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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인들은 권력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겸손한 종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0일 연중 제29주일에 거행한 시성미사에서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순교자 11위 △요셉 알라마노 신부 △마리-레오니 파라디 수녀 △엘레나 궤라 수녀를 성인품에 올렸다. 교황은 강론에서 하느님의 방식이 권력과 명예와는 거리가 멀다며, 섬김과 사랑, 친밀함과 연민, 애틋한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Benedetta Capelli

성 베드로 대성전 위로 펼쳐진 하늘 아래, 새 성인들의 초상화를 담은 휘장이 광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 광경은 그들이 걸어온 성화의 여정, 곧 고난과 좌절의 어둠 속에서도 복음에서 나오는 희망의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길을 떠올리게 했다. 교황청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은 시성 청원인들과 함께 성인품에 오를 복자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고했다. 이들은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 창립자 복자 요셉 알라마노 신부 △성령의 오블라띠 수도회(별칭 성녀 지타 수녀회) 창립자 엘레나 궤라 수녀 △성가정 작은 자매 수도회 창립자 마리-레오니 파라디 수녀 △1860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순교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소속 복자 마누엘 루이스 로페스 신부와 동료 수도자 7위, 마론파 평신도 삼형제(총 11위)이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겸손한 종들

교황은 시성미사 강론을 통해 이들을 “복음의 제자들”이라고 정의하며 “고난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순교와 기쁨을 통해 충실한 종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새 성인들은 예수님의 방식, 곧 ‘섬김’을 살아냈습니다. 이들은 신앙과 사도직을 실천하면서 세속적인 욕심에 흔들리거나 권력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제들을 섬기는 종이 되어 선을 행하는 데 창의적이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했으며, 끝까지 너그러움과 헌신을 다했습니다.”

명예와 권력

교황은 예수님께서 야고보와 요한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신 복음 구절을 풀이했다. 교황은 야고보와 요한이 마음속으로 영광과 승리의 메시아의 오른쪽과 왼쪽, 곧 높고 명예로운 자리에 앉고 싶다는 욕심을 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권력의 논리에 따라 예수님을 생각했습니다.” 

“교회 구성원들 중에서도 종종 이런 욕심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명예와 권력을 향한 욕심 말입니다.”

사랑의 하느님

교황은 예수님께서 “더 깊이 들어가셔서 그들의 마음을 듣고 읽으신다”며, 그들의 숨겨진 기대를 밝혀내어 드러내신다고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메시아가 아니십니다. 주님께서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시고, 약한 이들을 일으키기 위해 약해지시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하십니다. 또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습니다. 주님께서 마실 잔은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는 것입니다. 그 사랑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이어집니다.”

친밀함, 애틋한 사랑, 연민으로 섬기십시오

교황은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에는 권력의 자리에 앉은 이들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두 강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영광 속에서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혔습니다.” 교황은 “참된 승리자는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이라며 “하느님께서는 꼴찌를 일으켜 세우시고 그들을 첫째로 만드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 우리가 회개하고 사고방식을 바꾸도록 이끌어 주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상의 논리가 아니라, 섬김이라는 하느님의 방식에 따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느님의 섬김이라는 방식을 나타내는 세 가지 단어를 기억합시다. 친밀함, 애틋한 사랑, 연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섬기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시고, 애틋하게 사랑하시며, 가엾이 여기십니다. 친밀함, 연민, 애틋한 사랑을 명심합시다.”

성 베드로 광장 미사에서 신자들
성 베드로 광장 미사에서 신자들

새롭게 변화된 마음

교황은 섬김이 단순히 할 일을 목록에 적어두고 그것들을 다 끝내면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서 “사랑으로 섬기는 이는 ‘이젠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섬김은 새롭게 변화된 마음의 열매다.

“이는 그리스도의 증인이 아닌 직장인의 사고방식입니다. 섬김은 사랑에서 나옵니다. 사랑은 경계가 없고, 계산하지 않으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섬김은 단순히 결과를 내기 위한 업무가 아니며, 한시적인 성과도 아닙니다. 섬김은 사랑으로 새롭게 변화된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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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0월 2024, 21:46