로마교구 신자들과의 만남
교황과 로마교구 신자들과의 만남

로마시 당국에 전달된 보고서

말씀의 전례는 이사야서의 독서로 시작됐고, 이어 마음이 상한 이들, 괴로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와 달라고 주님께 부르짖는 시편 34편 화답송이 낭송됐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도록 부름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루카 복음이 선포됐다. 교황은 이 자리에 신앙 나눔을 위해 연단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이후에 발언했다. 토르 벨라 모나카 소재 아말디 고전 고등학교 학생 마리아그라치아, 로마 교외 지역과 콰르티치올로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변호사 다니엘레 레페, 언론인 마르코 다밀라노가 자신들의 경험을 나눴다. 언론인 마르코는 단호하게 “분열된 도시는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로마 이사장 주스티노 트린치아가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요약한 보고서를 로마시 당국에 전달했다. 마르코는 이 요약된 보고서와 관련해 “가볍게 전달만 하는 것으로 축소될 수 없으며, 깊은 책임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성가대가 성 프란치스코의 겸손한 기도 “주님, 저를 당신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를 노래했다. 교황은 방금 들은 나눔을 바탕으로 공동체에 초대의 말을 전했다. 로마의 주교(교황)로서 강조한 사목의 핵심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사회의 상처 난 곳을 아물게 하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라는 것이었다.

가난한 이들은 그저 숫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교황은 오늘날까지 로마가 겪고 있는 수많은 상처를 고통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이에게 울림을 주는 질문을 던졌다. 

“노숙인, 일자리나 주거지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 치료를 받지 못하는 병자와 노인들, 마약을 포함한 여러 ‘현대적’ 중독에 빠져드는 청소년들 그리고 소외와 절망과 함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수치로 끝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들은 우리 형제자매들의 얼굴입니다. 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이들이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물음을 던집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상처 입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과연 고통받으시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고 있나요? 우리는 이 문제를 진심으로 짊어지려는 마음이 있나요? 우리 모두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행사를 열어야 할까요? 허울뿐인 위선이 너무도 많습니다. 참 많습니다.”

교황의 연설
교황의 연설

가난을 교회의 시급한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주제는 교황의 깊은 우려 속에서 중심에 다시 자리하고 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은 그리스도의 몸”이라며 “예수님께서는 가난을 해결할 마법 같은 해결책을 주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황은 고해성사를 거행할 때마다 고해자들에게 자선활동을 하는지 물어보곤 한다며,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 때 정말로 그들의 손과 고통을 마주하며 진정한 마음으로 나아갔는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저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을 한낱 숫자나 골칫거리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들을 버림받은 이들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이 소중하다는 사실이 자주 이론적인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 그리스도인까지도 이런 말을 입으로만 하고, 이를 뒷받침할 진정한 행동에 나서지 않습니다.” 교황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많은 이들의 헌신을 기쁘게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가난의 문제를 교회의 시급한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문제는 모두가 항상 함께 책임을 지고 꾸준히 이어가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제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이나 수도자들, 성직자들에게 더 이상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지 맙시다. 그런 말은 이제 그만둡시다.”

그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관심과 편견을 넘어 사랑으로 담대하게 나아가십시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세 가지 마음, 곧 친밀함, 연민, 애틋한 사랑을 강조했다. “가까이 다가가고, 가엾이 여길 수 있는 마음을 품으며, 온유한 사랑을 잃지 않는 이가 참된 그리스도인입니다.” 교황은 연설 원고에서 눈을 떼고, 바티칸에서 50미터 거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매일 밤 버려지는 음식물을 가난한 이들이 찾으러 돌아다닌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이러한 로마의 모순된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서 있지 말고, 실천하는 자세로 나아가라고 당부했다. 또한 기관 및 단체와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가라며 “무관심의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편견 없이 인내하며 대화에 임하라”고 초대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에 두 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늘 만남을 통해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약속들이 마련된다면 참으로 값진 결실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간곡히 부탁드리건대, 일상의 사목 활동과 교리 교육 안에서 교회의 사회 교리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그 가치를 빛내 주십시오. 우리 시대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복음이 그 빛을 발할 때, 우리는 정의와 평화, 형제애를 살아내는 진정한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에서의 교황과 로마교구 신자들과의 만남
라테라노 대성전에서의 교황과 로마교구 신자들과의 만남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구체적인 실천

희년을 앞두고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은 절망에 머물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로마에서 자원봉사의 첫 씨앗을 뿌린 루이지 디 리에그로 신부와 그의 길을 따라 나선 수많은 평신도들을 떠올렸다. 이어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희망과 관련해 시인 페기의 말을 인용했다. “희망은 비록 보잘것없는 어린아이 같지만 이 세상을 가로질러 나아갑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희망을 일구는 구체적인 실천을 함께 이뤄나가도록 합시다. 오늘 저녁 논의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많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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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0월 2024,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